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읽혀줄만한 한국사 책을 찾고 찾다가 만난 책이다. 만화책을 제외하고 단편적인 내용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한국사를 서술하되 처음 읽은 한국사이니 지나치게 분량이 많지 않고, 사진 자료가 풍부한 책. 내가 찾던 조건에 거의 맞는 책이었다. 한국사의 처음이 선사, 고조선 이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내가 배운 역사는 삼국시대부터였던 것 같은데...선사, 고조선이 시작이기에 흥미를 갖고 읽기 시작했다. 언제 어떤 이유였는지 모르겠다. 고조선, 기자조선, 위만조선 그런 것이 어떤 차이인지 무엇인지 궁금해 책 한권을 사서 읽어보았지만 많은 한자와 정리되지 않은 내용에 오히려 혼란만 갖은채 제대로 이해도 못하고 덮어버렸던 기억이 있다. 내 수준에 벅찬 책으로 골랐었나보다. 그러곤 잊고 있다가 김진명 작가의 <천년의 금서>에서 삼국 이전의 이야기를 다시 만나 관심과 궁금증을 더했던 기억이다.
이 책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씌여진듯하다. 하지만 역사에 대한 개념이 없는 나같은 어른들에게도 적절하다. 책을 나이로 구분한다는 것은 역시 옳지 않다. 한반도의 구석기인 역포 사람, 승리산 사람, 흥수 아이에 대하여 들어본 적이 있을지? 개와 돼지를 신석기 때부터 기르기 시작했다는 것을 아는지? 신석기 때 빗살무늬토기 외에 덧무늬 토기, 압인문 토기가 있었다는 것을 아는지? 나름 박물관을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았는지 금시초문이었다. 늘 만나던 가락바퀴, 슴베찌르개, 긁개에 대해서도 이젠 잘 설명해줄 수 있을듯하다. 이음낚시와 어망추도 본적이 있다고 사진으로 만나는 아는 이는 마냥 반가왔다.
'단군족?' 이런 표현도 이 책에서 처음 만났다. 고대사를 공부할 때는 유물과 유적에 관한 내용을 많이 보게 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해석의 관점이 조금씩 다른 것이라 한다. 고인돌에도 생각지 못한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었다.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는 단군 조선 시기의 고인돌이 유럽의 고인돌에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면 스톤헨지의 뿌리가 아닐까라는 추측을 내어놓고 있다. 고인돌에 꽤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함께했다. 청동기 시대의 유물들 사진들도 친숙하다.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보니 가본다 가본다하면서 놓치고 있음을 다시 상기하는 계기도 되었다. 혹 사라질지도 모르는 유적이라던데 올 해가 가기 전에 다녀와봐야겠다.
랴오허문명의 유물은 한민족 문화의 유물이라 주장한다. 역시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 관심이 갔다. 문명이라 이름이 붙으려면 문자, 청동기 유물, 권력의 형성 등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한다며 긴 설명을 해놓았다. 중국의 황허문명은 랴오허 문명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하는 의견을 내고 있다.
제야 사학계와 강단 사학계의 의견이 대립되고 있나보다. 이 책을 쓴 이는 제야 사학계의 분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생각할 때 기억해두면 좋을듯하다.
고조선에 거수국이 있었다한다. 거수국이란 고조선의 제후국이다. 책을 읽기 전부터 궁금한 것이었는데, 이 책을 읽었지만 그래도 난 아직 고조선, 위만 조선, 기자 조선, 단군 조선의 의미가 정리가 되지 않는다. 다시 읽고 생각해봐야 할 부분인듯하다. 아직 학자들 사이에서도 정립되지 않은 것이라 그럴까? 박물관에 가보면 박물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 역사를 보았던 기억이 불현듯 났다.
광개토대왕릉비, 이렇게 들어왔는데 여기서는 광개토호태왕릉비라 일컫고 있다. 사소한 이름들까지 달리하니 좀 더 신중하게 눈이 가게되었다. 장수왕의 평양천도에 대해 두가지 견해를 인용했는데 "계속 압록강 이북에 남아있었음은 현재 중국은 고구려를 중국사라고 단정 지었을 것이고 장수왕의 천도는 만주와 압록강 위아래를 모두 우리 역사로 규정하는데 큰 잣대가 되었다."(p214) 또 하나는 "대륙적 성격을 지닌 고구려가 평양으로 천도함으로써 우리 역사의 대륙적 성격이 퇴화하고 반도적 성격이 강해졌으며, 신라 . 백제와 격렬하게 대립하는 계기가 되었다."(p214) 아마 앞에 이야기한 두 사학계의 대비되는 의견이 아닐까싶다. 장수왕에 대한 이런 평가도 첨 접하는듯하다. 내가 관심이 없었던 것이었나? "고구려의 멸망은 장수왕 때 예견된 것은 아닐까요?"라고 까지 저자는 되묻는다. 이 책을 읽어가며 저자는 고조선을 이어가는 정통성과 고구려의 잃어버린 땅에 상당한 집착을 보이는 듯했다. 그에 대한 저자의 역사에 대한 시각이 삼국과 통일신라 및 아직 내가 읽지 않은 부분조차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을까싶다.
삼국 중 신라에 대한 평가는 지나치게 편파적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그건 매맞는 아이 편을 듯들 드는 마음이고, 나 역시 신라에 대해 객관식 문제에 답을 적는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기에 아직까진 뭐라 이야기하진 못하겠다. 다만 아이에게 이 책을 권할 때는 저자의 역사를 보는 관점에 대해서 미리 이야기를 해주거나, 다른 주장이 있는 책을 함께 읽혀 다양한 주장과 관점을 알게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삼국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고조선에 대한 어지러움과는 또 다른 동의할 수 없는 의견들이 생겨 또는 더 많은 의문들이 생겨 그에 대한 평은 접어둘까한다.
책 말미엔 세계사와 한국사 연표를 잘 정리해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