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 고민하지 말고, 바람이 밀어주는 대로 떠나기

 

이번에 읽은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라는 책은 저자가 자신의 3살난 아이와 함께 터키여행을 하며 겪은 일들을 담은 여행에세이이다.
참 좋은 여행에세이였다.
꼭 터키 여행에 관한 것 뿐 아니라 삶에 대해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책이었으니까.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
그런 쉽지 않아보이는 결정을 한 저자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저자를 잘 따라준 그녀의 아이도 대단했다.
여행이라는 걸 결심하고, 행동에 옮긴 것에 대한 이유를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좋았다.

 

나는 여행이라는 스승을 통해, 삶에 대해 더 낮아질 것을 배운다. 엎드려 고개를 숙이면 더 많은 것이 보이는 것이다. 지독하게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 때는 언제나 더는 내가 나를 낮추고 있지 않을 때였고, 스스로 그 직립이 피로할 때였고, 피로함으로 인해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p.75)

 

책 전반에서 흘러가는 터키 여행은 곳곳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보였다. 관광으로 유명한 곳을 돌아다닌 것이 아닌데도.
그건 아마도 그녀가 너무나 아름답게 글을 써내려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데리고 하는 여행이기에, 비록 마음대로 보고 싶은 것을 다 보지는 않지만, 그녀는 새로운 것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터키 사람들의 모습들도 굉장히 인상적이는데, 여기에 등장한 수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하고 멋진 모습이었다. 그 중 특히 기억에 남은 사람들은 양보할 줄 아는 고운 심성을 가졌던 아이와, 유습이었다.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어서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그들.

 

마지막 부분에서 이야기하는 여행에 관한 저자의 생각은 굉장히 독특해서 기억에 남았다.
아무래도 여행에 익숙하기에, 좀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게 아닐까 생각했다.
역시 뭐든지 많이 해봐야 하는걸까.

 

모든 여행에는 질문과 답이 있다. 사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공히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지만, 그 질문과 답 사이의 멀고도 가까운 거리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여행이라는 틀을 꿈꾸고 떠난다. 먼 곳을 돌아 다시 제 안의 것을 들여다볼 용기와 지혜를 얻게 된다는 것, 이것은 수많은 예술 장르에서 차용된 서사구조이기도 하려니와 탄생과 성장을 거쳐 죽음에 이르는 우리 생이 최초에 의도된 구조이기도 하다. 그러니 우리는 여행이라는 틀로써 주어진 일상의 틀을 부수고 나가는 것을 꿈꾸지만, 이 또한 커다란 생의 구조 속에서는 '작은 일상'일 뿐이다. (p.344~345)

 

이 '작은 일상'의 변화를 난 언제쯤 경험할 수 있을까...

▶ 그녀의 삶을 뒤바꿔버린 특별한 단 하루

 

<미스 페티그루의 하루>를 처음 알게 된 건 어디였는지는 모르겠는데,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특별히 이유를 대보라고 하면 말할 수 없는데, 그냥 읽고 싶었었다. 정말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나조차 궁금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읽게 된 이 책.
신데렐라를 현대적으로 변용한 수많은 이야기들 중 하나인데, 흠... 뭔가 좀 특이하다.
일단 주인공은 제목에도 등장하는 미스 페티그루양이시다. 그런데 이 여자분, 보통 신데렐라와는 좀 다르다. 나이가 꽤 들어 있다는 설정으로 나오니까! 게다가 여기엔 신데렐라를 구박하는 계모와 새언니들의 존재조차 찾을 수 없다. 왕자님의 분량도 그다지 많지 않고, 신데렐라를 변신시켜주는 요정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는 라포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읽어갈수록 무척 재미있었다. 신데렐라 원작과는 전혀 다른 톡톡 튀는 이야기의 매력이랄까. 두꺼운 책 한 권이 단 하루의 일이라니! 미스 페티그루양은 이 하룻동안 정말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일들은 정말 흥미진진한 사건들이었다! 페티그루양이 그동안 지켜왔던 가치관을 통째로 바꿀만큼!

