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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참 시원스런 느낌의 책이다. 옛스런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새롭고 적극적으로 부부상담을 한 내용을 토대로 에세이를 적었다.

"나는 다른 사람과 살고 싶다." 솔직히 난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다른 사람과 또 살어?" 하고 화들작하며 부정적으로 손을 내저을지언정 결혼 후 지금 내 옆사람을 두고 다른 사람과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듯하다 이번에도 이 책 제목을 남편에게 보여주며 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고 이야기하며 살짝 화색이 도는 남편에게 대고 "내가 얼마나 신중하고 골랐는데?" 하고 웃어보여줬다.

책 속에 나오는 부부들의 경우를 보니 특별한 문제가 있는 부부들이 아니었다. 정말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한 부부 때론 우리 부부에게도 나타났던 갈등 그런 것들이었는데 책 속의 부부들에겐 견디기 힘들정도의 큰 문제로 상담을 받게 된 것이다. 옳고 그르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부부의 생각이 맞지 않아서 생기는 갈등이었다. 일상 속에서도 남편의 말을 들으면 남편의 말이 맞고. 또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면 아내의 이야기가 맞을 때가 많다.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고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이상적인 아내나 남편의 모습도 있었는데 그들의 배우자는 그 이상적인 모습 때문에 힘들어했다. ’아! 정말 완벽한 것은 없구나.’라고 깨닫게 하는 순간이었다.

책 속의 부부들은 상담을 통해서 개선의 노력이라도 했는데 대부분의 부부들은 이유도 모른채 대화도 나누지 못한 채, 서로를 원망하거나 자신을 질책하며 그렇게 시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을만큼 부부들의 이야기는 평범했고 그 갈등의 골은 깊었다.

"남편은 분명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다. 지금도 그렇다고 믿고 있다."(p11) 그렇지만 뭔가 깊이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럴 때가 제일 헤깔리지 않은가? 나를 사랑한다고 나도 생각하는데 사랑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고 미궁으로 자꾸 빠져드는 기분. 반론조차 제시하기엔 내가 이상한 사람일 것만 같은 기분. 그럴 때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듯하다.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지 않은게 아니었는데, 자기 방식대로 사랑하면서 안주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p41)

"결혼이란 한 침대에 양가 부모님과 함께 눕는거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결혼과 함께 부부보다 양가 부모님과 집안 일에 부부의 기를 다 빼앗기기도 한다. 여기 명쾌한 답이 있다. "부모님의 행복을 위해 부부 관계를 희생 마라."(p19) 부부의 의논 하에 양가부모님과 친지들에게 할 수 있는 선을 분명하게 정해놓는 것이 좋다고 한다. 끌려다니기보다 선택권을 가지라는 것이 아닐까싶다. "결혼했으면 반드시 부부 중심으로 살아야 합니다. 부모님 부부 역시 부부 중심으로 살아야 하고요."(p18) 세상이 많이 변하긴 했다. 변한 세상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문장이 아닌가 싶다. 가까운 곳에서 비슷한 일을 하며 가족 친지들이 모여 살 던 때와는 달리 정말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세대들로써는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하고 이해받을 수 있는 노력과 함께 긍정적인 배짱도 필요하지 않을까싶다. "부모님도 포기하셔야 하는건 포기할 수 있어야해."라고 나도 말했던 기억이 난다. 남편에게 했는지 누군가에게 해 준 조언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처음부터 나쁜 며느리가 되려고 하는 이들은 없을거다. 과연 나쁜 며느리가 있는걸까? 시댁에 인정받고 싶어 노력하지만 따뜻한 말한마디 돌아오지 않을 때 상처받고 지치고 자괴감도 들고 그런다. 그러다 지치면 때론 완전히 벗어버리기도 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지쳤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의 기준을 시댁이나 남편에 맞춰서는 안된다고 작가는 충고한다. 내 삶의 기준은 ’나"이어야 한다고 한다. 나름대로 어른들께 최선을 다한 후에 좋은 며느리로 봐주면 고맙고 그렇지 않다면 아쉬울 뿐이라고 크게 생각하고 더 이상 마음을 두지 말아야한다고 한다. 또 부모님께 하는 이 최선의 정도는 남편과의 애정, 친밀도에 좌우된다고 한다. 남편은 못하는데 며느리로써의 도리라고 알아서 너무 잘 하진 말라고 한다. 남편에게도 마찬가지. 당당하라고 충고한다. 남편은 중립적인 입장이 아니라 아내의 편이 되라고 한다. 어머니의 편은 아버지의 몫이라고.

