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강조하는 트렌드가 대세라는 점은 요즘 어느 경영학 서적을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무슨 책을 열어 보아도 혁신이고, 다만 그 혁신의 방법론에 있어 어떤 길을 취할 것인가 정도에서 의견이 갈릴 뿐입니다. 저는 <최고의 전략은 무엇인가>에서, "기존에 잘 알려진 방법을 단순 반복으로 활용하라'는 다소 색다른 입장을 봤을 뿐이고, 그 외에는 거의가 비슷했습니다. 사실 혁신이란 게, 이론으로 구체화가 가능한 게 아니고, 오로지 재화와 서비스의 실제 생산에서만 그 실질적 의미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겠죠. 

혁신이 중요한 건 대기업이든 중소 건실 업체이든, 벤처든 스타트업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왜 혁신이 갑자기 이처럼이나 주목을 받게 되었을까요? 시장의 상황이 워낙 척박해졌기 때문입니다. 대중의 수요는 변덕을 더해가고, 세계적인 빈부 격차 심화 추세가 어디서던 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예외는 중국과 동남아 정도였는데, 이 중 중국은 최근에 들어 이 대열에서 이탈하여 새로운 사회 모순을 노정하고 있죠), 기업을 압박하는 원자재 비용, 각종 고정비는 날이 갈수록 또 악화하는 흐름이니, 혁신에 성공하지 않고는 생존이 어려운 ？r편입니다. 스마트폰 같은, 한 세기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혁신을 이룬 애플도, 한 순간의 환호를 뒤로 한 채 지금 또다시 경쟁 심화의 파고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이러니 일반 기업의 형편이야 어떻겠습니까.

마이클 미칼로위츠라는 이 저자는,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부터 주로 창업을 전문으로 해 온, "스타트업 엑스퍼트"라고 불릴 만한 사람입니다. 그는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아이디어를 주체 할 길 없어서, 거의 눈만 뜨면 창업, 쉴 틈만 생기면 창업을 해 온 특이 재능과 경력의 소유자입니다. 창업을 한 데서 그친 게 아니라, 그 시도한 대부분의 창업체를 대기업에 비싼 가격으로 매도하고, 이 과정에서 큰 이익을 보았으며, 이런 경력이 쌓이고 쌓여 일반에 널리 알려지자, 다양한 창업 희망자들로부터 "파트너가 되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로부터도 수익을 올리고 있는 대단한 사람입니다. 이 뿐 아니라, 요즘 야심만만한 청년들의 꿈인 창업의 기초 설계를 위해, 각종 강연이나 저서의 출판 분야로도 콜이 쇄도하여, 이런 쪽으로부터도 만만찮은 수입을 올리고 있죠. 이쯤 되면, 혁신 경향이나 혁신 재능이 아닌, "대담하게도 혁신 본능'이라는 타이틀을 단 책을 쓸 자격이 있을 것입니다.

사실 그의 진정한 가치는 "제가 이러이러한 창업을 좀 하려구 하는데 무슨무슨 노력이 필요할까요?" 같은 질문에, 그 자리에서 "당신에게 필요한 건 요거, 요거, 요거!"라며 명쾌한 해답을 내어 놓는 데서 확인이 가능할 것입니다. 다른 말로, 총론, 일반론에 그칠 이런 책만 보고서는, 저자의 능력이나 독자의 희망이 증명 혹은 충족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일반론에 그칠 뿐인 이 책이라고 해도, 워낙 달인의 경지에 오른 저자의 한 마디이고 보니 강렬한 느낌으로 와 닿은 명언이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은 희망만 있을 뿐, 확신이 없기 때문에 일이 안 되는 것이다!" 입니다.

"여기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 분 손들어 보시오."

다들 손을 듭니다.

"여기 백만장자인 분 손들어 보시오."

다들 손을 내립니다.

손을 내리는 건 겸손이 아닙니다. 자기 한계의 섣부른 인정에 불과하다는 거죠.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이미 백만장자라고 자신을 생각하고, 그에 알맞은 모든 세팅과 감성을 자신에게 해넣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자기 기만이나,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를 하라는 게 아닙니다.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환각에 가득할 뿐, 정반대로 정작 자기 확신은 부족하기에 파멸로 치닫습니다. 확신이 충만한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주저없는 행동에 나섭니다. 이것이 바로 실패자와 성공자의 차이입니다. 행동에 나서야 할 때, 실패자는 다소의 위험 부담만으로도 결행의 시점을 미루다가, 결국 단 한 번으로 오는 챈스를 놓칩니다. 성공자는 "지금 아니면 영원히 없다"는 확신으로, 거칠 것 없는 실천의 한 발을 내딛습니다. 확신은 이처럼이나 큰 결과의 차이를 부릅니다. "나는 이미 백만장자다!"라는 생각은,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게 하는 가장 큰 비결이라는 점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그 구체적인 실천론은 책에서 직접 찾아 보시기 바라구요.^^

