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 생활에 지친 나를 힐링하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난 쭉 도시에서 살아왔다.
매일 대중교통을 타고 회색빛 건물들 사이를 다니고, 길에서는 차갑게 무표정한 얼굴을 한 행인들을 마주치며.
그런 도시에서의 삶은 어쩐지 우리를 지치게 하는 면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한 번도 도시의 삶에 지친 적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얼마전부터 나에게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지독한 두통과 숨막힘이 찾아왔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났다...
도시의 사생활. 뭔가 은밀할 것만 같은 제목의 에세이를.
에디터 김지수님이 쓰신 이 책은,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투영된 에세이다.
그러므로 개인적인 내용이지만, 다수가 공감할 내용이다.
서로에 대한 질투심, 다이어트의 유혹, 우울증, 아부, 가방, 라이프 스타일 등...
이 책은 총 4개의 파트로 나뉘어 도시 여자의 다양한 삶이 보여진다.
그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맨 처음. 도시인의 정신적인 면에 대해 다루었던 내용들이었다.
요즘의 내 증상들과 너무나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
신경이 곤두서 있고, 불안하고, 심지어 공황장애에까지 빠지는 도시인들의 모습.
물론 난 공황장애까지는 아직 가지 않은 것 같지만... 뭔가 이유없이 생겼다고 생각했던 증상들이 비슷했다.
그런데 그건 다, 자기 자신을 너무나 억압하기 때문이라는 말.
그러니 좀더 자기 자신을 편안히 대하고, 겸손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면...
조금 더 나아질 거라는 말도 이 책에 씌여 있었다.
그러나 내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나에 대한 과도한 분석과 생각을 멈추는 일이다. 나는 아일랜드에서 개발했다는 우울증 치료 게임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제목은 릴랙스 투윈relax to win. 두 마리의 공룡이 달리기 시합을 하는 이 게임은 게이머의 손가락에 붙은 센서가 맥박과 전류를 분석해 심신이 이완 상태가 될수록 공룡의 속도가 빨라지는 방식이다. 긴장을 최대한 풀고 편안한 상태가 되면 공룡은 날개를 달고 날아간다.(p.30~31)
그러고보니 난 나를 너무나 몰아치고 있었던 것도 같다.
내가 하지 못한 일들을 해내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질투심.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끊임없이 불안해 하는 마음들.
그런 감정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워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머리가 아프고, 숨이 막히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이젠, 조금만 느슨하게 그리고 느리게...
마음을 편안하게 할 때라고, 내 몸은 끊임없이 나에게 SOS를 보내고 있었던 거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던 사실.
책에 달린 부제는 "사유하는 에디어 김지수의 도시 힐링 에세이"
부제처럼, 그렇게 이 책을 읽으면서 힐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도시 생활 속에서 맺는 관계들에 치여 지치고 힘들 때 읽으면 참 좋을 것 같은 책이다.
P.S.
사실 도시인의 자기 자신에 대한 감정 문제 뿐 아니라 다른 이야기들이 꽤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싱글맘에 대한 의견들을 적어놓은 글 등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알게 해주기도 한다.
그런 이야기를 리뷰에 자세히 써넣지않은 것은, 내게 있어 '힐링'에 가장 걸맞았던 내용이 맨 앞 파트였다고 생각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