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난 예술분야에 재능이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형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난 동생과 비교될 수밖에 없었는데, 동생은 예술 분야에서 꽤 뛰어났다.
피아노를 먼저 배운 나보다 더 빨리 새로운 곡들을 배워나갔고, 그림도 잘 그리는 편이었다.
내 미술 숙제 중 특히 색감이 중요한 수채화 같은 것들은 내 동생의 손을 안 탄 것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난 만들기 쪽은 나름 재능이 있었던 것 같지만...
스케치라던가, 색칠된 그림은 어려웠다. 지금도 어려웠다.
하지만 언제나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바람은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이 읽고 싶어진 것은.
제목부터 끌렸으니까. "이지"라는 말에!
그림 그리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처음부터 어긋났던 내 관점을 재정립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첫장을 펼쳐보니 선 긋기가 나왔다.
정말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었다.
나는 선을 그으면서 생각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보자고...
그럼, 언젠가는 나도 그림그리기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지 않을까...
선을 그리고, 도형을 그리고, 간단한 그림을 그리고...
음영을 주는 법이라던가, 선묘, 투시법에 대해 차근차근, 쉽게 설명되어 있는 책이다.
편집이 깔끔하게 되어 있어서 더 좋았다.
이 책은 천천히 읽으려고 한다.
하나하나 이 책이 하라는 대로 따라하면서, 그림 그리기를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마음으로.
뒷표지에 있던 말을, 가슴 깊이 새겨두고.
드로잉도 자전거와 똑같다.
소질과 상관없이 배우고 익히면
평생 동안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