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tya Sa’ndor 작 < Guards >
( ’은 a위에 위치하는 것입니다.)
아빠와 마지막 보내는 날
좀처럼 집안 모임에 얼굴을 들어내지 않는
이종오빠가 인적 드문 새벽에 다녀갔다.
막내 오빠.
나랑 두살 차이나서
제일 만만했던 오빠.
오빠를 알게되고 본 해는
길면 사오년?
그 정도 되었던 것 같다.
그냥 남자답게 생겼고
검도 잘하고
난을 잘 치고
호랑이를 잘 그렸던
오빠로 기억되어져 있다.
보지 못한 세월동안
삶이 그리 잘 풀리지 않았음을
익히 들었지만
그날 본 오빠의 외모는
잠시 충격이었다.
"어? 오빠?....
내가 알아봐주니 고맙지?"
장난처럼 애교있게 말했지만
난 정말 진심으로
내가 오빠를 알아봤다는 것에 놀랐다.
어릴적 외갓댁 뒷동산
산 아래 첫집이라
우린 시간나면 뒷동산에 올라가 놀았다.
그런데 어제까지 없었던
예쁜 꽃이 봉오리도 아니고 활짝 피어있는 것이 아닌가..
막내오빠랑 난 열심히 파서
위풍당당하게 꽃을 가져왔다.
어른들께서 보시자마자
묘에 심어둔거라 다시 심어두라했는데
묘라는 말에 겁을 먹은 우린 미적미적
묘들이 주인 잃고 작은 언덕처럼 되어있어서
참 익숙했는데도 왠지...
결국은 큰 오빠가 우리들 대신
가져다 심어주고 왔었다.
장례식장에서 본 후 연락처를 교환하고
오빠가 연락이 왔다.
맘 한구석이 왜 이렇게 싸아한지....
맘이 아프다.
***
글라디올러스에 대한 기억이 하나 더 있다.
고1...축제날
학교를 찾아온 중학교 때 동기가
집까지 걸어가자한다.
집까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뭐 시간도 있고,
걸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어 걸었다.
버찌가 떨어져 보도블럭을 물들일 때쯤이었다.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좋아하는 꽃 이야기가 나왔는데
세상에나...
좋아하는 꽃이
글라디올러스라 했다.
혹 내가 그 꽃을 모를까봐 꽃에 대한 설명까지..
남자라 좋아한다면 해바라기나, 국화, 장미 등등
누구나 아는 쉬운 꽃일거라 생각하고 있다가
뜻밖의 이름을 들어서 그런지...
기억에 남았다.
그 이유도 들었던 것 같은데
건 기억이 나지 않네.
그 날을 시작으로
어디를 가나 정말 많이 걸었다.
시간만 허락하면 걷고 또 걸었다.
높은 힐을 신고도 잘 걸었는데
어느새 운동화가 아니면
걷기가 힘들어졌다.
그래도 여전히 걷는건 좋아한다.
***
그 외엔 이 꽃을 보면 꽃꽃이가 생각난다.
꽃꽃이 작품에서 아님
쉽게 내가 접할 꽃이 아니었기에...
꽃꽃이는 보통 교회에서 보고
엄마가 하셨었지.
요즘은 교회 꽃꽂이 작품들을 보며
엄마를 떠올린다.
세월이 가면서
의외로 꽃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당시엔 그다지 기억에 남을만한 일들이 아니었기에...
그리고 특별한 추억이 없는 꽃도
지금 문득 그 꽃을 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으니
꽃을 닮은 사람인가보다.
요즘 줄장미가 너무 예쁘다.
장미에 대한 나의 목마름이 이렇게 깊었나 싶을 정도로
두근 두근...
줄장미와 민들레를 보면 아마도
치은이가 생각나지 않을까?
자라서 내 품을 떠나 생활할 때면....
원래 곁에 있을 땐 따로 생각하지 않는 법..
휘은은 휴지꽃이 생각난다.
엄마랑 결혼하자고 매일 접어줬다던 휴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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