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과 민족주의는 적절한 선에서 무르익어야 그 건강성이 담보되고, 타자의 감정을 해치지 않을 뿐더러 자신의 실리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요즘 독도와 동해의 표기 문제로 한일간의 다툼은 더 이상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이슈로 비화하는 느낌인데요. 최근에는 해외 유학생이 늘다 보니 이 문제에 대해 국내외의 인식과 분위기의 차이가 커서 더 깊은 고민을 하는 분들도 있나 봅니다.

이 책의 저자 이숲씨는 이미 문단에 등단했고 나이도 꽤 든 작가입니다만, 그녀가 스웨덴 유학 시절, 밖에서 느꼈던 다양한 감상과 새롭게 자각한 민족의 정체성, 뜨거운 민족애 같은 걸 집약해서 이 책을 저술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목도 대단히 특이한 게, 자신은 스무 살 때 미처 몰랐던 (대한민국에 머무르지 않는) 내한민국을 깨닫게 되었음을 타이틀에 담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 뜨거운 격정이 제목을 통해 전달이 되는 경험, 미처 책을 읽기 전의 독자라도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 을 펼쳐 보고는 더 놀라게 됩니다. 단순히 작가 자신의 감상만 적은 게 아니라, 개화기와 일제 강점 초기에 저술된 다양한 문헌을 빠짐없이 인용하여, 촘촘한 준(準)역사서로 꾸미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이미 수필집이나 애국 감상 토로가 아니라, 정색을 하고 읽어야 할 저널이나 논문에 육박합니다. 커즌 영사나 비숍부인의 저서는 그간 제목만으로 인용이 많이 되었습니다만, 요즘은 국내에 본격적으로 완역이 되기도 해서, 이 부분에 한해서라면 서울대 규장각 고문서 보관서가 아니라도 우리 일반 독자가 접할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책은 하멜 표류기의 저자 네덜란드인 하멜에 대해서, "탈출에 급급하다 보니 우리 민족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남의 나라에 제 의사도 아닌 천재지변으로 표류되어 온 사람을 억류했던 입장에서, 우리를 좋게 봐 주지 않았다고 그걸 비객관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 책 처음에 보면, 우리 민족의 가장 큰 장점으로 "자연스러움"을 들고 있습니다. 이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각박하게 편향된 법을 기계적으로 적용 집행할 게 아니라 융통성있게 인정을 베풀 능력이 있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집니다(예를 들어 이 책 맨 처음에 나오는 독일 유학생 절도 사건). 그 좋은 품성을, 왜 하멜에게는 발휘하지 못했을까요? 간첩질을 하지도 않은 남의 나라 사람을 억류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하멜이 우리가 원하는대로의 평가를 안 해주었다면 그게 객관성을 결한 거겠습니까? 먼저 우리가 우리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일관된 행동을 해야 남이 우리를 좋게(아니면 객관적으로) 봐 주는 거 아닐까요? 우리 조상들의 못난 점은 그것대로 똑바로 보아야, 오늘날의 바른 자아상이 확립될 수 있습니다.

일본놈들은 우리 민족에 대해, 악질적으로 왜곡된 선전을 일삼아 안으로는 우리 민족을 영구히 노예 상태에 묶어 두려고 했고, 밖으로는 식민 지배 상태를 국제적으로 정당화하려는 매우 악랄하고 간교한 책동을 부렸습니다. 이제 시대가 흐르고 흘러, 우리 기업들은 해외에서 일제를 압도하는 경쟁력을 과시하며, 혁신을 이루지 못한 채 우물 안 개구리에서 더 이상의 성장을 거부하는 좀비 같은 일본 기업을 유린하다시피 맹활약 중입니다. 이런 판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정반대의 보상적 왜곡에 혹여라도 접근하는 바 있다면 그건 부끄러울 뿐 아니라 불필요한 일이기까지 합니다. 세계의 그 누가 감히, 우리를 게으르고 자치 능력이 결여된 민족(지난 세기 씨어도어 루스벨트 미 대통령의 표현)이라고 주장합니까? 이미 깨끗이 떨어져 나간 과거의 유령에는 어떤 식으로건 집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고정된 민족성이 있다는 자체가 일본놈들의 덜 떨어진 망상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지금 와서 우리 자신의 민족성(?)에 대해, 근거 부족의 긍지와 찬양으로 일관한다면, 이건 백 년 전 제국주의자의 마수와 농간에 스스로 역방향으로 빠져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올바른 개인주의와 성숙한 민주주의의 확립에 더 많은 노력을, 감상적 민족주의에보다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리더십의 본질에 대해 논하는 책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영혼의 순수함과 서로 통함, 일명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은 흔치 않은데요, 이 책은 영혼의 성장과 리더십의 관계를 논한 보기 드문 책입니다.

