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아이 옷 만들기 책! 데일리 아이 옷 메이드 바이 마미

 

원래, 아이 옷 만들기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었다.

몇 권을 빌려 봤는데 이 책이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구매에 이르게 되었다.

표지의 큼지막한 사진 속 아이 옷부터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첫장을 넘기면 곧 목차가 나온다.

목차도 글만 있는 게 아니라, 각 옷의 완성컷을 함께 보여주고 있어서 만들고 싶은 옷을 금방 찾아갈 수 있게 한 구성이다.

완성컷 사진 아래에는 사이즈를 얼마로 만들 수 있는지도 적혀 있다.

보디 슈트, 블라우스와 셔츠, 다양한 팬츠, 레깅스, 스커트, 여러 원피스들에 판초와 카디건과 코트까지.

만들어 아이들에게 입히면 얼마나 귀여울까 생각하며 책장을 넘긴다.

그러면 실제 착용컷들이 등장한다. 그냥 봐도 예쁜데 아이들이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 더 예쁘다.

하나하나 보면서 어떤 게 예쁘고 편할지 고를 수 있다.

착용컷들이 끝나면 만드는 방법이 이어진다. 대형 실물 패턴을 함께 수록하고 있기 때문에 그대로 천을 잘라낼 수 있어 편리하다.

처음 부분은 컬러 사진들도 있었고, 뒷부분은 흑백으로 되어있는데 만드는 순서를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사실 이 책은 내가 만들려고 산 건 아니고 가족 요청으로 샀는데 완성된 옷을 보니 역시 아기자기함이 그대로 있었다.

그대로 만드는 것도 좋지만 나름 실력이 있는 독자라면 약간의 어레인지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진의 톤 같은 것들이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인 것도 좋았다. 내용과 잘 어울리는 느낌.

사랑 없는 세계를 사랑하는 연구원의 이야기, 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작가는 내게 있어 '믿고 보는 작가'에 속한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지식욕'을 충분히 채워주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읽었던 미우라 시온의 책들은 대부분 등장인물들이 몰두하는 세계를 깊이 있게 보여주곤 했다.

처음 읽었던 <배를 엮다>는 사전 편찬의 매력을.

<가무사리 숲의 느긋한 나날>에서는 임업의 세계를.

<바람이 강하게 불고있다>는 달리기의 매력을 알려주었었다.

이번에 읽은 <사랑 없는 세계>에서는 식물학의 특별한 세계를 알 수 있었다.

제목 <사랑 없는 세계>는 바로 식물의 세계를 의미한다.

 

"그래서 저는 식물을 선택했어요. 사랑 없는 세계를 사는 식물 연구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누구하고든 만나서 사귀는 일은 할 수 없고, 안 할 거예요." (p.96)

 

주인공 중 한 명인 모토무라는 식물 연구에 푹 빠져있다.

그녀를 비롯한 연구실 사람들이 식물을 좋아하는 각양각색 모습을 볼 수 있다.

비슷하면서도 다르기에, 그만큼 식물의 세계가 넓고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몰랐던 세계를 알 수 있는 건 언제나 즐겁다.

 

모토무라 씨의 팀이 연구하고 있는 것은 결국은 생물이 어떻게 태어나고, 어떻게 살고 왜 죽는가 하는 것에 대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한 번은 품었을 의문. 하지만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런 건 생각해봤자 소용없어'하고 내던져버렸던 의문. 모토무라 씨의 팀은 그것을 내던지지 않고 계속해서 끈질기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p.51)

 

그들이 굉장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이들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밀어두는 의문을 깊게 파고들어 가는 것.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는 것 같은 문제를 끈질기게 생각하는 모습.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이의 모습은 멋지다.

 

현미경을 들여다보면 거기에 모토무라가 추구하는 세계의 모든 것이 펼쳐져 있다. (p.116)

 

그들을 움직이는 것은 사랑.

식물에 대한 사랑이다.

모토무라는 무엇보다 자신의 실험대상인 식물을 사랑한다.

 

밝고 다정한 사람이다.

하지만 모토무라의 마음을 애기장대 세포만큼 사로잡지는 못한다. (p.125)

 

그와 관련해 이 문장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모토무라는 자신을 짝사랑하는 남자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시 가장 끌리는 건 그녀가 연구하는 애기장대 세포.

