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유용하게 쓸 것 같은 요리책! 번아웃 레시피

 

이번에 읽은 <번아웃 레시피>는 얇고, 작은 요리책이다. 그러나 상당히 유용했다!

제목에 '번아웃'이라는 게 들어간 것은 '번아웃' 상태에서 요리하는 방법을 담은 책이기 때문이다.

그 점이 이 요리책의 특징이었다.

맨 앞에 책의 활용법이 실려 있다.

남아 있는 체력 양에 따라 단계를 나눠 요리 레시피를 구분했다.

허기져 쓰러질 것 같고, 빨리 자고 싶은 마음 가득인 번아웃 상태! 잔여체력 5%.

간편하게 뭔가 만들어 먹을 정도의 체력은 있는 잔여체력 20%.

요리다운 요리까지는 만들 수 있는 잔여 체력 60%.

아직 쌩쌩한 80% 이상은 제대로 된 식단을 구성하는 내용을 담았다.

상태에 따라 요리의 난이도를 고를 수 있어서 편리하겠다고 생각했다.

 

요리는 싫어하지도 않고, 그럭저럭 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은근히 귀찮을 때도 많다.

다른 일에 지쳐서 손 하나 까딱하고 싶지는 않은데 먹을 게 없다면.

억지로 뭔가 만들어 먹어야 하는데 맛있는 게 먹고 싶다면.

이런 극단적인 상황은 아닐지라도 귀차니즘이 제대로 온 상황이라면.

간단한 레시피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다.

 

이 책을 보고 마침 집에 있던 재료들이 있어서 두 종류의 요리를 시도했다.

하나는 '내맘대로 마파두부'. 20% 부분에 속한 요리였다.

두부와 다진 고기, 시판 소스와 파를 이용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였는데, 정말 쉽게 만들었는데도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내친김에 응용에 나와있었던 전자레인지로 온천달걀 만들어서 얹어 먹기도 했다.

이 요리를 만들어 먹고 나서 이 책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두번째로 만들어 본 음식은 60%에 있던 돼지완자 감초 탕수육.

앞서 만든 요리보다는 조금 손이 가지만, 비교적 간편하게 완자를 만들고 소스를 만들 수 있었다.

특히 완자는 같이 먹은 가족이 산 것이냐고 물을 정도로 완성도가 있었다.

만든 것마다 쉽게 성공하니 요리 자신감도 붙고 만들어 먹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요리 초보도, 요리를 귀찮게 느끼는 사람에게 특히 좋을 것 같은 요리 책이다.

단편집의 매력을 찾아서, 칵테일 러브 좀비

 

이번에 <칵테일, 러브, 좀비>를 읽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네 가지다.

하나. 단어로 구성된 제목. '칵테일', '러브', '좀비'라는 연결성이 옅은 세 단어가 어떻게 엮여 제목이 되었는지 궁금했다.

둘. 단편집이라는 것. 이 책은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에 속한 책이다. 저자 한 명의 단편집을 오랜만에 읽는 것 같은 느낌도 있어서 호기심이 생겼다.

셋. 가볍고 크기도 작은 사이즈의 단행본이라 가지고 다니며 읽기 좋다는 점.

마지막. 독특한 소재. 좀비라는 제목도 그렇고, 시간 여행을 다룬 단편도 수록되어 있는 등 책 소개를 보니 수록작이 평범한 일상 소재 느낌은 아니어서 흥미를 끌었다.

 

"다들, 있는 것도 그냥 없다, 없는 것도 있다 하고 사는 거죠." (p.38, 초대)

 

네 편이 실렸다. 순서대로 '초대', '습지의 사랑', 'Cocktail, Love, ZomBi 칵테일, 러브, 좀비',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이 중 가장 흥미롭게 읽은 건 표제작인 '칵테일, 러브, 좀비'였다. 제목을 보고 예상한 이야기와 전혀 다른 타입의 이야기라서 주는 충격이 일단 있었다. 문제가 일어난 원인과 해결법의 신선함, 이야기 밑에 깔려있는 문제 의식을 생각하게 되는 구성도 나쁘지 않았다.

다음으로는 '초대'가 인상적이었다. 이 단편은 전체적인 '분위기'가 묘했다. 단편이기 때문에 세세한 설명이 없어 독자 입장에서 어림짐작을 하게 되면서 느껴지는 섬뜩함이 있었다.

그에 비하면 '습지의 사랑'과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는 취향에 그다지 맞지 않았다.

'습지의 사랑'은 전체적으로 모호한 느낌이었고,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의 경우 '시간여행'이라는 SF의 설정을 가지고 있어서 소재 자체는 관심 있을 수밖에 없었던 주제였지만, 전체적으로 우울한 분위기라서 끌리지 않았다. 그래도 시점의 교차와 반전 요소는 인상적이다.

