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산책시키던 중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스물아홉 살 알렉스의 천국 입주 시험을 다룬 소설이에요. 지상에서 충실한 삶을 살고 있었는지, 자아를 실현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내 생애 최고의 열흘'이라는 주제로 에세이를 쓰게 됩니다. 이 에세이의 통과 여부에 따라 천국의 가장 상위 단계에 머무를 수도 있고, 조금 더 낮은 단계의 천국으로 갈 수도 있는데요, 그녀의 이야기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뭐였을까요? 저는 삶의 진창을 관통하는 힘을 느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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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족한 집안에서 기적적으로 태어난 알렉스는 웃어른들의 애지중지함 속에서 성장합니다. 이에 청소년 시기에는 또래의 반란을 사기도 하고, 그로 인해 든든한 친구를 얻게 되기도 해요. 여러 방황과 일탈 속에서 격동의 20대를 보내고 조금씩 계단을 밟아 나가 성장해나가는 그녀의 이야기는 여느 사람들과도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해요. 무엇보다도 미치광이 같던 청춘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니 말이죠.

 

 

​"넌 멍청하지 않아, 현명한 아가씨지. 네가 선택한 것들이 최선이 아니었어도 괜찮아 .그들은 네가 그렇게 선택한 이유를 알고 싶은 거야. 동기가 순수했다면 괜찮을 거야. 넌 생각없이 산 게 아니었잖니. 인생에서 얻고자 하는 바를 알고 있었어. 에세이를 쓰렴. 그들이 원하는 걸 말해주고 끝내버려!"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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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앞날을 예측할 수도 없지만 살만하다 싶을 때의 사건 사고는 언짢을 수밖에요. 죽음이란 상실감 속에서 지난 날을 회상하는 그미처럼, 살아 있는 이 순간의 삶에서 우선순위는 무엇인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전하지 못했던 말들, 미안함, 고마움, 사랑한다는 표현들을 숨기지 말 걸-, 아니다 싶은 길목에서 미련스럽게 굴지 말 것을- 후회와 반성으로 점철되곤 하지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날들을 사는 지금, 헛되이보내는 일이 없어야겠음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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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을 가치 있게 보낸다면 충실한 삶을 산다는 게 어떤건지 깨닫게 되겠지. 중요한 건, 놓쳐버린 것 때문에 아쉬워하며 아파하는 게 아니라 지금 가지고 있는 걸 최대한 활용하는 거야."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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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미의 천국 입주 시험은 들쑥날쑥했던 삶을 돌아봄과 동시에, 사후 세계가 있다면 그들은 지금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 하여 남겨진 이들이 너무 아파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전해집니다. 오래전 세상을 먼저 간 친척들을 만나 수다를 떨기도 하고, 바라던 것을 갖게 되기도 하니 말이죠. 천국 생활의 모습을 꿈꾸고, 충실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에 있어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에요.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데, SF판타지가 맞지 않는가보다. 나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책장 속에 넣기도 뭣하다. 다시는 안 읽을 것을 알기에. '아, 저 책 재미없어'라는 기억만을 갖게 될 것이 뻔하다. 얼토당토하지 않은 내용에, 읽으면 읽을수록 흡인력은 커녕 '해괴망측한 결말'에 달리 할 말이 없다. 기승전결 어느 한 부분에 있어 강력한 한 방이 없고, 정점을 찍지도 못한 가운데 결말에 이른달까. 다소 쌩뚱맞는 이야기가 스토리가 산으로 향한다라는 사실만을 남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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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인 즉, 서른 살을 목전에 두고 있는 현기연. 자질구레한 물건을 자꾸만 잃어버리다 못해, 자신의 눈앞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일도 발생한다. ​이 괴이한 일은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의 물건을 전송 받는다는 노부인이 나타나고, 10년 전 친구를 만난다. 이 친구는 그녀의 생각들을 전송 받는데, 하나 둘 기연의 인생이 꼬여가고, 조금씩 드러나는 그녀를 둘러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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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초반에는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중후반을 지나면서 이 사건은 괴상하게 변한다.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 아니, 꼬마 아이들이 지어내는 이야기처럼 쌩뚱맞다. 한기연, 무슨 연유로 블랙홀이 되었는지는 생략하나 그녀로 하여금 사물, 사람이 이동된다는 설정이다. 절정인 결말에 이르러서는, 탈북 어린이들을 제주도로 옮겨온다는 이야기에 나는 벙찐다.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고, 반전도 시원찮다. 이 책이 공상과학 소설로 봐야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렇다 하면 나는 당분간 공상과학이란 쳐다도 보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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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빈자리는 옳은 것을 위한 결단력, 타인을 위한 헌신과 희생, 소외된 자들과의 연대를 상징하는 동시에 이를 과거의 기억으로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이어가게 해주는 다리가 됐다.' -p140

