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전 이야기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에 매우 만족했었다.

전적으로 내 취향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에도 정말정말로 만족했다.

그때와 비슷한 구성이었다. 한 라디오 코너의 내용을 엮은 책이기 때문이다.

라디오 작가의 책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그건 아마도 라디오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이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이 아닐까?

라디오는 일반적인 소설과도, TV와도 다른 매력이 있다.

사람들의 귀에 착착 감기는 DJ의 감미로운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에 어울리는 부드럽고 포근한 이야기들.

 

그래서 이 책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은 반복되는 "그가 말했다" "그녀가 말했다" 라는 부분들이다.

그렇게 시작함으로써 독자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런데 또 그 이야기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할 만한 이야기들.

요즘 책을 좋아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책에 관한 내용을 담은 에피소드였다.

그렇게 자신이 생각하고 있었던 내용을, 멋지게 글로 풀어내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와 통하는 부분이 있으니 끌리고, 귀담아 듣게 되는 것 같다.

게다가 지루하지도 않다.

라디오의 특성에 맞게, 짧고 문장, 구어체로 되어 있으니까 옆에서 이야기하는 느낌이랄까?

 

눈을 감고 가만히 책 내용을 되새겨 본다.

문득 책 속의 '그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는 것만 같다.

 

매우 독특한 책이었다.
내가 직접 써내려가면서 나 자신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책.
사실 요즘에 독자가 직접 쓰는 공간을 두는 책은 의외로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그런 책을 접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새로운 것을 접하는 건, 언제나 흥미롭다.

 

맨 처음에 나와있던 글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알지 못했는데, 마치 흘러가는 강물처럼....
늘 그자리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내가 계속해서 조금씩, 이전과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그런 인식으로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책에서 묻고 있는 것들에 대해 대답해가면서...
자신에 대해 좀더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내 앞에 보이지 않는 상담사를 두고, 대답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우리가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은, 어쩌면 타인의 질문들에 대답해가는 순간에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나는 지금 이 순간의 내 모습을 붙잡아두었다.
5년후, 10년후 어떻게 변해서 이 때의 모습을 보게될까....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