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고통을 견뎌내는 일이라고들 해요. 웃을 일보다 힘든 일이 더 많다고 느껴지는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사고와 미소를 잃지 않는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늘 인상을 찌푸리며 살아왔어요. 불평, 불만, 투정을 전염병처럼 옮기고 다녔지요. 타인과 나를 비교했고, 내가 갖지 못한 것을 욕심냈더랍니다. 수없이 자괴감에 빠져들었고, 그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거 같아요. 지금도 그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제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술술 풀리지 않는 일에 화가 났던 저는 이 책의 제목이 무척 공감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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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3포세대를 넘어 N포세대라는 말을 합니다. 연애, 결혼, 출산, 집, 희망, 꿈, 인간관계를 넘어 기회와 삶마저 포기한다고 해요.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경쟁에서 뒤로 밀리는 것만 같죠. 자본주의 사회는 뒤돌아보지도 말고, 앉아서 쉬는 것도 허락할 수 없다는 듯 앞만 보고 달리라고 채찍질합니다. 열심히 뛰어도 더 부지런히 달려야만 하는 상황은 결국 한계에 이르게 될 수밖에요. 요점인 즉, 인생의 고비는 쉼없이 찾아옵니다. 아프고, 힘들고, 어려운 것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느냐가 중요할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살면서 쉬웠던 날은 없었고, 시간이 지나 비로소 안정감이 들면 '그 때가 행복했구나'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해요.

 

좋았던 날도 힘들었던 날도 결국 지나간다. 좋았던 날을 붙잡을 수 없듯이 힘들었던 날도 나를 붙잡을 수 없다. 좋았던 날, 힘들었던 날, 모두 어제이다. 오늘이 지나가면 난 내일 안에 서 있을 것이다. 좋았던 날이거나 힘들었던 날이거나 과거에 서 있지 마라.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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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이 책은 에세이에요. [광수생각]의 저자 박광수님의 생각들을 엿보며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하고, 갸웃거려가며 활자를 훑었습니다. 그도, 우리도 사는게 힘겹지만 단 하나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시대에서도 힘들지 않았던 때 없었으며, 그 시대 속에서도 잘 살아낸 이들이 있다는 사실 아닐까 합니다. 불현듯 성공한 이들의 고난과 역경이 떠오르더군요. 그래요. 조금 가볍게 머리 식힌다는 생각으로 살펴볼만 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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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화들 가운데 눈길을 끌었던 것이 하나 있었어요.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 길을 헤매고 있다면, 도움을 필요로하는 분의 의사는 여쭤보지도 않고 도와야 할까요? 선의를 베풀기에 앞서 생각해야 할 것이 있어요.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는 먼저 그 사람에게 도움이 필요한가를 묻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손을 내밀어야 해요. 그냥 본인의 생각으로 '나는 이 사람에게 도움을 줘야 해' 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일방적인 것이죠." -p62 타인의 속도가 더디다고 말하기에 앞서 저마다 다른 속도 차이를 인정해주고, 조급한 마음을 비운다면 삶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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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저자는 멀리 떠나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나침반을 선물해준다고 해요. 짧은 편지와 함께 동봉한다는데 그 의미가 참 좋았더랍니다. 저 역시 누군가에게 나침반을 선물해주고 싶을 만큼요. '어디에 가서든 네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잃지 말고 살아. 길을 잃었거나 가던 길이 너무 힘들면 내게 다시 돌아와도 괜찮아. 이 나침반은 너에게 방향을 알려 줄 것이고, 네가 내게 다시 돌아오는 길도 가리켜 줄거야.' -p146 지금 내가 있는 여기가 너무 힘들다면 자신에게 나침반 하나 선물해보는 것도 꽤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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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은 해냈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망했습니다." 뉴욕 맨해튼 매디슨 스퀘어가든에서 열린 뉴욕대 예술대 티시 스쿨 졸업식장에서 축하 연사로 온 배우 로버트 드니로의 첫마디다. "여러분은 학교에서 모조리 A만 받는 학생이었습니까? 그렇다면 앞으로는 그 문은 '평생좌절'의 문입니다. 여러분은 뒷면에 '거절'이라는 단어가 적힌 티셔츠를 받게 될 것이지만, 티셔츠 앞면에는 '다음(next)'이라는 말이 적혀 있습니다. 이번에는 원하는 역할을 맡지 못했더라도, 다음 혹은 다다음 기회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항상 '다음'이라는 단어를 기억하세요. 그리고 실패하더라도 모든 잘못을 여러분의 책임으로 돌리지 마세요. 여러분은 연기로 평가받게 될 것이고, 맡은 역할에 충실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입니다." -p226