  작가님, 어떻게 이런 책을 쓰실 수가 있으신거죠? 필력에 감탄할 뿐입니다. 치정 문학(비정상적인 성생활을 향락주의적인 입장에서 다룬 문학)이 느껴지기도 하고 말이죠. 기발한 상상력이 실로 먼 미래, 지하세계 어딘가에서는 이뤄지고 있지 않을까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쾌한 화법, 거칠고 냉소적인 표현들이 읽는 재미를 더하는 이 책은, 뭇사람들이 감추고 있는 결혼과 사랑이라는 속살을 조금 들여다 보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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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설하고,​ 책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아요. 결혼정보업체 웨딩라이프의 비밀 자회사인 NM(new marriage) VIP팀에서 입사 육년차 차장으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 '노인지'의 시점에서 다가갑니다. 다른 부서의 사원들이 미혼 남녀의 결혼을 연결하는 일을 하는 것과 달리 직접 VIP회원의 기간제 부인인 FW(field wife)가 되어주는 업무를 맡고 있어요. 계약 연애를 필요로 하는 이들처럼, 비혼주의자 곁에서 필요에 의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일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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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혼주의자란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이'를 일컫는 말이에요. 혼인 의지가 없으며, 법적 결혼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이들을 위한 비밀 자회사 NM 그 곳을 은밀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몰랐으면 좋았을 그들만의 세계가 하나씩 껍질을 까놓고 드러납니다. "뭘 원하시는 겁니까?" 주인공을 둘러싼 세계가 흔들리며, 공기의 흐름이 변화하는데요. 마지막 반전과 여전히 궁금증을 남기는 의문의 남자 덕분에 책은 궁금증과 느낌표 투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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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도 임대하는 세상, 고액의 연회비와 혼인성사금을 지불하는 NM회원들에게, 이런 아내는 어떠신가요? 하고 내미는 기호품이 된 기분이었다. 몰랐고, 끝까지 몰라도 됐을, 모르는 게 더 나았을 그런 세계가, 내 손을 그렇게 잡았다.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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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한 재력이 있는 사람들은 왜 이런 결혼을 하는 걸까요?"

"법적 결혼을 하면 사는 것보다 헤어지는 게 더 복잡하고 피곤하거든. 상대한테 치명적인 실수가 없으면 순탄하게 끝낼 수가 없어. 하지만, 같이 사는 사람이 싫은데 더 큰 이유가 있나. 통통한 발이 곰발로 보이기 시작하면 사는 게 괴롭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 자유롭고 싶은 거야. 그런 면에서 합리적이긴 한데 끈끈한 정은 없지."​

"자발적 비혼인 거네요."

"또는 모든 걸 감수하더라도 청혼하고 싶은 상대를 만나지 못했거나. 결혼에 반대하는 대다수가 기혼자야. 자기는 제도 속에 들어 앉아놓고, 해보니까 별로더라 하지. 그렇게 말하는 사람 중에 몇이나 끝내고 나올거 같아? 뭐라고 하는 건 아냐. 뛰쳐나와서 뒷일을 수습하는 게 결혼을 유지하는 것보다 더 피곤하거든. 그냥 살아야지 뭐"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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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을 비롯한 사회의 여러 관습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해온 작가의 산물이기도 하다라는 이 책, 그런거 같아요. 계약결혼, 성소수자 등의 소재를 전면에 드러냈고, 사랑의 이면적인 모습들을 맹렬하게 꼬집어내고 있거든요. 속물적인 모습들을 낱낱이 비꼬고 있어 통쾌하기도 합니다. 인간관계와 사랑에 대한 맨얼굴을 마주했을때의 행복감과 더불어 처참함이 전해져왔어요. 타인의 욕망에 짓밟히는 이들에게 약간의 위로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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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건 좋은데 그 정에 빠지면 안된다. 아니다 싶으면 딱 끊어. 질질 끌려다니면 너만 고생해. 한번 자면 서방처럼 구는 놈도 많으니까 조심하고. 불쌍해서 자주는 건 안된다. 그거는 뭣도 절도 아녀. 몸 보시는게 하는게 아니라고. 알겠냐?"

"돈하고 사랑은 똑같애. 없어도 지랄 많아도 지랄이야. 한 백명 만나면 든든할 것 같지? 하나 깊이 만난 것보다 더 헛헛해. 적당히 만나고 길게 사랑해라. 자꾸 갈아치운다고 더 좋은 놈 안 나타나. 총천연색이 한가지 색보다 선명하지 못한 법이다. 알아듣냐?" -p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