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los Barriuso Amo 작 <Untitled>

 

 

"넌 누구니?"

 

간혹 내게 내가 물어보고 싶은 말이다.

그래서 물어보곤 하지만

딱히

만족할만한 답은

찾지 못한다.

 

요즘 잡은 책엔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

안그래도 생각해보고 싶었는데

잠시

뒤를 돌아보고 있다

사소한 것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까지

생각해보고 있다.

 

내 기억의 빈 공간이

왜 생겼는지 찾아보고 있는데

....

아직 찾아보고 있는 중.

 

정말 있는 생명체일까?

요즘은 기술이 너무 좋아서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다 믿기도 힘드니까..

찍었다하니 찍은걸까?

 

정말...넌 누구냐?

 

 

 

 

 

 

 

사진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으며 상업적으로 사용되지 않았습니니다.

이의제기시 삭제되어질 예정이며 스크랩 제한됩니다.

 

 

 

리뷰를 등록하려다 이 책 출판일을 보니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싶다. 또 어느새 시간이 그렇게 흘러버렸나 싶기도하다. 이 책 또한 신간으로 나왔을 때 따끈하게 만났는데 이제서야 읽었으니 책장 한곁에서 꽤 기다렸겠구나싶다. '남자의 자격'에서 일반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어 떠들썩할 때 이 책이 나왔기에 큰 기대도 없이 인기에 편승해 나왔구나 하면서도 정말 제목처럼 그냥 사버렸다. 제목이 좋았나? 보통은 목차를 훑어보고 나름 고민하며 책을 고르는데 정말 너무나 쉽게 골라버린 책. 그랬기에 잊혀진듯 있었던 것은 아닌지...무지 재미있는 책이 읽고 싶었다. 부담없이 편하게 무지 재미있는 책, 지식을 주는 것도 아니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멍하니 읽어도 편하고 재미있는 책을 책장에서 찾았는데 딱히 눈에 띄는 책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또 제목 따라 이 책을 잡았다. 역시 별 기대도 없었다.

 

"캐스팅은 사랑이다." 첫 제목까진 '뭐 그럼 그렇지.' 시큰둥하게 읽어갔다. 어? 그런데 밑줄을 그어두고 싶은 말들이 보였다. 남에게 굳이 들려주기 위해 읽혀주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 그녀의 삶 속에 녹아있는 진실한 말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사람에게 혼이 나는 게 아니라 옳은 것에 잘못된 것이 혼나는 것이다."(p24) 앞 뒤 각설하고 일단 이 문장에 첫번째 밑줄이 그여있다. 따지고 들자면 무엇이 옳은 것이고 잘못된 것인지부터 따져야겠지만 굳이 따지지 않기로 했다. 나 역시 원래 말 속에 말을 심는 것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지라 그 말 그대로면 내게도 충분했다.

 

책 전체의 내용엔 그녀의 삶의 중요한 멘토와의 만남과 제자와의 만남 그리고 가족과 친구와 자신의 이야기, 현재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도록 돋우어준 삶의 자양분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녀가 명명한 구름투어, 캘리포니아 루프, 자매들간의 여행, 칼린의 의식으로 행하고 있는 할로윈 파티, 크리스마스 파티 이야기로 그녀의 여행과 사람을 통한 견문을 넓혀간 이야기들. 그녀는 자유인이었다. 그 나이에 어떻게 그만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그만한 인연을 만날 수 있었는지싶었지만, 그녀의 말대로 그녀의 노력이 있었기에 그것을 알아봐주는 이들과 함께할 수 있지 않았을까싶다. 철저한 일에 대한 그녀의 마음가짐을 볼 수 있다. 그녀의 일에 대해서 볼 수도 있었다. '서양에서 빗자루 타고 날아온 마녀'로 까지 불리우며 그것을 받아들이며까지 일하는 이의 열정을 지면으로나마 느껴보았다. "내일 공연이 있는 자라면 어떤 이유로도 오늘 죽어선 안된다. 쓰러지기만 하고 반드시 공연 시작하기 전까지 다시 살아나야 한다. 공연에서의 자기 자리를 지켜내야만 한다."(p209) 누가 다른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하겠냐만은 그녀를 통해 강렬하게 들었고 그녀를 기억하게 했다. 그녀가 준비한 작품을 한 번 보아야겠다싶다. 눈과 귀와 마음으로 정말인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살림의 기술"을 적은 편에선 그녀에게 미처 느끼지 못했던 귀여움이 느껴졌다. 한풀과의 인연을 이야기할 땐 은근 자랑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자신의 한 마디에 일주일 후엔 말이 생기고 이주일 후엔 커다란 연못이 산중에 생긴 이야기. 아무나 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아무나 누릴 수도 없는 일인듯. 자랑 얄밉지만 웃으며 읽어줬다. 한풀의 사진,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웃고 넘어가는 부분임.)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심사위원으로 있는 이들의 연배가 내 또래거나 조금 더 되거나인 것을 보고선 한숨을 지었던 기억이 있다. 저들은 나름 저들의 분야에서 무엇인가를 이루었기에 저 자리에 있을텐데 싶어서였다. 박칼린 또한 그런 기분이 들었으나 그녀의 글로벌한 사고에 압도당해 부러움조차 잊고 먼 나라 사람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만한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엔 노력으로 점철된 삶이 녹아있었다. 자랑하지 않고 잔잔히 이야기해도 눈부신 자랑꺼리 투성이인듯. 하지만 자랑이 아니라 그녀에겐 그녀의 그냥 살아온 삶으로 평안해보였다.

