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 시선을 가지고 떠나는 여행은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은 이름만 보면 누구나 알만한 작가들이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하며 쓴 기록들을 담은 책이다.
박범신, 김용택, 강은교, 조정래, 이문열, 김탁환, 김주영, 이순원, 하성란, 함민복, 하일지, 구효서, 성석제, 정호승, 고은.
너무나 멋진 작품들을 세상에 남겨 우리에게 보여준 그들은, 우리나라 곳곳으로 여행을 간다.
그들이 선택한 여행지는 그들이 작품을 쓰기 위해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혹은 그들의 어린시절을 품고있는 고향이기도 하고, 언젠가 꼭 가보리라 다짐했던 곳이기도 하다.
작가들의 눈으로 보는 우리나라의 여행지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읽으면서 역시 작가는 뭔가 달라~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마음을 톡톡 두드리는 멋진 글귀들.
중간중간에 끼워진 작가들의 작품 한 구절.
깔끔하게 편집된 사진과 글들은 그 단어 하나하나가 내 맘에 다가오게 만들었다.
그 중에 특히 마음에 들었던 두 이야기.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시인의 마음으로 세상을 담는 건 어렵지 않다. 세상은 시인을 신기하다 하지만, 시인은 그저 세상을 좀 더 사랑할 뿐이니까. (p.78) -강은교
나도 시인을 신기한 존재로 여겼던 세상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시를 쓰려 해본 적은 몇 번 있는데, 시를 써놓고도 내가 제대로 쓴걸까?
고민하게 되고, 시인은 뭔가 다른 존재일 것만 같았다.
이번에 강은교 시인님의 이 말을 읽으면서, 세상을 조금 더 많이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시인의 마음을 가져보고프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려운 것 같다. 어떻게 조금 더 사랑을 해야할까?
추억은 의미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느낌으로 기억된다. 의미를 위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이 뛰는 느낌에 끌려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의미를 따르는 삶보다 느낌을 만끽하는 삶이 어쩌면 더 즐겁지 않을까? (p.351) -하일지
하일지라는 작가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 같지만, 나는 이 작가를 이미 알고 있다.
친구가 이 작가의 작품을 좋아해서 소개해 주었기 때문이다.
<우주피스 공화국>이라는 소설이었는데, 사실 그때 끝까지 읽지 못했다.
하지만 굉장히 독특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기 실린 하일지 작가님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작가님에 대해 더 알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끊임없이 이전과 다른 작품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는 작가님의 말에 참 놀랐었다.
그리고 의미보다 느낌을 중요시한다는 이 말.
어쩌면 정말 그럴 것만 같다.
의미를 따진다기보다는 그때그때 마음이 가는대로 살아가는 것, 정말 즐거운 삶일 것 같아.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놀랐던 것은, 한국 문학 작가들 중 시인들을 내가 더 많이 안다는 사실에 놀랐다.
소설가를 더 많이 알 줄 알았는데, 역시 국어수업 때 배운 수많은 시 덕분인지 시인을 꽤 알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난 한국 문학, 그 중 소설은 특히 잘 안 읽는 편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이 여행 에세이를 읽으며 다양한 작가와 그들의 작품세계를 약간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한국 소설 분야에서.
이전에 한국 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소설에 관심이 없었던 나를 반성했다.
한국 소설도 굉장히 다양성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내 틀에만 갇혀 있을 뿐이었다.
여행 에세이 사이사이 끼워진 소설 구절이나 소설 이야기들은 내 흥미를 자극하는 게 많았다.
언젠가 꼭 읽으려고 한다.
여행 에세이로서도 꽤 괜찮은 책이었다.
특히 좋았던 부분은 작가들이 함께 여행을 떠난 이들과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서 이야기한 부분이었다.
실제로 같이 여행하며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 여행지에 관해 작가가 글을 써내려간 부분들은 최고였고 말이다.
그리고 각 작가의 여행 이야기가 끝나면 뒤에 부록 비슷하게 작가들이 간 곳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게 편집되어 있다.
그런 편집적인 면도 돋보이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