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치서핑 이야기로 느끼는 여행자의 자세

 

최근 여행에세이를 읽는 걸 워낙 좋아하다보니 '카우치서핑'에 대한 말을 들은 적은 꽤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카우치서핑에 대해 소개한 책은 처음 읽는다. 때문에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카우치서핑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다. 저자들은 친절하게도 카우치서핑에 대하여 간단한 소개를 해주고 있다.

 

카우치서핑은 오픈 마인드로 시작한 범세계적인 여행 공동체이자, 새로운 형식의 사회 운동이다. 카우치서핑CouchSurfing이란 영어의 소파Couch와 서핑하기Surfing의 합성어로, 소파에서 소파로 이동하며 지속하는 여행을 의미한다. (p.41)

 

이렇게 어원을 가진 카우치서핑은, 쉽게 말하면 여행자들에게 무료로 카우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무료숙소의 개념으로 카우치서핑을 이용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카우치서핑을 통해 얻고자하는 것은 바로 '친구'이다. 함께 지내면서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함께 그 나라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면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 세계 곳곳에 자신의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카우치서핑의 매력요소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저자들을 포함, 카우치서핑을 경험한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체험기(?)와 카우치서핑에 대한 정보를 적절하게 섞어 보여주고 있어서 참 좋았다. 특히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실제 카우치서핑으로 여행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도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 내지는 자신감을 한층 키워주는 데 큰 영향력을 끼쳤다. 많은 카우치서퍼(카우치서핑으로 여행하는 사람들)들의 이야기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윤진 씨의 이야기였다.

 

윤진 씨는 카우치서핑을 떠나기 전까지 제대로 배낭여행 한번 가 본 적 없는 초보 여행자라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긍정적인 마음가짐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그 어떠한 여행 경험보다 중요한 것이 아닐까? 카우치서핑을 하기로 결심했다면 사람에 대해 일단 믿어 보자.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참 많다! 그리고 자신도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 보자. 어쩌면 이것이 카우치서핑의 모든 것일지도 모른다. (p.138)

 

나 또한 한번도 외국 여행, 아니 국내 여행조차 제대로 가본 적 없는 초보 여행자로서, 첫 여행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윤진 씨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건 쓸데없는 두려움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고, 그 중에는 착한 사람들이 더 많을 거라고 왜 믿지 못하는가? 여행지에서 뭔가를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 그리고 친구들을 얻을 수 있다고 왜 믿지 못할까? 내가 먼저 의심하는 눈초리로 쳐다보기 때문에 상대 또한 나를 의심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단 믿고 떠나는 것! 그게 중요한 것 같은데... 왜 이리 결심은 힘든걸까.

 

그래도 정말, 카우치서핑이라는 것은 매력적이고 또 매력적인 여행방식인 것 같다. 사람들 사이의 '믿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여행이니까. 언젠가 나도 카우치서핑을 통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수많은 친구들을 만들고 싶다. 아, 그리고 카우치를 제공하는 호스트로서의 역할도 꼭 해보고 싶다! 세계인들과의 글로벌한 친목도모! 이 얼마나 아름답지 않은가!

몰래 몰래 숨어있던 책들의 발견

 

읽을 책을 고르게 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서 읽게 되는 경우도 있고,
주변 사람들의 추천을 통해 읽을 책을 고르는 경우도 있었고,
읽었던 책 속에 제목만 언급되었던 책을 읽게 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책들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맞춘 책을 읽고 거기서 맘에 들었던 책들을 찾아 읽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렇게 고르게 된 책들이 100% 만족을 주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고르면 비교적 다양하게 책을 볼 수 있어서 좋다.
뭐, 결국은 소설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그 내용적인 면에서는 다양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읽게 된 <사랑의 마음을 들여다보다>라는 책에서도, 많은 책들을 알 수 있었다. 저자가 무려 5년 동안 읽은 수많은 책 가운데 고른 55편인 만큼, 읽고 싶어지는 책이 많았다.
특히 이 책에서 읽고 싶어진 책을 고를 때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것은 역시 이 책의 저자가 쓴 감상들이었다.
이 책에 쓰여진 책에 대한 감상들은 단순히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자신이 읽은 책과 연관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으로 감상을 써내려가서 좋았던 것 같다. 그랬기에 더 책이 읽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었으니까.

