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고부터 커피의 맛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 것 같다.

쓰디쓴 에스프레소도 때에 따라서는 정말 괜찮은 맛이라고 생각할 때도 많으니까.

그래서 <에스프레소 비밀노트>라는 책에 관심이 갔다.

에스프레소라는 단어가 있는 것만으로도, 어떤 내용일까 너무나 궁금했다.

<에스프레소 비밀노트>에서는 독특한 용어가 등장했다.

'에스프레솔로지'

이것은 좋아하는 커피 취향으로 그 사람의 성격이나 다른 취향들을 분석해보는 것이다.

커피 전문점에서 일하는 제인은 자신이 평소 노트에 써내려갔던 손님들의 커피 취향을 바탕으로 한커플 한커플을 맺어주기 시작한다.

그의 재능을 주목한 점장은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에스프레솔로지의 밤'이라는 행사를 열고, 또 TV 프로그램인 '수다쟁이들'에서도 취재가 나온다.

그런 것을 보면 독특한 분야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다.

책을 읽어가면서 밝은 분위기로 흘러가는 이야기도 좋았지만, 중간 중간 제인이 쓴 에스프레솔로지 내용이 나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아직 나는 커피 취향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해서, 여기에 나온 것에 적용해볼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 안타까웠다.

그리고 제인이 에스프레솔로지, 손님들의 커피취향을 통해 커플을 맺어주는 사례를 보다보니, 케이블 TV프로그램 하나가 떠올랐다.

<더 로맨틱>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에서 커플을 맺어줄 때 하는 '취향 셔플'이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간에, 커피 취향으로 그 사람을 파악한다는 것, 그 자체가 어쩐지 로맨틱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신선한 소재라는 생각도 했다.

더 많은 커피 취향과 설명이 나와있었다면 더 이 책을 좋아했겠지만... 그건 욕심이겠지?

아.. 쓰다보니 커피향이 무척이나 맡고 싶어진다.

이제 이만 쓰고 커피나 한 잔 해야겠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작품은 이제 작가 이름만 보고도 믿고 선택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만큼 나는 그의 작품세계에 빠져버린 것 같다.
처음으로 읽었던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를 비롯해서 밀실 시리즈 세 권, 그리고 이번에 읽은 <방과후는 미스터리와 함께>에 이르기까지. 소재나 주인공들은 일본 추리 작가답게 다양하다고 할 수 있지만 모두가 마음에 드는 작품들이었다.

 

부유한 여자 형사, 뛰어난 추리재능 말고는 모든면에서 부족한 사립탐정에 이어,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고등학생 탐정이다.
이 탐정의 이름은 키리가미네 료. 코이가쿠보가쿠엔 2학년 탐정부 부부장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이 탐정부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히 나오지 않아 아쉬웠는데, 알고보니 이 탐정부 시리즈가 따로 있고 이 책은 번외편이었다. 이럴수가!
그래도 조만간 탐정부 시리즈 <초보 탐정들의 학교>와 <살의는 반드시 세 번 느낀다>가 출간될 것 같아 무척 기대된다!

 

아무튼간에, 진지하게 이야기가 진행되다가도 방심한 사이 웃음이 터져나오게 하는 작가의 재치있는 글솜씨는 여전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미스터리지만 학원물적인 성격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나는 미스터리도 좋아하지만 학원&청소년물도 굉장히 좋아한다. 그래서 이 두 장르가 결합되어있기에 더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리 단편집이기까지 했다!!!!!!!!
사실 위에서 주인공은 고등학생 탐정이라고는 했지만, 실제로 키리가미네 료가 추리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그점이 약간 아쉽긴 했다.

키리가미네는 홈즈가 아닌 왓슨 역할에 가까운걸까? 역시 부부장이라서?

 

책에 등장하는 사건도 가벼운 것 위주였다.

물론 뒤에 숨겨진 내막이 약간은 무겁다고도 할 수 있는 사건도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전반적인 분위기 때문에 가벼웠다고 느끼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유쾌하게 미스터리를 읽게 만드는 것, 그것이 히가시가와 도쿠야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니까.

 

그렇게 나는 또 여행을 꿈꾼다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건, 스페인에 대한 막연한 동경 때문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스페인이라는 나라에 빠져버렸다.

작년에는 스페인어 수업을 잠시 듣기도 했고, 테마가 있는 여행 관련 책을 볼 때면 스페인에 관한 내용은 없나... 하고 뒤적이며 찾고 있었다.

그런데 스페인 카미노길은 처음 들어보는 터라 어떤 곳일지 궁금했다.

 

정말 나답지 않게 천천히, 잔잔하게 읽었다.

웬만한 책은 이틀이면 거뜬히 읽어내는 나인데, 이 책은 유독 오래 걸렸다.

자신의 컨디션에 맞추어 천천히 걸어가는 순례길.

그 길을 마치 함께 걸어가듯이 천천히 읽어갔다.

 

스페인 카미노길을 걸어가는 한 순례자가 겪은 이야기.

그 이야기를 읽는 내내 순례길이 정말 힘들어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들을 읽으면 따스함이 전해져왔다.

그 길고긴 길 어딘가에서 만나, 도움을 주고 받으며, 언어장벽을 깨뜨리고 진심을 전하려 노력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이들.

 

나는 단체로 떠나는 여행 말고, 개인적으로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다.

입으로는 항상 여행가고 싶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혼자 떠나는 여행이, 익숙한 곳에서 떠나야한다는 것이, 두려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저자가 길 위에서 만나는 따스한 인연들에, 그 친절함에, 그 미소에...

나는 또 여행을 꿈꾸게 되었다.

뭐 사실, 여행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그런 느낌은 강해지는 것 같기는 하다.

 

그치만 역시 혼자는 여행 못할 것 같다.

저자는 어떻게 그 긴 순례길을 혼자 여행할 생각을 했을까?

그 결정을 내린 용기와, 또 그 길을 끝까지 걸어낸 의지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것도 버스를 거의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정말 투박하지만,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례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