 

그녀에게 다양성을 갖을 수 있도록한 엄마의 노력도 보았다. 내 아이들에게 제일로 미안해하는 점인데, 많은 곳을 데리고 가려 노력하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내 성격탓에 어울림의 기회를 많이 주지 못하고 있기에, 칼린의 어머니의 노력이 얼마나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 할 때쯤 "엄마에겐 그런 장점은 없으니 그건 너희들이 알아서 헤쳐나가야하는 부분이야."라고 이야기해주었다. 다행이 아직까진 아이들이 잘 하고 있다. 그녀에겐 한국도 고향이고 리투아니아도 고향이고 미국도 고향이며 전 세계가 집인듯했다. 사람에 따라선 그 어디도 고향일 수 없고 집일 수도 없을 수 있지만 그녀는 모두가 고향이고 세계가 집인듯 글로벌하게 느껴지니 어머니께 감사해야하지 않을까싶다. 성공한 이의 이야기를 듣거나 읽을 때면 항상 그들의 어머니가 궁금했다. 어머니의 이야기들 또한 관심있게 읽었다.

 

"운명에겐 그냥이란 없다. 곧 죽는다해도 그냥으로 살지 말지어다."(p83)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분들께, 읽지 않을 분들께...그녀의 강력한 메시지를 대신 전해본다.

 

그냥 뽑아들었는데 처음에 소망한대로 읽기 편하고 재미있고 거기에다 가슴 뭉클함까지 주어지는 책으로 만족하게 덮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출간 소식을 온라인서점에서 만나자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 몇 권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었는데 경주에 가서 확인을 해보고 싶다며 책을 들고와서 경주에 가자고 했던 친구가 떠올랐다. 그 때만해도 문화유산은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아이를 기르면서 역사와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내게도 자라게 되었고, 그래서 이 책이 이런저런 기억과 더불어 눈에 띄였나보다. 오랜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발간되는 책들의 묘미가 '추억에도 있구나' 싱긋 웃으며 우선 친구에게 한 권을 선물하고 나도 읽게되었다.

 

책을 처음 펼친 곳은 한의원에서 침 맞으려 기다릴 때였는데 젊은 한의사선생님이 보시더니 "두꺼운 책을 잡으셨네요."라 인사하셨다. 이틀 후 다시 갔을 땐 "벌써 많이 읽으셨네요? 그 책 읽으면 그 곳에 다녀온 것 같이 느껴지나요?" 하고 물으시기에 "아뇨, 가서 확인하고 싶어져요."라 답했다. '아하, 그래서 친구가 책 들고 가자했었구나...' 그제서야 그 맘을 알 것 같았다. "제가 그래서 그런 책을 못잡는다니까요..."하시는 한의사선생님의 답이 참 귀여워 또 한 번 웃었다.

 

솔직히 책을 잡을 땐 지루할거라 각오를 하고 펼쳤다. 그런데 에세이처럼 편안했다. 알려주고 싶은 것은 있으나 억지로 주입하려하지 않는 절제의 노력이 느껴졌다.