캥거루족이란 제목을 보고 내용을 읽으면서도 힘들 며느리에게 안스러움이 갔는데 작가는 더 깊은 본질을 보았다. 시댁에서 집 한 칸 얻어주겠다는 말을 믿고 시댁에서 힘겹다며 살아가는 부인. 그 부인에게 내 놓은 작가의 충고는 집안을 힘겹게 하는 시아버지가 문제가 아니라 캥거루족인 부부가 문제라고 했다. 스스로 자립하지 않으려면서 자기의 것이 아닌 것을 탐하고 속상해하는 죄. 혹 편하고 쉽게 살기를 원하는 우리 모습이 아닐까? 하지만 그 집에서 결코 편하지 않는데 왜 계속 그러고 있는 것인지...문제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상담 내용이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한마디라도 진심으로 사과해주는 것인데 남편은 그걸 정말 모른다."(p79) 미안해, 고마워...진심어린 한마디면 쉽게 해결될 일이 자꾸 쌓이는건 어디나 마찬가지다. 다행이 우리집에선 아이들을 키우면서 정말 사소한 것 하나라도 아이들에게 고마워, 미안해 한 덕분인지 어느새 남편도 사소한 일까지 고마워 미안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큰 일이 발생하면 서로가 마음이 상해버리니 대화로 풀지 않는한은 서로 잘 나오지 않는 말이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란건 우리 부부는 세월을 보내며 알게되었나보다.

부부도 일단 두명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것이라 그런지 묘한 기싸움이 있다. 잘 나가는 부인에 위축되는 남편, 남편으로써의 역할을 못해 기 죽는 남편, 남편이란 이름으로 홀로진 무거운 짐에 지치는 남편...그들의 부인들 사이에서의 갈등. 가장 가까워 가장 잘 이해할 것 같지만 가장 가까워 멀리 넓게 보지 못하고 서로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작가는 부부는 인생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라고 이야기해준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고 한다. 부부의 개인적인 영역을 존중해주라는 이야기. 부부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공유하고 싶어하는데 사람이란 자신의 영역이 필요하니 인정해주라고 한다. 그 인정을 위해선 부부간의 신뢰가 필요하겠지? 실제로 상담을 하러 오는 이유가 배우자의 외도가 이유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로가 항상 믿으면서도 가슴 한 켠에 두려움으로 남겨두고 살아서일까? 너무나 속속들이 알고 싶어하는 배우자 때문에 상대방은 숨 막혀할 수도 있다.

상담을 읽으면서 부부의 많은 갈등들이 자라온 환경에 의해서 나타나는 행동이 많았다. 세상 그 어느 누가 완벽한 사람이 있을까? 어느 부모가 자녀에게 완벽한 생활을 줄 수 있을까? 그건 돈이 많다고 삶이 남보기에 완벽하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결혼을 하기 전 집안을 보는 어른들의 이유가 결혼 후에는 이해가 되었는데 책을 읽으며 또 끄덕여보았다. 긍정의 끄덕임보다 ’그렇구나.’정도. 누구나 완벽한 삶이 아니었기에 노력하고 개선하고 극복하려는 의지가 중요한 것 같다.

입장에 따라서 같은 상황에 생각은 분명 다르다. 그 다르다는 것을 항상 생각해주면 좋을듯하다. 그리고 힘겨운 일이 있다면 묻어두기보다 이렇게 상담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 전에 이 책 한 번 읽어보면 비용면에서 꽤 절감되지 않을까싶다. 갈등 있는 모든 부부께 추천해본다. 여기에 "부부께"가 중요하다. 부부 같이 읽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