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선물 받았을 때 표지의 사진이 눈길을 확 끌어당겼다. 처음 보는 사진도 아닌데 그런데도 눈길을 끌며 책에 대한 흥미를 부추겼다. 이 책은 <이별여행>, <당연한 의심> 두 편의 소설과 슈테판 츠바이크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내용이 소설 한 편의 분량만큼 있기에 처음으로 만나게 된 흥미로운 이 책의 작가에 대한 것을 따로 찾아보지 않아도 되었기에 좋았다.

 

<이별 여행>, 평범한 삶 속에 내세울만한 경험도 없이 그냥 그렇게 지나온 것 같은데 책 속의 내용이 모두 내 이야기 같이 느껴짐은 너무 몰입해서 읽어서일까? 우아하고 지혜로운 사장님의 부인과 가난하지만 능력있는 청년의 잡힐듯 잡힐듯 잡히지 않는 사랑이야기, 글의 묘사가 너무나 섬세해서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임을 알았을 때 먼 나라로 헤어져야했었고 새로운 만남의 시간을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때 전쟁이 나 만나지도 연락을 주고 받을 수도 없는 세월을 보내며 각자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다시 그녀가 있는 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 때 다시 뛰는 가슴을 알게되고 두 사람은 이별여행을 떠나게된다. 이별여행에서 그는 추억을 부여잡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녀는 훨씬 그 이전에 그것을 알고 있었을 것만 같다. 상대방이 알 때까지 옛맹세를 따라 함께 나서지 않았을까싶다. 하긴 어쩌면 그녀의 마음 속에도 두 가지 마음이 전쟁을 하고 있었을지도...그들의 이별여행을 따라갈 때까지만해도 그들의 사랑에 취해 결말이 그렇게 지어질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가만생각해보면 뜨겁고 격정적인 사랑의 장면도 없었는데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 하나에서 진하게 빼여있는 떨림을 느꼈던 것 같다. 대체로 소설을 읽으면 마무리 부분이 못마땅할 때가 종종 있는데 이 소설은 영화 <쇼생크 탈출>을 보며 언제 탈옥할까...뚫어지게 보며 기다리다가 지칠 때쯤 탈옥하며 나의 뒷통수를 치던 그 상쾌함같은 것이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들이 추억 속의 사람으로만 남게 되는 것이 마음 아프기도 하고, 차라리 더 펼쳐나갈 수 없다면 그게 최선이란 생각도 들었다. 만일 그가 결혼을 하지 않은 채 두 사람이 만났으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의 남편은 이미 세상사람이 아니었기에...마음 한 구석이 정말 찌릿하게 아파왔다.

 

<당연한 의심>, 역시 빠져들어 읽었지만, 책을 덮었을 때 무언가 마음에 정리가 되지 않았다. 새롭고 흥미로운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작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미물조차도 사랑을 잃으면 복수의 칼날을 갈게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화자가 마치 개의 마음을 읽는듯이 자세히 설명하고 묘사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무언가에 지나친 집착증세를 보이는 옆집남자와 그 옆집남자 주변의 인물들이 그 남자에 대해 생각하고 대처하는 모습들도 여러 생각을 해보게 했다. 사건의 배경이 되는 곳은 한없이 평온한 풍경을 하고 있음이 느껴지는데 옆집남자와 개는 그 고요함에서 볼록볼록 튀어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것 같았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상대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새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친절하면 좋은것이라 생각했는데 친절 또한 지나치면 상대방에겐 폐가 될 수 있다. 내 기준으로가 아니라 상대방의 기준으로 살펴보는 마음의 눈도 있어야겠다. 개...이 개를 어떻게 생각해봐야할까...이렇게 돌려도 보고 저렇게 돌려도 보고, 무엇에 당한 것인지도 모른 채 떠나게되는 옆집 부부의 뒷모습도 생각해 본다. 당연한 의심을 갖는 화자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생각은 많아지는데 딱히 잡히는건 없고 내용만 맴돌았다.

 

정말 손에 책을 쥐자마자 후다닥 읽어버린 책이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을 붙드는 책이다. 우아한 문체의 작가에 대한 이야기도 소설만큼이나 흥미로움을 자아냈다. 책을 덮고 여러날을 보낸 후 늦은 리뷰를 적고 있는데도 두 소설이 마음의 왼쪽 오른쪽을 차지하고 선명하게 떠오른다.

