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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인, 부인을 잃고 <접시꽃 당신>으로 명성을 얻게된 시인으로 내겐 기억되어 있었다. 시 한 편씩은 읽었지만 그의 시집을 만나긴 처음이다. 아빠를 보내고 그 빈자리를 시로 달랠 수 있도록 배려한 따뜻한 선물로 이 책을 만났다. 시화집이라는 것에 어울리게 송필용님의 그림도 눈에 띄는 시집이다. 함께 이별을 경험해서 그럴까? 시의 애틋하고 절절함이 내 것인냥 다가든다. 출가한 딸이 아빠를 보내는 마음보다 남편이 사랑하는 아내를 보내는 마음이 더 애절할 것 같다. 출가한 딸에겐 함께 있을 가족이 있지만 배우자는 이제 혼자가되기 때문이 아닐까? 상실과 외로움, 슬픔. 시인은 시를 쓸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 싶다.

"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이 아니다 / 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 (처음 가는 길 中)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담쟁이 中)
"안에서 절망을 끌어안고 뒹굴어라 / 희망의 바깥은 없다" (희망의 바깥은 없다 中)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 / 어느 곳에서나 함께 있는 것들이 있다" (폐허 이후 中)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 ......(중략)...... /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中)
"언젠가 개울은 알게 될 것이다 / 제가 곧 바다의 출발이며 완성이었음을 / ......(중략)...... / 주저 앉거나 포기하지 않고 늘 깨어 흐른다면" (개울 中)

시인이 희망과 긍정을 찾아가는 시의 일부분이다. 그리움과 사랑과 애절함이 가득한 시들도 많았지만 이번엔 이 시집에서 희망과 긍정을 노래하는 시에 더 많이 눈이 갔다. 그 사랑과 애절함이 배우자의 상실에서 나왔다는 고정관념을 지우지 못해서인지 단순히 사랑하는 연인이랑 헤어지고 그리워하고 다시 사랑을 노래하는 시와는 무게가 다르게 느껴져 쉽게 읽어버릴 수가 없었다. 이제 내 나이도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가 되어버렸기 때문일까? 아빠를 잃고 오히려 배우자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할까? 아마도 돌아오는 길 교통사고가 한 번 더 정신을 번쩍 들게 해주었다고 할까? 남편은 근간 안좋아진 내 건강에 살짝 불안해지나보다. 워낙 강골이었으니까. "나도 연약하게 봐주는 이 있었다뭐?" 그럼 코웃음을 쳤다. "사랑하면 다 연약해 보이는거야~" 하며 난 또 구박을 줬었는데...이번엔 좀 연약하게 보였었나? 뭐 크게 걱정할 일도 아닌데....남편도 큰 일 두개 치르고 살짝 불안해졌나보다.

삶에 대한 격려와 외로움, 사랑의 깊이가 조금은 다른 시집이었다. 어느 한편의 시도 눈이 그냥 지나갈 수 없고, 마음을 흘려보낼 수 없는 그런 시들이었다. 문득, 지금 시점이 아닌 그 전에 읽었어도 같은 감동을 받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이기에 더 많이 와닿지 않았을까? 예전엔 너무 마음이 깊은듯해서 피해가고 싶었던 시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좋은 시는 언제봐도 좋겠지. 깊이와 맛의 차이가 조금 있을뿐...

제목이 좋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우리네 삶 또한 그런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