저는 얼마 전에 오르테가 아만시오 회장을 인터뷰한 책을 읽었습니다. 이 사람은 우리가 잘 아는 패스트패션 자라의 창업자입니다. 그 사람의 족적과 독특한 리더십에 대해 단연 특이한 게 있었다면, 직원들 중 어느 누구도 회장에 대해 나쁘게 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행여 누가 아만시오 회장을 욕이라도 할라치면, 자진해서 "우리 회장님은 절대 그런 분이 아닙니다!"며 변호에 나선다는 거죠. 바로 이런 것이 영혼의 리더십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영혼을 강하게 하는 덕목들은 어떤 게 있겠습니까? 첫째 선물은 주인 정신이 라고 합니다. CEO는 직원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과정에서 신뢰를 얻습니다. 신뢰는 쌓이고 쌓여 마침내 가장 하부 위계에 자리한 직원들까지도 회사를 일시적인 일터가 아닌, 자신과 일체가 된 조직으로 여기게 됩니다. 주인정신은 여기서 그 대종이 비롯합니다.
두번째는 사랑입 니다. 앞에서 말한 주인정신이 쌓이고 쌓이면, 직원은 오너를 단순한 존경이나 두려움 이상의 대상으로 여깁니다. 이 때 CEO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제가 전에 읽은 책 중에 <존중하라, 존중 받는 직원이....>라는 서적이 있었습니다. 직원을 코스트로 생각하는 회사나 경영자는, 더 이상의 업무 효율을 이뤄 낼 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직원의 영혼과 소통하려면 경영자부터가 마음을 활짝 열고 다가서야 한다는 겁니다. 일부 종교 경향 기업이 성공을 거두는 예도 아마 이것과 무관하지 않겠습니다.
세번째는 힘입니다. 이 힘이란 강압의 수단도 아니고, 일방통행적인 성격도 아닙니다. 나누면 나눌수록 늘어나는 마법을 가진 에너지의 전파 수단입니다. 이렇게 해서 가치있는 행적이 쌓이고 쌓이면, 네번째 선물인 "의의"가 찾아 온다는 게 저자의 결론입니다.

요즘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이 더 이상 옵션이 아니라 필수의 정책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참다운 CSR이 어디서 그 근거를 두는지, 영혼에 대한 차분한 성찰로 그 본질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리더십에 영혼의 깊이를 입히고 싶다면 이 책이 좋은 참고가 될 거 같네요.

마 크 샌번은 "우체부 프레드 시리즈"로 세계적 히트를 기록한 사람이죠. 이번에도 그의 듬직한 모습을 표지 띠지에 실은 채로, 새 자기계발서를 펴 내었습니다. 모든 파도가 기회라는 말은 참 명언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건 한국어 번역제목이 그럴 뿐이고, 원서의 타이틀은 <UP, DOWN, OR SIDEWAYS- HOW TO SUCCEED WHEN TIMES ARE GOOD, BAD, OR IN-BETWEEN> 입니다. 번역을 해 보면, "위로 갈까, 아니면 아래로, 그것도 아니면 옆으로? 상황이 좋을 때, 나쁠 때, 아니면 그저그럴 때 어떻게 처신하여 성공할 것인지" 입니다. 원서보다 오히려 우리말 제목이 더 낫습니다. 부제는 see, think, do라고 되어 있네요.

마 크 샌번은 책의 서두에서 우리에게 다소 놀라운 고백을 합니다,  저자와 강연자로 잘나가던 그가, 암 선고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하긴 도처에 발암물질둘이 우리를 노리고 있으니, 이처럼 바쁜 분이라고 해서 흔한(?) 암이 비껴가라는 일도 없죠. 그런데, 정말 제목 그대로 모든 파도(여기서 파도라고 하면 아마 위기의 비유적 표현이겠죠?)를 하나하나 기회로 이용하는 자세, 이것이 저자인 샌번의 몸과 마인드에 그대로 밴 것인지, 그는 인생 일대의 이 위기를 절묘하게 기회로 선용하여 이런 책을 쓰는 일로까지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아무리 말로만 번드르르한 수사를 늘어 놓아도, 자신이 실천에 옮기지 못하면 오히려 비웃음만 살 뿐인데요. 저자 샌번은 그 반대의 모범적인 예를 책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뭐겠습니까? 지식이 아닙니다. 바로 모든 파도를 기 회로 활용할 줄 아는 과감한 행동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저자 샌번은 이의 입증을 위해 다양한 예를 들고 있습니다. 앞에서 적었듯 자신의 사례 뿐 아니라, 자기 동생의 예까지 거론하며 그 실천의 문제를 확증하고 있는데요. 특히 모든 일에 감사할 줄 알라는 게 좋았습니다. 영어로 감사함은 gratefulness인데, 저자는 이를 greatfulness(이런 단어는 영어에 없죠)로 바꾸라는 주문을 하고 있습니다. 긍정의 극한은 곧 활로의 모색과 통합니다. 샌번 그만이 할 수 있는 박력 있는 자기계발 금언입니다. 기독교 성경 구절도 자주 인용되므로 신자들이 읽으면 더 공감이 잘 될 것으로 짐작하지만, 아닌 저도 잘 읽었으니 문제될 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