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기보다는 체류기 같았던 터키 이야기책
터키 홀릭.
제목에 끌려서 집어온 책이다.
터키라는 나라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형제의 나라'로 매우 익숙한 나라이다.
그렇지만 젊은 세대에게 '형제의 나라'는 생소한 단어이기도 하다.
한국 전쟁은 아주 먼 옛 이야기니까.
평화 속에서 자라온 세대이기에, 한국 전쟁 참전이라는 이유로 형제 국가라고 이야기하는 것, 왠지 어색할 법도 한데...
이상하게 터키라는 나라는 언제나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 책은 그렇게 멀게도 느껴지고 가깝게도 느껴지는 터키 여행기이다.
아니, 여행기보다는 체류기에 가까웠다.
저자 미노가 머물렀던, 터키의 평범한 마을 파묵칼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
나짐, 안네, 아이쉐귤, 알리바바, 무스타파, 카짐, 빌리, 줄리아...
미노는 나짐이 운영하는 오즈귤 호텔에 머무르면서, 그곳의 터키인들과 다양한 사건을 겪게 된다.
나비 계곡엔 나비 대신 막 피어나기 시작한 들꽃들이 차가운 바람에 나비처럼 흩날렸다. 계곡 아래 빼꼼이 지중해 바다 한 자락이 걸려 있다. 나는 계곡 아래를 더 자세히 내려다보기 위해 다가섰다. 까마득한 낭떠러지 아래서 가파른 계곡을 타고 소용돌이치듯 바람소리가 '붕'하고 올라온다. 내 상상 속에 컴퓨터 그래픽처럼 반짝이는 나비떼가 한꺼번에 날아오른다. 이대로 떨어지고 싶은 충동이 밀려들면 어떻게 하지, 나는 온몸에 돋는 소름을 느끼며 눈을 번쩍 떴다. 나짐이 달려왔다.
"뭐 하는 거야?"
나짐이 화를 냈다. 나도 내가 위험천만하게 발끝을 걸치고 있다는 걸 깨닫고 깜짝 놀랐다. 나비 계곡엔 이상한 마력이 있나 보다. 특히 아무도 없는 비수기의 나비 계곡은 위험하다. 왜 사람이 아름다운 곳에서 떨어지고 싶어하는지, 무서운 비밀을 알려주는 곳이다. (p.223~225)
터키인들은 우리와 여러모로 닮아 있었다.
손님방을 따로 마련해 언제나 손님을 환영하는 것.
가부장적인 사회.
축구에 열광적인 사람들.
그들 또한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저 유명한 관광지를 도는 여행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정말 평범한 터키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래서 그들에게서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이래서 형제의 나라라고 하는 건가... 하는 생각.
동시에 이국적인 모습도 터키에는 존재하고 있었다.
일단 이슬람 문화권의 유적들과 비잔틴 문화, 그리고 기독교 박해를 피해 살던 버섯집들...
그런 것은 그들이 우리와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라는 걸 생각하게 했다.
유럽과 아시아의 교차점. 그래서 그만큼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가깝게 또는 멀게 느껴지기에, 터키가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된 책이었다.
제목처럼, 터키홀릭이 될수밖에 없을 것 같단 말이지.
소탈함. 따뜻함. 사람냄새가 가득한 이야기라서 더 좋았던 여행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