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에 둘러싸인 한 남자의 이야기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는 제목처럼 한 페이지에 죽음이 하나씩 들어간 책이다.

번역을 하면서 그 규칙이 약간 깨지긴 했지만, 원서에서는 분명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라고 한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수많은 죽음들.

다양한 죽음들이 시시각각 '나'를 덮친다.

아니, 아슬아슬하게 살짝 스쳐지나간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지간에, 그렇게 죽음을 많이 겪다니 주인공은 참으로 불쌍하기도 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 또한 수없이 많은 죽음과 맞닿아 있지는 않은가?

비록 나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 해도, 순간순간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우리는 매일 죽음과 스쳐지나간다.

 

그렇다면 불운한 남자로만 보이던 '나'는 결국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모습이 아닐까?

물론 정말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을 겪기도 하지만, 이 남자의 일상은 기본적으로 평범하다.

여자에게 차이고, 그래서 변하기로 결심하고.

운동을 시작한 후 예쁜 여자에게 끌리기도 하고, 자신의 이상한 상태를 의심해 정신과에 가기도 한다.

정신과에 마지막으로 갔을 때 그는 그가 정상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가 겪은 정말 기묘한 사건이 충분히 있을법한 일이라는 말.

그 말을 불신하던 '나'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이 겪은 일과 같은 일을 당했다는 말을 듣게 되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연극이 아니었고, 나는 그 사실이 기분 좋았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누군가와 무엇인가를 함께 나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나도 평범한 인간이며, 그들과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느낌. 과연 이건 모두에게, 혹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p.182)

 

저자는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라는 기상천외한 문학적 제약을 통해 주인공 '나'에게 갖은 일을 겪게 했다.

그러나 그런 황당한 일들도 또다른 누군가가 충분히 겪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를 매듭짓는다.

나는 그렇게 처리한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어떤 일이든지간에 오로지 나만이 겪을법한 일은 없다는 사실. 그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나 할까.

 

한 페이지마다 죽음을 넣는다는 문학적 제약.

이 때문에 이야기가 굉장히 여기저기 산으로 간 면이 있기는 했지만, 이 제약 때문에 흥미로웠던 건 사실이다.

그리고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죽음'을 엄청나게 끼워넣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그나저나, 저자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길 원했던 걸까? 그건 아직도 잘 모르겠다.

♬ 특별한 서울을 찾으려는 여성 여행자들에게 강력 추천!

 

해외 여행도 멋지지만, 평범한 일상 공간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여행하는 것.

그것도 참 매력적이다.

쉽게 여행을 떠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시도를 안했을 뿐, 여행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서울. 수많은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곳.

지루하고 답답한 일상의 공간.

하지만 서울을 찾는 수많은 여행자들은 분명 존재하고 있다.

그들은 서울의 무엇을 보고 느끼려 그 곳을 찾는걸까.

그런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서울은, 깜짝 놀랄만큼 색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서울의 매력 중에서도 서울 숙소의 매력을 가득히 안고 있는 책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만나게 되는 각양 각색의 매력적인 숙소들.

'아, 이 곳은 꼭 가봐야지!' 라고 생각하고 다음장을 넘겼는데 거기 소개된 숙소도 가보고 싶어진다.

이런 기분을 계속 유지하면서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여기서 소개된 숙소들 중 정말정말 마음에 드는 숙소들만 다 1박2일씩 체험한다고 해도 두달 넘게 서울을 여행해야할 듯 싶다.

 

서울을 일상의 공간이라고 생각할 때는 한 없이 작아보이는 도시였건만...

여행자의 시선으로 보는 서울은 곳곳에 볼거리가 많은 아주 큰 도시가 되어버렸다.

그 커다란 도시 곳곳에 숨어있는 게스트 하우스, 호텔, 캠핑장, 서비스드 레지던스 등등... 얼마나 많은 숙소들이 있는지.

 

저자가 여성이어서 그런지, 여성 여행자가 좋아할 만한 숙소들이 가득히 소개되어 있다.

부티크 호텔의 파티룸 같은 화려함과, 잔잔함을 느낄 수 있는 한옥 게스트 하우스.

난 특히 첫부분에 소개되었던 한옥 게스트 하우스들이 가장 눈길이 갔다.

한옥 게스트 하우스들은 하나하나가 다 멋져서 꼭 하룻밤씩 묵어보고 싶다고나 할까.

다락방이 있는 숙소도 있었는데, 그 곳도 꼭 가보고 싶다.

 

말이 안 통하는 곳, 멀리 가는 여행이 두렵다면...

서울을 여행자로서 여행해보는 것도 특별한 하루가 되지 않을까.

 

어린 시절부터 서울생활을 동경했지만 가끔은 견딜 수 없이 외롭고 진절머리 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과 함께 바라보았던 그 겨울밤의 눈부신 서울을 떠올린다. 그리곤 짐을 싼다. 서울로의 가출. 사랑하는 사람이나 오랜 친구, 때론 혼자여도 좋다. 생활자가 아닌 여행자가 되어 맞는 서울에서의 하룻밤은 아주 특별한 아침 공기로 지친 당신을 위로해줄 것이다.  (p.18~19)

♬ 어려워만 보이던 와인의 비밀을 찾아서

 

내게 와인은 마치 다른 세계의 음료 같았다.

뭔가 마력이 뿜어져 나올 것만 같은 색깔의 와인들...

사실 이제까지 와인을 마셔본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인데다가, 와인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생초보였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때문에 이 책은 와인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서의 역할이었다.

 

와인빛의 예쁜 표지로 인상을 끄는 <와인 시크릿>.

매혹적인 레드 와인빛의 바탕에 책등 쪽의 검은색 장식까지!

와인의 우아함과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랄까.

 

내용 또한 친절했다.

이 책은 저자 마니올드 한 사람이 쭉 와인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각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짤막하게 파트별로 나누어 이야기를 해주는 형식을 지녔다.

각 이야기들은 짧지만 충분히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게다가 어렵지 않게 알아들을 수 있다!

난 이 책의 이런 형식이 참 좋았다.

그 이유는 짧게 끊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가지고 다니면서 잠깐잠깐 보기에도 참 좋았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정보들은 꽤 쏠쏠하다.

정말 나 같은 생초보는 와인의 세계를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을 법한 책이랄까.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의 차이가 어떤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또 와인을 마실 때 잔을 돌리면서 어떤 것을 봐야하는지, 그리고 향은 어떻게 맡아야 하는지...

다양한 와인의 생산지에 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어쩐지 조금 와인 애호가에 가까워진 느낌?!

물론 아주 조금이겠지만.

 

와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읽다보니, 이 책에 나온 방법을 시도하고 싶어졌다.

이제 조금만 있음 연말...

이번 연말에는 와인 고르기부터 마시기까지, 우아하고 또 달콤하게 와인을 제대로 음미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