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인 100명에게 각자 10편씩 추천을 의뢰하여 2회 이상 추천을 받은 시인 89명과, 1회 추천 시인 가운데 11명을 추가해 100명의 시인을 확정해 시인마다 1편씩 소개하는 방식으로 대상 시를 골랐다고 한다. 두 권의 책으로 나뉘어져 1권인 이 책에 5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지금 소개한 시를 고르는 과정에 대한 것은 책을 읽기 전엔 몰랐다. 뒷편에 있어서 책을 다 읽고서야 보았는데 어쩜 늦게 본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1,2권의 시들을 읽으며 100편의 시가 각각 다 다른 시인의 시라는 것을 알고 얼마나 놀랐는줄 모른다. '100명이나 되는 시인이 있다는 거야?' 너무 멍청한 생각 아니었을까? 자세히 살펴보니 낯선 시인의 이름은 거의 없다. 난 기억하지만 수록되지 않은 시인도 있으니 우리에게 익숙한 근대 현대 시인이 적어도 100명은 넘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인지하지 못하고 지냈을까? 시인의 입장에선 더 많아야한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선 100분의 시들을 접하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
100명의 시인의 시를 수록한 만큼 단지 시에 대한 해설에 그치지 않고 시인에 관한 설명까지 함께 있어 알지 못했던 시인의 이야기까지 읽게되니 시가 한결 더 가까이 다가오는듯했다. 다른 시집과 차별화된 해설이지 않을까싶다. (처음부터 이 부분까지는 1권과 2권의 리뷰에 같이 적을 예정이다. 두 권을 한권처럼 읽고 적게되는 리뷰라 이해를 해주시면 좋겠다.)
김춘수 시인은 릴케와 꽃과 바다와 이중섭과 처용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를 '꽃의 시인'이라 부른다한다. 사춘기 때 처음 만났을 때도 지금도 김춘수님의 <꽃>은 읽을 때마다 가슴 설레이게 한다."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기형도 시인의 마지막 시인 <빈집> 사랑의 상실이 느껴지는 이 시가 마지막 시라니 또 다른 느낌이다. 이름이 특이해서 늘 눈에 띄는 시인을 이렇게 또 만났다.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 얼마 전 문학동아리의 동기가 "우리 옛날엔 <목마와 숙녀> 이런것 외며 다녔었는데..."라 이야기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난 이렇게 긴 시를 결코 외지 못했는데, 대신 낭송하던 성우의 목소리는 기억 속에 울림으로 있다. 새삼스레 참 꼼꼼하게도 읽으며 낭송을 해보았다. 정호승 시인은 왠지 모르게 이름에서 따뜻함이 느껴져서 괜히 좋은 시인이었는데 시가 노래로 많이 만들어진 시인이라했다. 별의 시인, 그것도 새벽 별의 시인이라한다. 앞으로 그의 시를 읽을 때 좀 더 눈여겨 봐야겠다. 별도 아닌 새벽 별이라....
무척 좋아했던 김남조 시인, 기도하는 시인이라 한다. "기도의 문이 열리는 /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겨울바다> 중에서..천상병 시인의 <귀천>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아빠가 가실 때 부음을 알리며 이 행을 자연스레 떠올리기도 했다. 아빠도 아름다웠다고 말하셨을까? 백석 시인, 요즘들어서 유난에 눈에 귀에 많이 들리는 시인이라 작품이 궁금했는데 미처 만나보지 못했는데 이 책에서 만났다. 북방 정서와 북방 언어를 많이 들려주는 시인이라는데 시 한 편으로는 그 분의 가치를 아직 가늠하진 못하겠다. 1980년대를 대표한다는 김혜순 시인은 몇 안되는 낯선 시인 중에 한 분이었다. 이젠 기억해야지. 오세영 시인은 오세영 소설가와 동명이인이라 검색을 통해 처음 알게된 시인이다. <그릇1> "깨진 그릇은 / 칼날이 된다. / 무엇이나 깨진 것은 / 칼이 된다." 그릇으로 계속 될 그의 작품이 궁금해졌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고은 작가의 작품도 있다. 사랑의 시인으로 느껴지던 유치환 시인의 다른 모습도 소개받았다. 의지의 시인, 허무의 시인이 진면목에 가깝다는데 그의 작품으로 <생명의 서>가 수록되어 있다.
어느 시 하나 어느 해설 하나 쉽게 스쳐지나갈 수 없는 시들로 이루어져 읽는 이의 마음까지 꽉 꽉 채워주는 시집이다. 다양한 근현대 시인들을 두 권으로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