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지쓰라고도 불리는 유술은 일반인들의 인식과는 달리 실전 싸움에서 꽤 효용이 높은 것으로,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소문이 나 있습니다. 저자 강준 사범님은, 한국, 그리고 아마 세계 최초로, 공권 유술을 창안한 분입니다. 책의 왼쪽 겉 날개에도 나와 있듯이 겉모습만 봐도 단단히 한 가닥하게 생기신 분입니다.

저는 이 책을 처음 접하고, "책으로 배우는 무술 교본'"정도로 생각하고 책을 넘겼습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학교에서 왕따에 시달리는 아이들, 소수의 못된 패거리에게 폭력으로 시달리는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그 상황을 슬기롭게 모면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제시하는 장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우리가 이런저런 다양한 인생들과 부대끼는 세상이라는 정글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정신 자세가 무엇인지, 인간 관계에 치이면서도 나의 주체성을 소중히 간직할 방법에는 어떤 게 있는지, 이런 사항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듬뿍 배어 있는 책이더군요.

강 준 사범님은 무도인답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솜씨도 상당하시던데요. 생긴 모습이나 하고다니는 의상이나 영락없는 동네 양아치인 어떤 사내와 술자리를 같이하면서, 처음에는 강준 저자가 화제를 리드해 나갔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그의 애인이라는 여성이 자리에 들어 오자 강 사범은 기겁을 하게 됩니다. 작은 키에 툭 튀어 나온 배, 어느 모로 보나 어울리지 않는 그의 애인이라는 여성은, 미스코리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빼어난 미인이고, 대기업의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재원이기까지 했던 거죠.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알고 보니 그는 대단한 재력가의 아들이었고, 이런 사실이 밝혀진 후에는 자리의 주도권이 강 사범님에게서 그 사람에게로 완전히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이른바 후광 효과를 말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겪은 재미 있는 일화를 소개한 건데요. 읽는 도중 결말을 끝까지 숨기는 기법이나, 마지막에 스스로를 희화화하는 대범함이나, 이야기 솜씨가 참 좋으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주차장에서 본드를 흡입하는 건달들과 싸운 무용담, 가르치는 제자 중 운동 신경이 사범인 자신보다 더 빼어난 천혜의 조건으로도 반에서 집단 폭력에 시달리던 어느 학생의 이야기(심리학 용어를 빌리면 학습된 무기력이겠죠) 듣등 흥미로운 경험을 많이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싸움의 정석은 결국 바른 자존감과, 평소에 게을리하지 않은 튼튼한 육체에서 비롯한다는 게 최종의 결론으로 보였습니다. 시간 나면 유술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하는 책이었어요.

두산 그룹은 초거대 재벌로 평가 받은 적은 없습니다. 우리 나라 굴지의 재벌이긴 하지만, top 5, 혹은 top 10에 진입한 적은 아마 없는 걸로 기억됩니다. 그런 두산이지만, 한번도 경영 위기를 겪은 적이 없는 건실함을 자랑합니다. 해방 이후로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은 여럿이 거론되었지만, 그 내막이나 연대기를 속속 파 보면 의외로 지속성이 큰 곳이 별로 없습니다. 1970년대부터 계속 초거대 기업의 위상에 있던 대우는 지금 그 흔적을 찾기 힘둘고(GM 대우는 조만간 사명 개칭을 도모한다고 하죠? 하이마트에 대해서는 아무도 그 정확한 내막을 모를 뿐이구요), 현대그룹 역시 정몽구씨에게 이어진 자동차 계열을 제외한 나머지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득합니다. 이토록이나 기업과 재벌의 운명이 부침이 심한데, 유독 두산은 우리 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오랜 기업이면서도, 그 비중에 특별한 변동 없이 꾸준한 모습입니다. 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야구단처럼, 빼어나게 화려한 모습을 뽐내지 않으면서도, 언제나 건실하고 믿음직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마치 국민 경제의 튼실한 대들보처럼.