 

솔직하고 정직하게 상황에 맞선 끝에 그녀는 이제껏 살아오는 동안 자신을 이끌어왔던 삶의 원칙들을 손에서 놓았노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단 하루만에 일어난 변화였다. 유혹이 던진 첫 윙크에 그대로 넘어간 것이다. 그것도 그냥 넘어간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적극적으로 타락의 길로 굴러들어갔으니……. 도덕적으로 살아온 오랜 세월이 결국 다 허사가 되고 말았다. 그녀는 이제까지 유혹에 넘어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환락의 도시가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음악이 그녀에게 마법을 걸어왔다. 온갖 죄악의 소굴이 그녀를 매혹시키고 있었다.(p.206)

 

페티그루양의 모습에서 내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도덕적인 것을 버릴 수 없다고 다짐하지만, 사실은 화려하고 빛나는 세계에 끌린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아름답고 화려한 것은 사람들을 들뜨게 하고, 그들 스스로도 빛나게 만든다. 페티그루 양이 그렇게 변했던 것처럼.
사실 타락을 권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주인공들이 다들 순수한 면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뭔가 자신의 틀을 깨고 나온다는 느낌이 더 강한 그런 소설이다. 특히 페티그루양이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자신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부분들이 그러했다.

 

이 책이 꽤 오래 전에 발행된 이야기인데도 지금 상황과 많이 다를게 없을 만큼 너무나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위니프레드 왓슨의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졌는데 국내에 번역된 게 있는지 모르겠다. 찾아봐야지!

▶ 아직 낯설기에 더욱 매력적이었던 동유럽 여행기

 

요즘 나는 여행 에세이를 통해 대리만족 중이다.

다양한 나라로 여행가서 남긴 글들을 읽으며, 나도 언젠가 꼭 가보고야 말테다!

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과연 어떨지...

 

이번에 읽은 책 또한 내가 언젠가 가보고 싶은 나라들의 여행기.

체코,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여행에서 겪은 일들을 담은 여행기이다.

유명한 나라 뿐 아니라, 소소한 마을에서 소소한 일들을 한 이야기라서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저자의 글솜씨였다.

 

체코는 중세의 모습을 담고 있다. 암흑의 중세라고도 하지만, 중세는 우리에게 환상적인 꿈을 꾸게 한다. 시골 어딘가에서 발견한 한 권의 낡은 일기장 같은 느낌.
겉모습의 소박함은 안에서 느끼는 화려함과 대비되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언제나 떠날 때는 아쉬움이 하늘 풍선만큼 커진다.
하지만 이것이 또 인생이 아닐까. 그래도 언제든 어떻게든 떠날 수 있고, 다시 돌아갈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p.59)

 

체코에 대해서 이렇게 쓰셨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체코라는 나라에 정말 가고프다는 생각을 했다. 시골에서 발견한 한 권의 낡은 일기장 같은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그리고 중세, 그렇다. 중세는 동화 속 나라들이 살아 있을 것만 같은 환상을 심어준다.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체코, 어떤 모습일까? 라는 궁금증이 솟아오른다.

 

10만여 권의 장서가 보관되어 있는 도서관은 그저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수도승이 직접 손으로 그린 세계지도와 각종 약초나 풀을 연구한 수도승의 책들도 있다. 솔솔 향기가 나는 것 같은 세밀화 꽃, 금방이라도 팔랑거리며 날아오를 것 같은 화려한 나비와 곤충들 역시 모두 필사를 했다. 글씨체도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도서관 바닥부터 천장까지 가득 메운 책들과 오래된 낡은 사다리도 보인다. 평생을 책과 함께 한다는 것은 축복일 것이다. 이런 풍광 속에서 평생 파묻혀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수도승들의 하루 일과는 어땠을까? <장미의 이름> 속 수도승들의 하루를 떠올려본다. (p.209)

 

책 속에 소개된 장소 중 꼭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였던 멜크 수도원에 관한 저자의 설명.

역시나 글솜씨는 여지없이 발휘되고 있으시다^^

10만여권의 장서가 보관되어 있는 도서관, 책에 실린 사진만으로도 정말 멋져보였다.

실제로 보면 아마 더 멋지겠지?

 

위에서 말한 곳들 뿐 아니라, 책에 소개된 곳들이 동유럽이 아직은 개발이 덜 된 면도 있고 해서 소박함이 느껴지는 곳들이 많아 좋았다.

체코에서 동화속 여행도 매력적인 것 같고...

폴란드에서 나치로 인해 피해 입은 아픈 역사를 되새기는 여행도 괜찮을 것 같고...

오스트리아의 음악의 도시 빈을 중심으로 해서 음악여행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할슈타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는데, 할슈타트의 예쁜 호수를 꼭 만나보고 싶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완전 그림이더라!

 

이렇게 책을 다 읽고 나니, 정말 제목처럼 인생에서의 쉼표를 찾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밀려오는 동유럽 여행의 매력...

동유럽 관련 여행 책들도 더 많이 읽어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