 

 

 

 

 

 

 

    전북 임실에 있는 <하루>라는 찻집이다.

    남편이 내가 좋아할만한 곳이 있다고 이야기 하고 이야기 하던 곳을

    휴가를 맞아 가보았다.

    임실 공사현장에 가보기 위해 임실을 가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가보았다.

 

    한 마디로 '우와~'

    카메라를 갖다 대는대로 사각형 안엔 작품이 들어왔다.

    멋진 한옥과 잘 다듬어진 정원에 경치까지 어우러져

    근사했다.

 

    찻집이긴한데 차 종류는 두 가지로 단촐하다.

    마음 편하게 쉬다올 수 있는 여유까지 있는 곳이라고 남편은 말했건만

    아마도 여기가 그 날 당일 7번째 방문지라 늦게야 도착했다.

    또 그날따라 문을 일찍 닫아야한다해서 30분 겨우 차를 마실 수 있었다.

    평소에도 7시인가 7시30분인가 문을 닫는다는데

    방문한 날엔 6시30분에 마친다기에 찾아간 아쉬움에 후다닥이라도

    차를 마시고 왔다.

 

다기와 차를 마실 때 필요한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 있었는데

휘은은 뒤따라 들어와 연신 가격을 말하고 있었다.

"가격을 보지 말고 다기를 보세요~~"

아이에겐 생각보다 과한 가격으로 보였나보다.

하긴 내가봐도 쉽게 살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지만

보는 즐거움을 가격을 본다고 빼앗기면 안되지 않을까?

 

화장실의 문고리까지도 한옥에 적당했다.

전선까지도 옛방식대로 되어있는 집

구석구석에 정성이 느껴져 있어서 더 정겨웠는지도 모르겠다.

 

다음에 가게 된다면 좀 일찍 가서 느긋하게 즐기고 와야겠다는 생각....

멀리서 와서 짧은 시간 쉬고 가야하는 것을

집주인이 더 안타까워해줬던 곳...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휴가기간동안 아무것도 뜻한바대로 이루어지는 것 없이 어영부영 시간만 보냈다. 일년에 한 번 겨우 생기는 시간을 그렇게 보내야하는 것 못내 아쉬웠다. 그런 중에도 다행이 미소 짓게 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십년만에 선배님을 만난 일이었다. 내려오면 연락하라는 여러 선배님들의 연락들을 뒤로하고 첫선택으로 연락 드린 창헌선배. 출근하셨으리라 생각하고 못뵙고 올라갈 것 같다고, 연락 드리기로 했기에 연락은 드리는 것이라 말하려했는데, 휴가 중이라 30분이면 장유로 오실 수 있다고 바로 오시겠다했다. 장유로 오셔도 아는 곳이 없어서 만날 곳을 정하지 못하겠다했더니 일단은 근처 오셔서 연락하시겠다고...그러고 단숨에 오셨다. 남편이랑 함께 나가도 되냐고 물었고 괜찮다고 하셔서 남편 동행.약속 장소는 근처 롯데마트...마트에는 커피점이 있다는 선배님의 결정. 

 

20년만에 만났는데도 두시간 반을 정신없이 쫑알거렸다. "남자들이 수다 안떨거라 생각했지? 남자들도 말 많어~" 하면서 함께 수다수다.. 결혼 전에 마트가면 생선을 십여만원어치를 담아서 단돈 천원을 붙여주던 선배. 나 결혼하면 생선은 책임져준다던 선배였는데, 내가 멀리 떨어져 사는 바람에 한동안 연락조차도 못하고 지내다 카톡으로 동아리멤버들을 호출한 한 선배님덕분에 다시 연락이 되었다. 여전히 살이 찐 나를 안타까워했다. 옛벗들을 만나면 제일 먼저 듣는 이야기. 그럼 또 난 천연덕스럽게 그런다. "뭐~ 이정도면 되지? 흰머리가 좀 생겼다는 것, 배가 좀 나왔다는 것...그래도 괜찮잖아요? 너무 예쁘게 하얗지 않아요?" 물끄러미 쳐다보던 선배가 "너도 나이가 들었구나..."그런다. 그렇지. 세월이 좀 흘렀지.