 

경복궁 이야기는 아이들과 서울에 있는 궁궐들을 방문하려고 계획하고 있는 내게 많은 이야기꺼리를 알려주었다. 경복궁에도 몇 번 가본적이 있긴하지만 그냥 쓰윽~ 둘러보고 오거나, '아하, 저기가 드라마에 나오는 곳이구나.' 이외엔 큰 감흥도 생각도 없었던 것을 많이 부끄럽게했다. 역시 알아야 재미도 있는 법이다. 궁이 자연과 어울리는 미학을 가졌는지, 근정전의 박석, 월대 모서리의 석견, 영제교의 천록상, 양의문의 굴뚝, 자경전의 꽃담장, 경회루 등 이젠 가서 확인하고 보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 사진에 경복궁이 한 눈에 들어와 있는 것을 보며 근처 높은 빌딩에서 전체를 사진처럼 조망해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보았다. 그럼 궁이 자연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확인해볼 수 있을거니까. 그런 곳이 있는데 나만 모르는건가?

 

경복궁의 경회루를 지은 건축가인 박자청은 노비 출신으로 종1품까지 올랐다고 한다. 장영실에 앞서 노비 신분을 뛰어 넘은 이가 있다는 것 또한 처음 알게되었다. "목조건축은 사람이 사용할 때만 그 생명을 유지한다."(p98)고 하며 좀 더 사람들 속에 있는 궁이 되길 바라는듯했다. 하지만 사용 계획시엔 외국의 궁들과는 달리 목조건축물이며 경회루가 아닌 곳은 연회를 위해 지어진 곳이 아니라는 것이 배려되어야한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한옥에서 난 누마루가 가장 탐이 난다. 건청궁 장안당의 누마루 사진이 한 눈에 들어왔다.

  

순천 선암사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며, '지난해에 다녀온 순천의 사찰이 어디었더라? 거기가 거긴가?' 했지만 아무래도 내가 갔던 곳은 아닌지 설명에서 내 기억과 맞는 부분이 없었다. 찾아보니 내가 다녀온 곳은 송광사. 순천엔 역사적인 사찰이 꽤 있나보다란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내가 이 책을 읽고 간다해도 저자가 본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을까? 그 내공의 힘을 따라갈 순 당연없겠지만, 그걸 넘 쫓으려는 것도 옳지 않은 것은 아닐까? 석등없는 사찰 이야기를 읽을 때 주지스님의 지혜에 다시 한 번 미소지으며 넘겼다.

 

달성 도동서원의 글에선 시각장애인과의 답사를 약속하고 이행하지 못한 마음의 짐이 느껴졌다. 어쩜 글로 그걸 덜어버리려 하였는지도 모르겠다. 관광지 중에서 제일 비켜가는 곳 중에 한 곳이 서원이었다. '그냥 집은 한옥이요 서원이 뭐 거기서 거기지.' 역시 알아야 볼 것이 있고 느낄 것이 많아지는 것인가보다.

 

단일민족이라는 뿌리깊은 생각에 외래 귀화인의 성씨들이 그렇게나 많은 줄 몰랐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많은 침략 속에 충분히 있음직한 일인데도 궁금해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이번 여름이 거창의 수승대에서 연극제를 한다고해서 처음 들어본 이름 수승대를 이 책에서 만나게 되니 마치 아는 곳의 숨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듯한 즐거움 또한 있었다.

 

부여 이야기를 통해 백제에 대한 우리의 시각에 대한 것도 다시 생각해보았다. 책 읽기 전 여름 휴가 때 전주국립박물관에 다녀왔다. 그 동안 부산, 김해, 경주 등의 경상도에 있는 박물관이나 서울경기지역 여러 박물관들은 가보았지만 백제의 역사가 있을법한 전라도와 충청도의 박물관은 처음이라 은근 기대를 하였다. 하지만 백제에 대한 것은 많지 않았고 오히려 그 곳에서 가야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래서 아쉬움을 가졌기에 부여이야기에 나온 백제에 대한 고민들이 이해가 되었다.

 

전국 돌담길 사진 8컷을 보는데 왜 이렇게 맘이 뛰는 것인지, 가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관아에 대한 슬픈 이야기도 잘 읽었다. 최치원의 화려한 문장을 아이들에게 읽어줄 수 있어 좋았다. 아이들의 시조가 되시는 분이니까. 이렇게 조금씩 접해보고 알아가는 것도 괜찮겠지.

 

마지막에 답사 일정표와 안내로 센스까지 더해 놓은 책. 책 한 권으로 뭘 얼마나 알고 또 책을 들고 간다한들 얼마나 새로움을 얻을 수 있을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알아야겠다'는 의지와 '알고싶다.'는 궁금증은 접수했다. 역사여행의 길잡이로 명성만큼 좋은 책이 아닐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