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라는 책이 나와 베스트셀러가 되었던게 얼마전이었다.
지금은 그의 아버지 고종에 대해서 또 한번 재 조명하는 것이 아니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일본의 치하에 들어가게 한 조선시대의 마지막왕 고종으로만 생각해왔던 그래서
그다지 훌륭한 왕이 아니라 너무나 무능력한 왕으로 인식이 되어왔다.
그런데 지금 내 앞에 고종 죽기로 결심하다라는 책이 한권있다.
고종은 암살당했다. 그것은 반쯤은 자살이었다.
다시말해 고종은 자신이 암살될 것을 어느정도 예측하고 이를 굳이 피하려 하지 않았다.
책표지 앞에 이런 문구가 있다.
호기심이 자극된다.
도대체 고종에게는 어떠한 사연이 있었을까?
고종은 유난히 운이 없었다. 유례없는 외세의 전면적 침탈을 맞이해 기존의 사대부 세력은
고종이 서양 오랑캐에게 영혼을팔아 먹고 있다고 분개 했고, 동양적 군주제의 맥락을 모르는
서양 인사들은 고루하고 과단성이 없다고 여겼다.
고종하면 그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 흥선대원군이 고르고 골라 뽑았던 며느리 명성왕후.
고종은 밤을 낮보다 사랑한 까닭에 한국 근대화가 몇 가지 앞당겨지기도 했다.
1887년 궁궐에 전구를 처음 설치해 전깃불을 밝힌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때가 1879년이고 보면 당시로서는 최첨단 기술을 놀랄 만큼 빠르게 받아들인 셈이다.
쾅 ! 쾅 ! 쾅 ! 개화가 무엇이더냐?
세상에 이럴 수가....도저히 당할 수가 없어!
1875년 8월 25일. 인천 영종진을 지키던 영종부사 앞이 캄캄해졌다.
강화도 초지진을 두둘겨 부수고 한산도의 포대도 쑤갑ㅌ으로 만들고 다시 인천 영종까지
내려와서 영종진의 포대에 포탄을 퍼붓고 있었다.
이리하여 강화도 조약과 조선을 당장 서양으로 바꿔놓으려는 개화 세렉의 망상.
이는 대원군, 외세의 야욕과 한데 얽히면서, 임오군란과 갑신정변이라는 유례없는
'천하대란'을 일으기고야 만다.
두차례나 변을을 겪고 기근과 역병이 뒤따랐고 물가가 하늘을 찔러 백성들이 편안히 살수가 없었고,
난민이 벌떼처럼 일어났다.
국운이 기울고 외세는 막을도리가 없었으니, 민씨가 정권을 쥔 이래 나라의 재앙이 극에 달했다.
을미사변이후 조선은 고종을 꼭두각시로 만든채 일본의 지시에 따라 '을미개혁'이라고 부르는
조시를 취해나갔다.
50회생일을 그것도 양력으로 치른 부담스러운 잔칫앙을 물리고 난 고종은 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았다.
대왕대비마마, 아버지,흥선대원군, 어머니, 그리고 중전...명성왕후...
긴 세월을 함께 울고 웃고, 국정을 논의 하고, 실랑이를 벌이던 신하들...
고종은 한숨을 쉬었다.
나는 왜 ....살아 있지?....
그렇구나, 여태 왜 그걸 몰랐을까. 미련한건 나다.
군왕이 죽고 왕조가 망해도 저들 백성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을. 이 조선왕조가 이루어지기 전,
까마득한 먼 옛날 부터 이땅에는 백성이 있었다.아아, 왜 몰랐던가.
던지는 것이다. 이손으로, 버리는 것이다. 이 목숨을. 그리고 왕조까지를...
무엇보다도 앞서 지키려했던 것을 스스로 모두 버린다. 임금의 통치시대를 마감하고, 진정 백성이
주인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한다.
그것만이 이제껏 죽지 못하고 살아온 이 미련한 사람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일, 백성을 위한 최후의 봉사이리라.
그뒤로 팔년 ...
고종은 그렇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면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식혜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