저자가 책을 읽고 느낀 감상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며, 공감하는 순간...
그 책을 읽고 싶어졌다.

 

어쩌면 우리는 이 세계의 퍼즐 조각 하나쯤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어떻게든 끼워 맞춰지려고 온갖 빈자리에 자신을 집어넣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조직과 서열에서 한번쯤 튕겨 나와 볼 일입니다. 자신은 세상이라는 '저 교회'에 맞지 않은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세상 어디쯤엔가에는 그런 미운오리새끼 같은 사람들을 위한 별관이 어둔 밤에도 노란 불을 밝히고 문을 열어놓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나의 이 독서도 '그곳'에 맞지 않는 나를 향한 위로일지도요. (p.225)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이 글.
그래서 제레미 머서가 쓴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셰익스피어 & 컴퍼니>를 꼭 읽고 싶어졌다.

그 외에도 읽고 싶은 책들은 다수 있었다.
여기에 소개된 책들은 정말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가지고 있는 책들이어서, 내가 처음으로 알게 된 책들이 정말 많았다.
역시 책은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숨어있던 책을 발견해 읽는 건 정말 즐겁고 신나는 일이니까, 그런게 좋아도 너~~~~무 좋다!

▶ 달콤함이 잔잔히 스며든 비밀스런 삶의 모습들

 

묘하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삶>이라는 제목처럼, 이야기 전반에서 왜인지 모르게 은밀함이 가득 느껴졌었다.

 

이 책은 총 열 아홉가지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열 아홉가지의 다양한 모습의 사랑 이야기.
대부분이 행복한 사랑보다는 약간의 결핍을 간직한 사랑 이야기이다.
남녀간의 사랑 뿐 아니라 다양한 모습의 사랑이 담긴 삶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런 결핍을 간직한 사랑이야기들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야기는 다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평가에 나 또한 수긍하게 되었다.
"숨이 막히게 아름답다!" -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라는 이 평가. 정말 그랬다.

전반적으로 이 책의 이야기들은, 꿈결같은 모호한 느낌으로 표현되면서도... 긴박감 넘치는 미스터리적인 요소들도 겸비하고 있었다.
그 중 꿈결같은 몽상적인 분위기는 이 이야기들이 로맨틱함을 간직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친것 같다.
모호함은 신비로운 느낌을 주니까.

미스터리적인 느낌은, 처음부터 모든 걸 설명하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나감으로써 생겨난 것 같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 대부분이 불친절하게도 그런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낡은 옷을 입은 남자가 들고 가는 미스터리한 상자 안에 뭐가 있는지 알려주지 않다던가, 주인공의 과거를 처음부터 다 이야기 하지 않는다던지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래서 결말 부분에서 깜짝 놀라거나, 그들의 슬픔을 알게 되거나 한다.
하지만 이 작가가 얼마나 매끄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 슬픔이 있음에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우울함으로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은 원서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더 잘 살려주신 번역하신 분의 공도 큰 것 같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진홍색 땅에 턱을 박고 엎드린다. 언덕 중턱에 카펫처럼 넓게 퍼져나간 꽃들은 언덕 꼭대기에서 멀어질수록 색깔이 옅어진다.

눈을 감는다. 바다를 스쳐 섬에 다다른 바람이 짭짤하고 신선한 향기를 떨쳐내고 야생화들 사이로 달음박질치다가 꽃향기와 합쳐져 묵직해진 후에야 속도를 늦춘다. 마침내 바람은 나를 휘감고 얼음처럼 차가운 손길로 셔츠 속을 파고든다. 그 순간 나는 사만다와의 추억을 깊이 들이마신다. (p.96~97)

정말 아름답게 쓰여진 글이다.
이렇게 달콤하게 언어를 사용한 글들을 이 책에서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또 맨 뒤에는 덧붙임글로 작가가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가치관같은 것을 이야기한 부분도 있었는데, 그 부분들도 굉장히 유용하였던 것 같다.

아, 정말 아름다운 책을 읽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