과연 "패션 디자이너"와 "패션 스타일리스트", 심지어 "패션 모델"의 차이를 순간순간 확실히 구분지어 쓰고 계셨나요? 이 책의 정의에 따르면 "머리 속에서 상상한 대로의 이미지를 누구에게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해 내는 사람"입니다. 일상에서 쓰는 용법 중 하나인 "자신의 스타일을 기가 막히게 잘 구현하고 다니는 사람"이라기보다(그런 뜻도 있지만요), "다른 사람의 스타일을 최신의 트렌드에 맞게 잘 꾸며 주는 전문가"라는 뜻으로 쓰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스타일리스트는 과거 우리 나라 연예계에서 쓰던 말을 빌리자면 속칭 "코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코디네이터"의 약칭일 이 말은, 사실 일반인들이 알 수 없는 "무대 뒤"에서 이리저리 분투하는 직종입니다. 일반인들까지 이 명칭을 쉽게 입에 올리게 된 건, 워낙 팬들이 연예인에 관심이 많다 보니, 좋아하는 연예인(주로 "오빠"들이었겠죠)을 저리 멋진 모습으로 무대에 올려 주는 분들이 누굴까, 이런 관심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코디"의 역할은 예나 지금이나 매우 중요합니다. 오죽하면 "코디가 안티다."같은 말까지 유행했을까요. 아무리 좋은 옷을 걸치고, 입은 사람의 타고난 조건이 좋아도, "스타일나게" 옷을 입지 못 한다면, 그 노력과 호조건은 무위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사자성어를 빌려 말하면 "화룡점정" 같은 역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타일리스트가 일하는 곳은 주로 연예계, 광고계입니다. 이곳에서 그들은, "누구처럼 보이게, 혹은 어떠어떠한 이상형처럼 보이게" 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우리도 흔히 쓰는 말인 "OOO 룩"이 바로 그것입니다. 빼어난 감각과 경험을 지닌 스타일리스트들은, 주 아이템인 "옷"과 각종의 소품, 장신구를 잘 조합하여, 상황과 의도에 가장 어울리는 "패션"을 완성해 냅니다. 이 직종이 어려운 것은, 이 책 곳곳에서 강조되고 있는 바처럼 "단시간 안에" 주어진 미션을 해 내야 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한번 척 보고 컨셉을 창출해야 하며, 오랜 시간 동안 낑낑거리는 사람은 유능한 직업인으로 평가 받지 못 합니다. 스타일링이라는 게 정규 자격증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한국의 경우 이제 갓 시작된 제도가 있긴 하나 아직은 존재감이 약합니다), 그 능력을 증명할 물적인 수단도 합의된 게 없습니다. 현장을 두루 거치고, 그때그때 의뢰인이나 총괄 감독에게 인정을 받아야 커리어가 쌓이고, 마침내 확고한 평판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이 직종의 예로, 빅토리아 베컴을 들고 있습니다. 사실 그녀는 세계적 인기를 누린 아이돌 스파이스걸스의 멤버였으니, 그녀를 가리켜 "스타일리스트"로 성공한 사람이라 부르는 건 무리이기도 합니다. 더 뚜렷한 커리어를 두고 부차적(스타일리스트 데뷔 당시로선)인 성취를 내세우는 것도 어색하고, 완전한 무명인이 아닌 이미 다른 분야에서 일정 업적을 이룬 이가, 새로운 분야에서 어떤 성취를 이루는 게 다른 신인에 비해서는 유리한 입장이었을 거라는 짐작에서도 그렇구요(우리도 구혜선이 영화감독, 솔비가 화가라고 하면 그리 곱게만 안 보는 것과 비슷하죠). 하지만 빅토리아는 어찌 보면 몸을 낮춰 이 분야로 새롭게 진입해서 도전을 시도한 건데, 그가 멤버 시절에서부터 워낙 빼어나게 드러냈던 패션 감각이 결국 여기서 제 대접을 크게 받았다고 다들 평가를 한답니다. 물론 스파이스 걸스 전 멤버가 아니었다면기회를 잡는 일이 어려웠겠지만, 일단 잡은 기회에서 그녀는 '자신의 진짜 재능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확실히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는 데에 성공했다는 거죠.

한국의 현실은 어떨까요? 사실 기존의 직업도 안정적인 수입을 벌어다 주는 게 위협받고 있는 현실에서, 누가 패션 스타일리스트를 하겠다면 격려 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게 보통일 거에요. 어찌 되었든 어려운 여건에서도 재능과 근성으로 빛을 발하는 사람들은 많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서영희, 채한석, 서정은 세 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직종에서 진짜 나의 가능성을 마음껏 실현하기를 꿈꾸는 분들께는 "현실(상상이 아닌)에서의 좋은 모범"이 될 이 책의 여러 성공자들이 멋진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