 

모토무라는 취미든 일이든 사람이든, 사랑을 기울일 수 있는 대상이 있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지탱하는 힘이 아닐까 하고 거듭 생각한다. (p.229)

 

이 책은 사랑 없는 세계(식물의 세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식물의 세계를 사랑하는 여자인 모토무라를 좋아하게 된 또 다른 주인공 후지마루는 그들의 세계를 접하게 되면서 그녀 뿐 아니라 식물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기 시작한다. 독자도 그를 따라 점점 식물을 좋아하게 된다. 사랑을 기울이게 된다.

책을 읽어갈수록 식물만이 지닌 독특한 부분들에 흥미가 생겼다.

원래 식물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식물 연구 쪽은 더 색다른 매력이 보이는 것 같다.

사랑과 식물의 이야기는 의외로 상당히 잘 어울렸다.

 

연구는 연구자를 위해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최신의 지식을 알기 쉽게 전달해주는 일, 연구자와 애호가가 손을 마주 잡고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을 늘리고 식물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세상에 알리는 일 등도 연구자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p.384~385)

 

이 부분도 좋았다. 과학을 그들만의 세계로 하는 게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게 잘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부분.

식물학 뿐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에서 필요한 태도라는 생각을 했다.

 

실험에 짜인 줄거리는 없어. 연구에 기일 같은 건 없어. 깜빡 실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선입견 없이 잘 관찰하고 성실하고도 공정하게 계속 사실을 기록한다. 실패로 끝난다고 해도 생각을 거듭해서, 이 세계의 이치에 조금씩 다가가기를 계속한다. 자신의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왜"라고 질문을 던지며 수수께끼의 근본을 향하여 계속해서 연구한다. 그것이 실험이며 연구다. (p.297)

 

어떤 물음의 해답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연구하는 것.

과학의 매력은 여기에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제까지 읽은 미우라 시온 작가의 다른 작품과는 다른 독특한 느낌은 '과학'이라는 소재에서 온 것도 있는 것 같다.

곧게 나아가는 생각과 모습이 좋았다.

 

이제 그만둘 수 없을 것 같다. 그만두고 싶지 않다. 사는 것을 그만둘 수 없듯이. 학부생 때 '왜?' '알고 싶어'하며 묻고 바랐던 것은 낭비도 잘못도 아니었다. 나는 알고 싶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 위에서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신기하고 매력적인 존재, 식물을 알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알아가기 위하여 연구자로서 살아갈 거다. (p.406)

 

사실 서평단을 신청하려고 소개 글을 봤는데 로맨스에 집중한 소설이라 오해해서 패스했었는데, 안 읽었으면 후회할 뻔했다.

나중에라도 사서 읽은 건 옳은 선택이었다.

미우라 시온 작가에 대한 믿음을 또 쌓을 수 있었다.

다음 작품도 기대한다. 또 어떤 세계의 매력을 새로 알려줄지.

작가들이 무인도에 가져갈 세 권의 책은?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

 

<무인도의 이상적 도서관>은 작가들에게 "당신이 무인도에 가져갈 세 권의 책은 무엇입니까?"하고 질문하고 그 답변을 모은 책이다.

책에 관한 책이기도 하고, 작가들이 고른 책이 무엇인지 알 수 있기에 기대하며 읽게 된 책이다.

 

각각의 책은 식별 코드다. 각 저자는 다른 이들이 쓴 책에서 양분을 얻고, 타구얼한 작품들이 태어나는 비밀의 정원을 가꾼다. 소설의 태곳적부터 작가들은 회고록, 일기, 서신문을 통해 우리에게 책에 대한 사랑을 털어놓는다. 원초적 영감, 창조의 기쁨, 창시자 영웅들, 불멸의 열정, 조상들의 먼지, 우연한 만남, 국경의 충돌. 전달의 띠들이다. 추천의 홍수 속에서 , 거장들은 발 디딤대가 되어준다. 셰익스피어에서 스탕달로, 세르반테스에서 블로베르로, 스탕달에서 니체 혹은 사르트르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추천해준 책보다 더 귀중한 게 어디 있겠는가? 다 함께 나누는 숨죽인 대화, 경시돼왔던 책들을 발견하라는 부추김, 여행으로의 초대, 외딴 곳과 섬의 고통에 없어서는 안될 위안. (p.15~16)

 

책에 관한 책답게 책과 관련된 좋은 말을 처음부터 볼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은 내 머릿속에서 이따금 원작과 사뭇 다른 형태로 제 삶을 계속 살아나가며, 나는 실제 경험을 되살림으로써 그 정신적 모험을 망치는 것을 거부한다. (p.58)

 

단순하게 책 목록만 나오지 않는다.

