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우연히 듣게 된 한 강의에서, 강사님의 이 변방을 찾아서에 대한 추천을 듣게 되었다. 읽어보시면 좋을 것이라는 그 분의 말씀에 책을 찾아 읽어보게 되었다.

매우 얇은 한 권의 책 안에는 심지에 해당 장소의 사진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한 권을 지하철에서 뚝딱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신영복 선생께서 자신의 글씨가 있는 곳을 답사하며 쓴 글을 한 신문에 연재하였던 것을 책으로 모아보자 하여 만들어진 것이었다. 솔직히, 나는 신영복 선생이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도대체 누구시길래 이 분의 글씨가 이렇게 전국 요소요소에 퍼져 있는 것인지 궁금증이 들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경제학 강사로 일하는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20년간 수감생활을 하다가 출소 후 성공회대 교수를 역임하였고 서예가로도 활동하여 퇴임 당시 소주(처음처절) 포장 붓글씨를 그려주기도 했다는 이 분. 약력을 짧게나마 듣고 보고 아, 그 친근했던 글씨를 직접 쓰신 분이구나 하는 생각에 반갑기도 했다.

 

책에 소개된 그의 글씨는 - 해남 송지초등학교 서정분규교, 강릉 허균 허난설헌 기념관, 박달재, 벽초 홍명희 문학비, 오대산 상원사, 전주 이세종 열사 추모비, 김개남 장군 추모비, 서울 시장실, 그리고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석 - 이었다.

 

모두 하나같이 흥미로운 스토리들과 함께 그 글씨의 사진을 볼 수 있었는데, 어느 한 곳 빠짐 없이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서울 시장실에 걸려 있다는 '서울' 글씨는 앞으로는 한강과 뒤로는 산이 어우러져 있는 서울의 모습을 보는듯 하면서도 부드럽고 아름다운 모양으로 씌여져 있는데다가, 보고 싶다고 해서 언제든 볼 수 있는 글씨가 아니기에 더욱 보고 싶었다.

 

지방으로 시골로, 변방으로 글씨를 찾아 다니는 선생의 글에서 가장 많이 강조하였던 것은, 변방은 변두리가 아닌 창조를 출발점이라는 사실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헤밍웨이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씌여진 글이다.

주인공 프레데릭 헨리는 세계1차대전 시 군에 자원입대한 운전병으로, 이 글이 그의 시각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전쟁을 주제로 다룬 소설이지만 여주인공 캐서린의 등장으로 둘의 사랑에 대한 심리와 그 변화가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읽는 중 가끔 전쟁 소설임을 잊게 하였다.

그러나 죽을 위기를 겪고 간신히 살아 온 주인공에게 닥친 아이와 캐서린의 죽음은, 정말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결말 그대로여서 읽으며 가슴이 아팠다. 빛을 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린 아이를 10달동안 사랑으로 품었을 캐서린, 그리고 자신 역시 죽게 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녀의 마음과 그를 바라보를 주인공의 애절함이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기술된 것 같았다.

 

결말 뿐만 아니라 글에서 주인공이 군에 있으며 어떤 활동을 하고, 부상을 당하고 회복하는 과정, 그리고 죽을 고비를 넘기며 도망하던 과정까지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 마치 내가 그 상황의 한 복판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줄곧 '비'로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하고 있었지만, 막상 태어난 아이의 죽음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가슴이 턱 내려앉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안타까웠다.

 

전 후 '잃어버린 세대'의 대표작가 중 한 사람으로 명성을 날린 헤밍웨이는,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전쟁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허무감과 절망과 환멸에 빠진 삶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전개하고 있어 더 가슴에 와닿는 글이다.

- 제목처럼 전쟁에는 작별을 고한다 해도 인간은 전쟁의 덫에 걸려 있기에 결국 파멸에 이른다는 것.

 

헤밍웨이의 다른 대표작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다시 읽어 봐야겠다.

 

죽음에 대해 심도 깊게 고민 해 본적이 있던가?

지인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 혹은 장례식장에 방문했을 때? 누군가 중한 병에 걸렸다는 뉴스를 보았을 때?

 

법관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던 이반 일리치에게 어느날 갑자기 옆구리 통증과 함께 뜻하지 않았던 병이 찾아온다. 큰 집으로 이사를 하며 손수 집안 구석구석을 미리 손보고 다듬오 가족들을 놀래켜줄 기대에 한껏 부푼, 주인공이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그 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이다.

 

처음에는 통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찾아간 의사들 역시 문제 없다고 하거나 각기 다른 병명들을 갖다 붙이곤 했다. 그런 그가 점점 죽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스스로 느끼는 자신의 심리와 절망감, 기분의 변화를 상세하게 묘사하였다. 흑인 노예의 어깨에 다리를 올리고 편안함을 느낀 그, 한껏 치장한 아내를 보며 마음속으로 거부감을 폭발시켰던 그, 죽음에 다다르는 그 자신의 외적인 모습 뿐 아니라 내면을 세심하게 묘사한 글에서 느껴지는 것이 많았다. 특히 마지막 죽음의 순간은, 섬뜩함과 아련함으로 다가왔다.

 

톨스토이가 이 글을 쓸 당시 여러 지인의 죽음을 겪게 되어 고통, 죽음, 허무함에 대해 늘 생각하게 되었고 죽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이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

- 나는 조금씩 산을 내려오는 것도 모르고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고 믿고 있었던 거야. 산을 오르는 것으로 보였지만 내 발밑에서 진짜 삶은 멀어지고 있었던거지.

 

톨스토이의 대표작 1869년 <전쟁과 평화>, 1877년 <안나 카레리나> 등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