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 싶은 마음을 끌어올리는 책, 아무튼 달리기

 

표지부터 마음에 쏙 들었던 이번 '아무튼 시리즈' 책, 『아무튼, 달리기』. 도서관 신간 코너에 들렀다가 발견하고 바로 빌려와 읽었다.

언제나, 아무튼 시리즈 책을 읽으면 해당 주제를 파고들고 싶어진다. 역시, 이번에도, 어김없이. 『아무튼, 달리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당장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 달리고 싶어졌다.

다른 취미들에 비해 달리기는 비교적 쉽게 시도할 수 있다. 준비물은 운동화, 운동복, 그리고 달리고 싶은 마음. 온 세상의 길이 달릴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달리기의 특성에 대해 책에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매력적이다.

달리기의 매력은 무한한 확장에 있다. 온갖 화려한 전술이 난무하는 축구도 결국 정해진 규격의 경기장 안에서 펼쳐진다. 요가 역시 요가 매트라는 소우주 속의 움직임이다. 하지만 달리기에는 경계가 없다.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어디로든 내달릴 수 있다. (p.50~51)

 

글쓴이는 달리기를 '우연히' 시작했다고 했다. 이별 후유증에 시달리며 여러 취미를 섭렵하던 어느 밤, 뜬금없이 '나가서 달려볼까' 생각했고. 그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그런데 그 한 번의 달리기가 색다른 즐거움을 안겼다. 그렇게 달리기의 세계에 발을 들인 것이다.

그런 상황이기에 달리기로 강렬한 체험을 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머릿속이 복잡할 땐 몸을 움직이라고 한다. 달리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달리는 것에만 집중을 하게 되니까.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힘껏 땅을 박차고. 과거도, 미래도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현재에 집중한다. 달리던 기억이 떠올라서 공감하며 읽었다.

달리면 모든 게 단순해진다. 아무리 무거운 고민이라도 달리기 시작하면 점차 그 부피가 줄어든다. 몸이 바쁘게 돌아가니 평소처럼 복잡하게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다. 우선순위 정렬 버튼을 누른 것처럼 중요치 않은 것들은 자연스레 생각의 바깥으로 밀려나고 마음 한가운데에는 고민의 본질만이 남는다. 그렇게 본질과 직접 대면하면 생각보다 쉽게 고민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p.92)

 

'달리기'라는 주제는 경험해본 것이기 때문에 공감을 많이 하며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물론, 글쓴이처럼 마라톤까지 도전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들, 미처 생각치 못했던 것들을 읽으며 달리기의 여러가지 매력을 알 수 있었다. 글쓴이가 써내려 간, 달리기에 닿아있는 의미들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조금 느리더라도 꾸준히 하면 언젠가는 닿는다. 달리기란 원래 그런 운동이니까. (p.27)

책이 정말 마음에 들어 결국 구매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에게 선물해주고 싶다. 아마 좋아할 것이다.

애거사 크리스티 특집! 미스테리아 32호

 

사실 제목에 느낌표를 세 개 정도는 붙이고 싶었다...

이번에 『미스테리아 32호』가 애거사 크리스티 특집인 걸 알고 정말 정말 많이 기대했다!

애거사 크리스티는 내가 추리소설에 막 흥미를 붙일 무렵 알게 된 작가 중 한 명이다.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고, 다른 재미있는 탐정 소설이 없을까 찾다가 알게 된 애거사 크리스티!

'추리 소설의 여왕'이라고도 불리는 만큼 그녀의 작품 수는 정말 많은데, 한 권 한 권 읽으며 목표를 달성하는 기분도 있었다.

하루에 두 세권씩 읽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푹 빠져있었다. 지금도 그렇다.

왜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이 좋은걸까, 말로 설명하기 힘든 뭔가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미스테리아 32호』에 실린 기획 기사를 보다가 딱 내 마음 같은 내용을 발견했다.

 

코넌 도일이 사건을 다룬다면 애거사 크리스티는 인물에 중점을 둔다. 다양한 인물들은 스토리를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각자 살아온 삶, 그로 인해 빚어진 상황과 감정이 사건과 어울리면서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구축한다. 인물들 하나하나에 얼마나 섬세하게 심리를 묘사하는지, 평면적인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 크리스티의 작품이 영상화될 때마다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당대 최고의 연기파 배우가 붙은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비중은 작지만 어설프게 그릴 수 없는 인물들이 가득하다. (p.24)

 

이거다. 애거사 크리스티 작품은 추리 소설이면서 동시에 일종의 드라마 같은 느낌이 있다. 인물들이 생생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문이다. 추리가 끝난 후에도 삶은 이어진다. 각 작품은 사건이 해결된 후 후일담이 붙은 경우가 많다. 남은 이들은 사건을 통해 받은 영향으로 새롭게 삶을 이어나간다. 여러 작품에서 로맨스 요소가 사건과 어우러지는 것도 '인물'들을 생생하게 그렸기에 사건 전체의 한 조각으로 느끼게 된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유명한 실종 사건에 관한 이야기. 그녀가 창조한 탐정들의 이야기. 처음 만들어낸 '그' 트릭이 나오는 '그' 작품. 그녀가 다른 필명을 써서 쓴 심리 서스펜스 스타일의 작품 이야기까지.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라 그런지 기획기사들 모두 즐겁게 읽었다.