 

문자를 보여주며 "왜 신랑 데리고 나와도 돼냐고 물었어? 안그래도 누가 너 데리고 갔는지 궁금했는데..." 신랑에게 그런다. "은주가 동아리 공주였거든요. 다들 이뻐해서...." 그러기에 "요즘 선배들 연락만 오면 그 땐 예뻤는데, 그 때 내가 많이 이뻐해줬는데 좋아했는데...그러는데 왜 그 땐 그런 말 안해줬어요? 그 때 그랬음 내가 한 인기 하나보다 했을텐데...하나도 몰랐네." "내가 그랬는데 몰랐어? 좋아했는데...표현을 잘 못했나?" 참 진지하게도 말한다. 정말 그 땐...다른 여자 친구들은 밤에 가면 다들 데려다준다고 하는데 난 씩씩하게 혼자 집에 갔기에 꿈에도 생각못했던 이야기들. 슬쩍 친구들을 부러워했는데...얼마전 전화 온  다른 선배는 "그 때 수가 너 옆에서 얼마나 챙기던지 옆에 갈 수가 있어야지?" 그랬었나? 그래서 수선배에게 문자보냈다. "선배~ 나 보디가드 하셨다면서요?" 그랬더니 "나야 은주의 영원한 보디가드지뭐..." 크큭...뜬금없는 문자에 센스있는 답을 보내주신 수 선배. 이후 만나서야 뭔 이야기인지 물어보셨고 같은 답으로 슬쩍 넘어가셨다. 신랑 슬쩍 보며 "자기 만날 때쯤이 나의 전성기인가 했는데...예전에도 있었었나봐..."

 

마트에서 생선 구매담당을 하고 있어서인지 생선을 잘 구해주시나보았다. 선배님들 모임에서 헌선배의 동기이자 절친인 영희선배에게 상위 0.3%라 했더니 0.3% 위는 뭐냐고 하더란다. "0.1%가 있지." "0.1%는 누군데?" "예를 들면...은주" "0.3%와 0.1%의 차이는 뭔데?" "그건 받아보면 알아." 그랬다한다. 여름이라 찬바람 불면 달라했더니 가을에 오면 오기 전에 미리 연락하라했다. 슬쩍 상위 0.1%가 궁금해진다. 누군가에게 상위 0.1%가 될거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는데...은근 기분 짱이었다...^^ 허언을 즐기지 않는 성격이라는 것을 알기에...

 

선배 가며 남편에게 그런다. "은주 더 잘 해주세요...." 우와...감동. 결혼 할 때쯤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우리 동생 행복하게 해줘야해..."하는 오빠 있었으면하고. 이젠 그런 말들을 때는 지났지만 그래도 선배의 그 말 한마디에 감동의 물결이 밀려왔다. "선배 감동이예요..." 문자 보냈더니 "정말 여동생 맡기는 것 같다."

 

학교 때 내 기억으론 독특한 성격의 선배로 그 선배를 이겨내는 이들이 없었는데 내가 못되게 이기려 했던 것 같은데...은근히 구박하는 말투. 선배 졸업하니 은근 그 구박이 그리워졌고 오히려 졸업 후에 좀 더 잘 지냈던 기억.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자 이빨빠진 호랑이가 된듯 순해진 선배같아 선배의 독설이 그리웠다는 것이 솔직한 답일까? 다행이 선배 와이프가 날 좋아해서 오빠까지 소개시켜주며 언니하자고 했던 기억.

 

장유라 부산까지 나가기가 돌아올 것을 생각하면 벅차다했더니 언제든 부르면 누가 와서든 태워가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 줄거니까 걱정말고 남편에게 보내달라고 한다. 아마 그렇게 가도 잘 보내주겠지만 여전히 동행해주겠지....

 

동기가 전화와 선배님들 만났다하니 "어디서?" "선배님이 장유로 오셨는데?" 그랬더니 "너 인기 죽지 않았네." 그런다. 거 참...당시는 몰랐던 인기를 이십년이 지나서 듣다니...정말이든 아니든...기분은 좋았다....남편? 남편은 이제 익숙한지...그러려니 하는 눈치다....비행기 또 탔구나...하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