 

여행 + 에세이 + 소설 + 자기계발을 읽는 듯 해요. 적당한 야채에 밥 비벼먹는 느낌이랄까요. 단순히 여행 후기와 정보를 알려주는 책도 아니고, 감성적으로 풀어쓰지도 않았어요. 단편 드라마 같은 이 책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배경으로 한 주인공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각각의 사연들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낄 수 있지요. [저자는 민박집에서 머물며 겪었던 경험담과 영감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고 해요.]

각설하고 12월 23일부터 31일까지의 시간별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인물들이 갖는 고민과 아픔을 이야기해요. 그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찾아오게 되기까지, 그 곳 게스트하우스에서의 만남 속에서 어떤 변화를 거치게 되는지 말이죠. 저마다 사랑, 일, 자존감, 가족에 대한 짐을 지녔더라지만 이제는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길을 나아가기까지. 인물들이 지닌 사정 좀 들여다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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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J게스트하우스에서 펼쳐지는 9일간의 이야기, 등장인물 소개는 크게 4명이에요. 1. OK김(그)는 너무도 사랑했던 여자가 떠나자, 그녀를 찾아 지구 반대편으로 옵니다. 로사가 소리소문없이 떠나게 된 이유를 찾기 위해서죠. 2. 나작가(그녀)는 드라마 작가입니다. 자신의 꿈을 쫓아 열심히 달렸거만, 막장 드라마 작가, 타인의 작품을 베끼는 작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이 곳을 찾게 됩니다. 3. 원포토(그)는 잘나가던 포토그래퍼였습니다. 한 여자를 만나 마음에 품은 죄가 컸던걸까요. 안식처라 여겼던 그녀를 떠나보내며 포토그래퍼로서의 재능을 잃어가지요. 4. 박벤처(그)는 가족을 위해 성실히 달리던 가장이었습니다.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음에도 남은 것이 없다 여겨지자 이 곳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도망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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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으른 자들의 천국이야 한국은 - 악착같이 문을 열고 가게를 꾸려나가지만 삶은 전쟁터이다. 경쟁을 해야하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상황속에서 행복을 찾는 것은 어렵기만 하다. "여긴 부에노스아이레스야 부지런하게 놀아야 해! 아니면 부지런하게 쉬든가!"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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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J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의 9일간의 이야기는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고, 다르지만 또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현실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도망쳐온 곳, 여행이 주는 특별한 마법을 기대하고 떠나왔지만 실상 별 다르지 않은 일상이 기다리고 있지요. '새로운 곳, 지구 반대편에서는 보다 멋진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지만 도망쳐도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자기 자신에게 있음을 말이에요. 불안이 똬리를 틀어 여행을 떠나도 정답을 찾는 것은 온전히 본인의 몫이라는 사실과, 여행지에서 어떻게 즐길 것인가를 생각하게 해주었던 [찾거나 혹은 버리거나] 였어요. 어떤 여행을 하든 우울한 그림자를 버리고, 충만함을 찾아내도록 해야겠다 생각합니다.

 

"여기 지구 반대쪽 끝까지 오는 사람들은 둘 중 하나야. 필사적으로 뭔가를 찾으려 들거나, 아니면 모진 마음을 먹고 뭔가를 버리려 하거나. 어느쪽이든,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행복을 찾기 바라는 마음에 그 고생하며 여기까지 온 거지." - p200

 

"사금을 찾을 때는 말이지. 체에 거르고 다시 거르고 또 걸러야 아주 조금 건져낼 수 있어. 좋은 인연도 마찬가지야. 평생에 걸쳐 서로에 대해서 아주 작은 좋은 것들을 끊임없이 찾아야 하지. 좋은 인연은 그렇게 힘들게 만들어지는 거야." 247

 

사람들은 두 가지 목적으로 여행을 하는지도 모른다.

