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아이의 용기와 그를 둘러싼 친절에 대하여
이 책을 읽은 건 한밤중이었다.
이제와서 말이지만... 그건 꽤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밤새 눈물 콧물을 엄청나게 쏟아낸 탓에, 다음날 눈이 퉁퉁 붓고 말았으니까.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 감정을 쏟아낸 건 참 오랜만의 일이었다.
이야기는 주인공 어거스트(오기)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시선으로 조금씩 진행되어 간다.
어거스트, 잭 윌, 서머, 미란다, 비아, 저스틴.
그들은 모두 각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선천적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어거스트, 그의 모습이 녹아있는 세상.
그들은 모두 다르기에, 그들의 생각과 그들의 시선에 의한 세상은 제각각이다.
서로 다른 시선으로 진행되어 가는 이야기...
난 어거스트 본인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보다, 그 주변의 시선이 더 끌렸다.
아마도 그건 내가 주변인에 더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끌렸던 건 어거스트의 누나, 비아의 이야기.
아주 특별한 동생을 두어버린 탓에, 평범과는 거리를 두게 된 소녀.
어거스트와 혈연관계, 가장 가까운 관계이기에 그녀는 가장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온전히 어거스트쪽에 더 집중되어 있는 듯한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아가 엇나가지 않은 것이 난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어거스트를 동생으로서 정말로 아끼고 사랑한 것이다.
순간순간 소녀의 이기심은 어거스트를 외면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래도 비아는 끝내 어거스트를 동생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저스틴의 이야기에서도 눈여겨볼 부분이 있었다.
마지막의 이야기에서, 우주가 어거스트, 오기 풀먼에게 어떤 것을 안겼는지에 관해 생각하는 저스틴...
미란다는 저스틴에게 말했다. 이 우주는 오기 풀먼에게 결코 녹녹치 않아.
저스틴도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기 풀먼이 그런 가혹한 일을 당할만큼 잘못했을까?
어거스트(오기)가 그렇게 된 것은 무작위의 소산일 뿐은 아니었나?
그러다가 생각한다.
아니야, 아니야, 완전히 무작위는 아니야. 진정 완전히 무작위라면 우주가 우리를 완전히 버리는 셈이지만, 그건 아니다. 우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우주의 가장 연약한 창조물들을 보살펴 준다. 맹목적으로 크나큰 사랑을 베푸는 너의 부모님. 평범한 사람이 된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누나. 너의 일로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걸걸한 목소리의 그 녀석. 그리고 심지어 네 사진을 지갑 속에 지니고 다니는 그 분홍 머리 여자애까지. 설령 복권 뽑기 기계일지라도 우주는 결국 모든 것을 공평하게 만들어 준다. 우주는 자신의 모든 새를 저버리지 않는다. (p.313)
선천적 안면기형을 가진 아이, 어거스트 풀먼.
그 아이의 존재로 인해 주변이 변해가는 모습들은 정말 인상적이다.
특히 뒷부분의 휴양림 부분부터 끝까지, 그때 난 펑펑 울어버렸으니 말이다.
정말 어거스트의 엄마가 말한 것처럼, "가끔은 사람들 때문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사람들 마음 속에는 언제나 친절이 깃들어 있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 친절은 밖으로 퍼져나올때를 기다리다가, 그럴 기회가 온다면 조금씩 뿜어져나온다.
친절과 관련해서 교장 선생님의 훈화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마음에 새기고, 실천할 법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중학교 생활을 통해 안 되는 것은 없다는, 여러분 스스로 만드는 미래에서 불가능이란 없다는, 그 분명한 사실만은 꼭 배우게 되기를 바랍니다. 만약 지금 이 자리에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언제 어디서든 이것을 원칙으로 정한다면, 여러분은 필요 이상으로 친절하려고 노력할 테고, 세상은 더욱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여러분이 필요 이상으로 조금만 더 친절을 베푼다면,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언젠가는 바로 여러분의 얼굴에서,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에서 하느님의 얼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p.458)
P.S.
비아 그리고 미란다가 에밀리역을, 저스틴이 무대 감독을 맡아 한 연극 <우리 읍내>.
내용을 보다보니 내가 얼마 전에 본 <아워타운>이라는 연극 같다. 그래서 어쩐지 반가웠다.
결말을 이미 알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안 그랬음 책에 나온 에밀리의 대사의 의미가 내내 궁금했을테니까.
<우리 읍내>라는 작품 또한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과 묘하게 어울린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