이 책은 그런 두산 그룹의 실질적인 창업자인, 박승직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입니다. 선생은 지금으로부터 한 세기 하고도 오십 년 전인, 1864년에 태어났습니다. 이 때라면 우리가 국사책에서 배운 육의전, 관허 특혜 상인의 제도가 아직 남아 있을 때입니다. 이 소설에도 나오는 용어로 "헤상공국"이 있는데요. 국가에서 일정한 특혜를 부여하는 보부상 집단을 관할하는 관청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김옥균 등이 주동한 갑신정변의 강령 중에, 이 혜상공국의 폐지가 들어 있음을 국사 시간에 배운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갑신 정변이 벌어진 해에 청년 사업가로 이미 전남 해남 땅에서 종잣돈을 크게 벌어 가문을 일으킬 꿈에 부풀어 있던 박승직은, 그를 후원하던 지방관(그가 사또라고 부르던)의 은밀한 부름을 받습니다. "장차 신분 제도가 혁파되고, 소수의 제한된 이들에게만 허여되던 상업이 이제 뜻있는 만인에게 모두 개방될 작정인가 보다." "무슨 말씀이신지...""승직아, 나는 너를 더 이상 붙들어 둘 수 없다! 세상이 개벽하듯 이리 요동치고 있으니, 젊고 뜻이 높은 너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길을 떠나거라!" 뜻이 범상치 않았던 청년이었던 만큼, 주변의 큰 인물들도 그를 대접함이 이처럼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자본주의가 그 기초적인 틀 도 채 갖추지 못한 시절이었던지라, 아무리 비범한 수완을 타고난 그도 출발은 순탄지 못했습니다. 나루터에서 어렵사리 얻어 탄 배 안에서, 질 나쁜 불한당패의 시비를 아버지와 함께 받기도 합니다. 부친이 사정을 애걸하는데도, 불한당들은 그들이 뱉은 가래침을 혀로 핥아 오라는 둥, 아닌 밤중에 소리 한 곡조를 해 보라는 둥 갖은 행패를 부립니다. 청년 박승직은 참을 수 없는 울분을 느꼈지만 아버지의 안위와(나이가 많아 거동이 불편했습니다) 자신의 창창한 앞길을 생각하여, 한신이 동네 무뢰배들 가랑이 사이로 기었듯, 한때의 치욕을 참고 훗날을 도모하려 합니다. 승직이 종로 한 복판에 꾸린 점포는 날로 번창하여, 마침내 개화장의 한 신사 김만봉과 조우하는 데서 1권이 끝납니다. 쌀녀 등의 로맨스와 기구한 사연이 갈수록 꼬여 가는 데요. 빨리 2권을 읽고 싶습니다.

저자는 부산에서 나고 자라, 실수로(?) 고신대에 수석으로 입학했다고 하는 청년 강연자입니다. 제목에 나와 있듯이 기독교 신자이며, 일반인의 시선으로는 좀 과하다 싶게 일상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다니는 걸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나눔은 아무리 베풀어도 지나치지 않으며, 말뿐이 아닌 실천이 뒤따른다는데 이를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나눔의 대열에 선뜻 끼지 못하는 게 부끄러울 뿐이죠.

이 책은 제가 얼마 전에 읽은 <재밌게 배우는 성경 속 사자 성어>를 펴낸 가나북스의 작품입니다. 저렇게 상품 이미지만 보면 그런 줄을 모르는데, 실제로 책을 받아 보시면 너무도 이쁘게 만들어진 제책 솜씨에 깜짝 놀랍니다. 솔직히 말하면, TV에 나오는 깎은 듯 잘생긴 연예인의 외모에 너무 익숙해진 우리 눈에, 저자이자 주인공인 송주현 씨의 표지에 실린 외모는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게 보입니다. 하지만 감동적인 내용도 내용이고, 워낙에 깔끔하고 미려하게 만들어진 책의 디자인 덕분에, 그의 모습은 여느 아이돌 스타 못지 않은 후광을 뿜는 듯 착시를 일으킵니다.

저자 송주현은 제목에 나온 대로, 올해 나이 25입니다. 한창 좋은 나이인데다, 키는 무려 191cm입니다. 키만 큰 것이 아니라, 몸 전체가 거인을 방불케 할 만큼 큼직큼직한 거한입니다. 언뜻 보아 착한 마음씨나 나눔 같은 것과는 잘 안 어울리는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훌륭한 신체 조건 덕에 학창 시절 내내 직업 운동 선수를 꿈꾸었던 그는, 그러나 아예 자신의 천성인, 남을 돕고 베풀고, 마지막까지 지닌 소유뮬 하나까지, 노숙자, 신용 불량자, 독거 노인, 오갈데없는 버림 받은 인생들을 위해 남김 없이 베푸는 일로 아예 직업을 정해 버렸습니다.

왼쪽 페이지의 사진은 그의 아름다운 여자친구입니다.

책 은 그가 나고 자란 경상도 사투리로 쓰여 있습니다. 이 책은 올컬러 편집에 얇고 고급스러운 백상지로 제작되었는데, 그 아름다운 캔버스에 촌스러운 사투리가 그려져 있으니, 속물적인 눈에는 이런 언밸런스가 또 없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책의 겉모습에 정확한 비율로 조화를 이루듯, 책 장장에 아로새겨진 그의 행적은 지상에 성자, 예수가 따로 없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무엇이 이 파릇파릇한 청춘을 밑친 나눔의 길로 접어들게 했을까요? 그의 말대로 신의 이끎인지, 아니면 나눔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우리 사회의 척박하고 야만적인 풍토의 반작용인지,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