왜 그 책을 골랐는지 이유를 설명하는 작가들이 대다수였고, 그 내용이 마음에 드는 경우가 많았다.

위의 말은 할런 코벤이라는 작가가 쓴 말이었는데, 책을 다시 읽었을 때 낯설게 느껴지는 것에 대한 내용을 매력적으로 설명했다고 생각했다.

 

백지로 이루어진 책. 나는 한 단어도 쓰이지 않은 책을 가져가겠다. 거기에 글을 쓰지 않고, 백지로 간직하겠다. 이따금 그것을 바라보며 내가 가져올 수 없었던 모든 책과, 앞으로 쓰일 모든 책을 생각하는 것으로 만족하리라. (p.63)

 

이건 이름을 들어본 작가였던 마이클 커닝햄의 이야기에서 나온 글귀.

작가이기에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하고 감탄하며 적어두었다.

만약 그가 무인도에 가게 되어 이 백지로 이루어진 책을 가져가게 된다면 다른 누구도 독자가 되지 못할테니 이 작가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많이 안타까울 것 같다.

 

독서에서 정말 현실적인 괴로움과 열정, 즐거움을 느꼈고, 독서로 인해 삶과 시야가 한층 확장하는 것을 경험한 적 있는 사람 누구에게나, 근본적으로 진정한 소설은 결국 단 한 권 존재한다는 말은 자명하며, 나아가 클리셰이기까지 하다. 그 소설이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다. (p.96)

 

로버트 굴릭의 이 소개는 너무 클리셰 같은 이 소설을 조금 낯설게 느껴지게 해서 흥미를 키우는 것 같다.

 

앙드레 말로의 『인간의 조건』. 말로에게서 역사를 의식하고 아는 것은 우리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이지만, 역사를 역사가들에게만 맡겨둘 수 없음을 배웠기 때문이다. 작가의 천재성은 옛 세계, 죽은 세계들을 살아 있게 한다. (p.190)

 

알프레도 피타의 이 글을 읽으며 인간의 조건이라는 책이 궁금해졌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책들을 읽고 싶어진다. 좋아하는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만큼 작가들은 각각의 책을 정말 매력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암흑의 핵심』,  E.M.포스터의 『전망 좋은 방』, 에블린 워의 소설 『타락한 사람들』, 『산해경』, 사뮈엘 베케트의 『몰로이』 등이 이 책을 읽으며 읽고 싶어진 책이다.

 

나는 번역들 속 언어의 불안정함을 사랑한다. 번역은 독자를 불안하게 하면서도 자유롭게 한다. (p.194)

 

번역은 중요하다. 외국의 소설을 원서로 읽지 않는 이상, 문체나 분위기 같은 부분들은 번역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

원작과 얼마만큼의 거리가 있을지 걱정되면서도, 번역되어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자유를 얻은 셈이다.

 

그 책은 앙드레 지드의 『위폐범들』로, 소설 쓰기의 과정 그 자체를 통해 줄거리가 만들어지는 혁명적인 소설이다. (p.243)

 

사소하게 소개한 부분인데도 확 끌리는 소개였다. 소설 쓰기의 과정 그 자체를 통해 줄거리가 만들어지는 건 어떤 스타일일까. 게다가 작가는 유명한 앙드레 지드니까. 기대감이 쌓였다. 

 

전체 책의 분량은 일반 도서와 비슷한데, 많은 작가들이 세 권을 골라 소개하는 내용을 많이 담았다. 새로 알게 된 책도 많았고, 새로 알게 된 작가들도 많았다.  그야말로 도서관 같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