네 편 중 초반 세 편이 전반적으로 여성들 간의 유대랄까, 관계성에 대해 다룬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런 부분들이 현대 소설에 종종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쁘지 않은 흐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시 읽으며 발견하는 것들에 대하여, 작은 아씨들

 

이 책은 예뻐서 샀다.

<작은 아씨들>은 원래 3권이나 소장하고 있었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작은 책으로 1권. 아이들 대상의 책으로 또 1권. 마지막으로 원서로 1권.

리커버 북이 나온 걸을 보고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사기로 한 결정적 계기는 함께 주는 굿즈였다.

작은 아씨들 와펜이었는데, 이 예쁜 책을 사겠다는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목표치에서 조금 모자라던 것을 와펜이 채운 것이다.

몇 번이나 읽은 책이지만, 새로 샀으니까 새 책으로 다시 읽었다.

책들을 다시 읽을 때마다 느끼는 생각을 또 했다. 이전에 읽으면서 놓친 부분들이 꽤 있었다는 생각.

<작은 아씨들>은 알다시피 마치 가의 네 소녀 메그, 조, 베스, 에이미가 중심이 된 이야기다. 거기에 옆집 소년 로리가 주요 인물로 나온다. 책은 네 소녀가 번갈아 주인공이 되어 에피소드를 이어 나간다.

 

"(전략)에이미, 네가 좋은 재능과 장점을 지녔다고 해서 굳이 그걸 자랑할 필요는 없단다. 자만심은 훌륭한 사람도 망치고 마는 법이니까. 진정한 재능이나 장점은 오랫동안 묻혀 있지 않아. 또 설령 아무도 몰라 준다 해도 자신이 그것을 의식하고 제대로 발휘한다면 만족을 얻을 수 있단다. 겸손만큼 값진 것은 없는 법이야." (p.170~171)

 

어릴 적 <작은 아씨들>을 읽으며 가장 좋아했던 소녀는 에이미였다. 다시 읽어도 그 마음은 여전했다.

꼼꼼하게 다시 이야기를 읽다보니 에이미에게 어머니가 조언하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엔 '이야기의 흐름', '에피소드의 내용'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사소하더라도 대사 하나, 문장 하나에 깊은 인상을 받기도 한다.

책 속 에피소드에서 자매들의 어머니가 딸들에게 말하는 내용들을 찬찬히 읽어보게 되었다는 건, 나도 그간 자랐다는 의미일까.

 

어느새 흘러나온 눈물이 조의 짧은 글을 적시고 있었다. 경제적 독립과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는 것이야말로 조가 간절히 바라던 소망이었고, 이로써 행복한 결말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p.356)

 

이번에 읽으면서 집중해 본 또다른 포인트는 소설가로서의 조의 모습이다.

저자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작은 아씨들>을 다시 읽기 전에 본 어떤 책에서 루이자 메이 올컷에 대해 몰랐던 부분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저자 스스로를 반영한 캐릭터라는 조의 이야기에 관심을 두고 읽게 되었다. 자신의 글이 신문에 실려 기뻐하는 조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그저 담담하게 쓴 문장임에도 조의 마음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아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마음이란 게 차라리 없으면 좋겠어. 너무 아파서 미칠 것 같아."

잠시 후 메그가 토로했다.

"삶이 종종 이렇게나 힘든 거라면, 우리가 어떻게 계속 그 고통을 이겨 내야 할지 정말 걱정이야."

조가 낙담하며 덧붙였다. (p.421)

 

이런 대화 부분들도 좋았다.

메그가 말한 말도, 조가 말한 말도 좋았다. 디테일한 부분에서도 매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남자라면 함께 도망쳐서 멋진 시간을 보내겠지만, 난 불행히도 여자라서 집에 있어야만 해. 날 꼬드기지마, 로리. 그건 미친 짓이야." (중략)

"점잔 빼며 얌전하게 살아야 하는 게 내 운명이야. 그렇게 마음먹는 편이 나아. 난 너한테 충고하러 여기 온 거지, 생각만으로도 좋아서 펄쩍 뛸 것 같은 얘기를 들으러 온 게 아니란 말이야." (p.474)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이다. '이런 대화가 있었다고?'하고 놀랐다.

거의 뒷부분인데, 할아버지와 갈등을 겪는 로리를 설득하러 간 조에게 로리가 함께 세계를 누비자는 제안을 하자 조가 답하는 내용이다.

자유롭게 세계를 다니며 살아갈 수 없다고, 그게 자신의 운명이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었을 조. <작은 아씨들>의 네 자매 중에 가장 독립적이라고 생각했던 캐릭터인 조 역시 시대적인 한계에 어느 정도 순응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내용이 안타깝고 씁쓸한 내용이었다.

 

 

 

<작은 아씨들>의 네 자매가 사랑스러운 건, 각자의 고민을 품고 있는 입체적인 모습을 지닌 인물이기 때문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