셜록 홈스만을 창조한 아서 코난 도일과 다르게, 애거사 크리스티가 창조한 탐정은 여럿이다. 유명한 포와로를 시작으로 제인 마플, 탐정-탐정 콤비인 토미와 터펜스, 탐정보다는 해결사에 가까운 파커 파인, 비현실적인 존재로 느껴지는 할리퀸까지. 각 탐정들은 모두 매력적이지만, 제인 마플을 가장 좋아한다. 아무래도 제인 마플은 그녀의 창조주 애거사 크리스티를 연상시키기 때문일까.

『미스테리아 32호』를 읽으면서 제인 마플에 관한 호감을 되새기게 되었는데, 바로 이 부분 때문이었다.

 

제인 마플은 말한다. "중요한 건 범인이 아니라네. 결백한 사람들이지. 그런데 세상은 이 점을 몰라준단 말일세." 악에 매혹되어 사건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결백한 사람들을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때로는, 결백한 사람들이 파멸에 이르는 사건들을 연민에 찬 눈으로 바라본다. 범죄를 해결하면 해피엔딩이라는 공식을 뒤흔들어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슬픈 여운에 잠기게 하는 일이야말로 제인 마플과 애거사 크리스티 콤비의 장기 아닐까. (p.44)

 

'범인이 누구이고, 어떻게 사건이 일어났는가'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모든 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아름답다. 이런 따스함 때문에 제인 마플을, 애거사 크리스티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이번 호의 '취미는 독서' 코너에서는 혼다 데쓰야의 『셰어하우스 플라주』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내용이 있어서 읽게 될지는 모르겠다.

논픽션은 간단한 편이었고, 드라마 '이태원 클라스'를 다룬 내용이 있다. 과거 사건을 다루는 코너는 쓰레기를 실은 배에 대한 내용이다.

 

 

 

그리고 단편소설은 3편이 있었는데 도러시 L.세이어스의 작품이 있었다! '진주 목걸이'란 제목으로 피터 윔지경이 나온다. 피터 윔지경 시리즈를 좋아하는 독자이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이었다. 다른 두 편은 렁수이퉁의 '겨울은 곧 끝납니다'와 대실 해밋의 '터크 스트리트의 어느 집'이었다.

간결하지만 의미있는 우화, 움베르토 에코의 지구를 위한 세 가지 이야기

 

『움베르토 에코의 지구를 위한 세 가지 이야기』는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움베르토 에코가 쓴 우화 세 편을 담은 책이라는 설명에 궁금해졌던 책이다. 총 세 편의 우화가 이어진다. 각각 '지구와 평화', '다문화와 세계', '문명과 지구 환경'을 주제로 했다. 세 가지 주제 모두 우리 지구인이 아주 잘 알고 있는 주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지켜야 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첫번째 이야기는 '폭탄과 장군'.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폭탄을 모으는 나쁜 장군이 있었다. 그러나 폭탄 속 원자, 아토모들은 그러고 싶지 않아 숨어버린다. 장군은 그걸 모른 채 전쟁을 일으키고 도시마다 폭탄을 떨어뜨린다..!

두번째 이야기는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 우주선을 타고 지구와 가까운 행성 화성으로 떠난 지구인들. 미국 사람, 러시아 사람, 중국 사람이 화성에 도착했다. 그들은 서로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래서 좋아하지 않았기에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사실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걸 느끼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때 마주한 화성인. 지구인과 확연히 다른 모습에 세 사람은 서로 더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화성인을 배척하게 되지만, 어떤 상황이 그들의 생각을 바꾸게 한다.

마지막 이야기는 '뉴 행성의 난쟁이들'. 오만한 황제는 새로운 땅을 찾아내 문명을 전해주고 싶어했다. 그 임무를 받고 떠난 우주 탐험가는 새로운 행성, '뉴' 행성을 발견한다. 그곳의 주민인 난쟁이들에게 과학 기술이 기반이 되어 발달한 문명을 알려주려 한다. 하지만 말을 할수록 이 문명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세 편 다 나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어 좋았다. 씁쓸함보다는 동화같지만 행복한 엔딩이 좋다.

 

간결한 세 편의 우화를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SF라는 것이었다. 현대의 우화는 과학 기술이 담긴 '사이언스' 픽션인걸까?

첫번째는 폭탄을 구성하는 요소인 '원자'가 과학과 관련이 되어 있었다. 두번째와 세번째는 '우주'를 향해 떠나는 우주인들이 등장한다.

'우화'라는 단어의 느낌이 SF와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주제의식이 선명하게 잘 전해졌고, 동화같은 느낌도 존재했다. 이런 점이 신기했다. SF의 매력을 하나 더 발견한 느낌. 

삽화도 독특한 매력을 더했다. 콜라주 같은 느낌도 있고, 수채화 물감의 번짐 느낌도 있다.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책의 주제인데, 세 이야기 중에서는 두번째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말이 다르다고, 생긴 모습이 다르다고 '우리'라는 선 안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존중하지 않는 모습. 그 기준을 어디에 세우느냐에 따라 같은 인물을 다르게 인식하는 모습이 나왔기에 주제를 더 잘 드러낼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