첫 번째는 잊기 위해서다. 매일매일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의 스트레스, 사랑하는 사람과의 가슴 아픈 이별,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진난날들, 그 속에서 허둥대기만 했던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과 자기혐오... 그 모든 것을 여행을 통해 지우개로 지우듯 밀어비리기 위해서다.

두번째는 자신 안에 새로운 것들을 채워 넣기 위해서다. 낯설고 아름다운 풍경, 장엄한 대자연, 난생 처음 만나는 사람들, 그들로부터 전해지는 따뜻한 교감,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추억까지. 여행을 통해 새로 찾은 것들을 내면의 빈 공간에 꽉꽉 담아, 떠나왔던 곳으로 돌아간다. - p265

 

"사람들은 힘들 때면 어디론가 떠나려고 해. 그곳에 가면 전혀 새로운 희망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말이야. 그런데 가장 먼 곳으로 도망을 와도 그곳 역시 또 하나의 일상일 뿐이야. 거기 사는 사람들에겐 신기할 게 하나도 없는 지루한 일상..." -p290

 

"나쁘기만 한 인생이란 없어. 나쁜 일이 있으면 그 뒷면에는 그만큼 좋은 게 있는 법이고, 좋은 일이 있으면 거기엔 그만큼 나쁜 일이 붙어서 들어오는 거야. 그래서 세상은 공평한거야.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해"  -p327

 

20대 후반이 되고보니 지난 날 하지 못했던 것들에 미련이 남는다. 치열하게 공부하지도 않았고, 훌쩍 떠나보지도 못한 채 나태하게 하루를 보내던 일상이었기에 더욱이 그러하다. 삶의 노련한 측면들을 비롯하여 많은 것들을 그 때 알았더라면 지금의 내 삶에 만족감이 높아지진 않았을까 되뇌어본다. 앞으로의 남은 시간들을 덧없이 보내지 않기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끝없는 고민 끝에 이 책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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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춘의 키워드르로 하여금, 그들에게 놓쳐버린 기회보다 감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작가 정여울. ​허심탄회하게, 솔직담백하게 글을 써내려가요. 적잖은 위로와 공감을 얻었지만 이렇다할 할 말이 없기도 해요. 우정, 소통의 키워드는 강렬하게 다가왔지만 그 밖의 키워드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지금 가장 위로받고 싶은 이야기들에 초점이 맞춰졌기에 시간이 지나 다시금 읽어봐야겠다 싶습니다. 그 때 알았던 것들을 얼마나 실행에 옮기고 있는지 말이죠. 더는 안주하지 말아야겠다 싶을 때, 혹은 자꾸만 과거에 머무르려 할 때 또다시 읽어야겠어요. [그때는 내 마음을 대신할 유창한 언어도 찾아 이 책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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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내편을 만드는 것'이라는 나의 오랜 대전제가 무참하게 깨어지는 순간들. 나는 조금씩 내 시야의 한계를 깨닫기 시작했고, 한 번도 내 편을 고분고분하게 들어주지 않는 그 친구에게 뜻밖에도 고마움을 느끼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내 편을 만든다는 일에 집착하는 나의 소심함이 얼마나 편협한 인간관계를 만들어왔는지도 차츰 알아가게 되었다. 인간관계란 곧 아군을 만드는 일이라 믿어왔던 편견은 조금씩 빛을 잃어갔다. 아군을 만드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적군을 만들지 않는 일이고, 적군을 만들지 않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적군과 맞서는 상황에서도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용기가 아닐까. 세상을 살다 보면 적도 아도 구분할 수 없는 아비규환에 휩쓸리기도 한다. 그럴 때 중요한 것은 적과 아를 가르는 분별심이 아니라 내 안에도 적이 있고, 적 안에도 내가 있음을 인정할 수 있는 공정함이 아닐까. -p22

 

우리는 마주치는 타인들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바라보아야 한다.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괜스레 두려워하지 말고. 당신이 오늘 외면한 타인은 당신을 구원할 첫 번째 빛일 수 있다. 우리가 오늘 무시해버린 타인은 우리에게 다시없는 깊은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스승일 수도 있다. 이런 느리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타인을 대하면, 실망할 일도, 아파할 일도 점점 줄어든다. -p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