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가득한 수많은 사랑, 그 사랑을 배우다

 

저는 항상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사랑의 감정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의미는 뭘까요?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그 순간은 언제일까요...

아, 이게 사랑이구나... 하고 느꼈던 순간이, 제겐 없었던 것만 같았고,

그렇기에 더더욱 사랑이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사랑'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그 감정이 찾아왔을 때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으니까요.

 

그래서 이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제목부터가 확 끌리게 하잖아요?

"사랑을 배우다"

사랑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여, 이리로 오라! 이렇게 느껴지지 않나요?

 

물론, 이 책은 사랑에 빠지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학술적으로 딱딱하게 이야기하는 그런 책은 아니었어요.

아마 그런 책이었다면 제가 끝까지 읽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 책에서는 다양한 모습의 사랑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해주고 있어요.

따스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들을....

 

차례를 보면 이 책은 총 네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 걸 알 수 있어요.

1부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들이 펼쳐져요.

나폴레옹, 프로이트, 헤밍웨이... 이렇게 누구나 아는 유명한 사람들의 아픈 사랑이야기도 읽어갈 수 있답니다.

2부는, 사랑에 관한 단상이에요.

무라카미 하루키, 톨스토이, 괴테, 셰익스피어, 헤르만 헤세 등 유명한 작가들,

에우리피데스, 쇼펜하우어, 칼 마르크스, 키에르 케고르등 유명한 철학가들....

그들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 짧은 말들과, 저자 무무가 밑에 코멘트처럼 달아놓은 글들이 각각 한두쪽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답니다.

3부는, 어쩌면 비현실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사랑이야기.

아주 오래전에 헤어진 그들이 운명처럼 다시 만나는 이야기라던가, 마지막까지 연인에게 전화를 걸던 남자의 이야기라던가...

때로는 가슴아픈, 때로는 살풋 미소짓게 만드는 그런 사랑이야기들이 담겨있어요.

마지막 4부는, 짧은 사랑이야기에요.

짧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더 여운이 길게 남는 이야기들이 담겨있어요.

특히 여기 실린 사랑이야기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라 더 정감간답니다.

 

그래서 전 이 책을 읽고 정말 사랑을 배웠을까요?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것이 사랑의 전부이다.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

사랑이 삶을 슬프게 하는 걸까, 삶이 사랑을 슬프게 하는 걸까? 사랑이 삶을 아름답게 하는 걸까, 삶이 사랑을 아름답게 하는 걸까? (p.60)

 

책 속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글귀입니다.

사랑은 때로는 가슴아프고, 힘들게 하는 감정이라는 걸 알았어요.

하지만 또한 사랑은 많은 문제들이 전혀 문제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마력을 가진 감정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사랑, 사랑은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라, 이성적으로 이해하기는 참 힘든 감정인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사랑 없는 삶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

그런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사랑이 제게 다가올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아름다운 사랑.

꼭 그런 빛나는 사랑의 감정을 알고, 붙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

 

♬ 저자의 지극히 외면적인 일상, 생각들이 담겨있는 외면일기

 

이 책을 읽기 전 했던 오해가 두 가지 있었다.

첫번째. 외면일기의 제목에 관한 오해.

외면일기라고 해서 나는 굉장히 우울한 내용일거라고 생각했다.

타인으로부터 관심받지 못한다는 의미의 '외면'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 제목 <외면일기>의 외면은 '내면'의 반대말이었다.

두번째 오해. 저자에 관한 오해.

책을 읽기 전까지 미셸 투르니에가 독신 남성일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미셸이란 이름이 프랑스에서는 남자이름으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미셸 투르니에와 그가 쓴 책에 대해서는 예전에 접한 적이 있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이라는 그의 소설이나, 그의 독서노트를 제대로 읽어보지 못해서 그에 대해 알 기회가 없었다.

계속 여자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읽다가 그가 남자인 걸 알고 얼마나 놀랐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간에, 이 두 가지 오해는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되었다.

 

<외면일기>는 정말 흥미로운 책이었다.

1월부터 12월까지, 저자가 짤막짤막하게 기록해놓은 글들의 모음.

이야기가 굉장히 다양하게 전개되어서 그런지...

뭐랄까, 작가의 소재노트를 보는 느낌이었다.

 

이 책에 언급된 다양한 에피소드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것이었다.

미셸 투르니에는 어느날 한 여교사로부터 어떤 학생의 진로카드를 받게 된다.

거기에는 학생이 '나는 장차 작가가 되어 공쿠르 상 심사위원회의 회원이 되겠다'라고 자신의 장래희망에 적어둔 것이 있었다.

그는 그가 속한 '공쿠르 상 심사위원회' 회원들이 자주 모이는 식당에서 열린 모임에 그 카드를 가져가 보여준다.

그들은 "어서 작품을 한 편 써라. 우리는 갈리옹 광장에 있는 식당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메뉴종이에 쓰고는

회원 열명이 서명해서 그 학생에게 보낸다.

이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이미 앞서 있는 사람들이 그들을 꿈으로 삼고 있는 학생에게 희망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그 학생이 꿈을 이뤄가겠다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응원해준 것이다.

이것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준 공쿠르 상 심사위원회 회원 뿐 아니라, 한 여교사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다.

그녀는 그 학생의 꿈이 적힌 진로카드를 미셸 투르니에게 보냄으로써 이 일이 일어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한 학생의 꿈에 관심을 갖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미소가 지어졌었다.

 

시간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그러나 시간은 또한 우리가 싫어하는 모든 것, 모든 사람들, 우리를 증오하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또 고통, 심지어 죽음까지도 파괴하는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결국 시간은 우리들 자신을 파괴함으로써 우리의 모든 상喪과 모든 고통의 원천에 종지부를 찍는것이다. (p.19)

 

외면일기 중간중간에는 이런 저자의 생각들도 간간이 끼워넣어져 있다.

대표 지식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저자답게, 정말 깊이있고 멋진 글귀들이 많아서 자꾸자꾸 적게 되어버린다.

읽으면서 아! 정말 그렇네! 라고 생각하게 된다고나 할까.

 

소설가란 그런 거야. 하지만 내가 글을 다 쓰고 나서 나 자신은 뭘까 하고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어. 또 내겐 그런 것이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고. 나는 배우와 비슷해. 배우는 햄릿, 네로 황제, 알세스트, 돈 후안, 파우스트 등이었지만 의상을 벗고 화장을 지우고 나면 아무도 아니거든. 내 책 「성령의 바람」이 실패한 교훈은 바로 그런 점에 있을 거야. 그 책의 주제는 미셸 투르니에인데 결국 그건 별로 알맹이가 없는 주제였던 모양이야. (p.198)

 

자신의 직업, 소설가에 대해 학생에게 이야기했던 내용도 있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소설가도 배우처럼 타인이 되어보는 것이 필요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긴, 소설가 자신을 녹여내는 것에는 언젠가 한계가 올 테니까.

또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던 소설가들도 많을테니까.

소설가가 되어 다양한 인물들을 창조하는 것, 그건 정말 배우와 어쩌면 닮은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외면일기> 속에는 다양한 글감들과 이야기가 가득해서,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그래서 많은 글귀들에 공감하고, 또 적어두고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이런 외면일기를 하나 써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아주 짧은 인용글, 사소한 의문부터 시작해서...

어떤 문제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던가, 깜짝 놀랐던 일이 일어났던 하루에 관한 글들...

그런 글들을 그러모아 하나의 노트가 만들어지면... 1년 후에는 멋진 소재노트가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아무튼 결론은 이 책 정말로 마음에 든다는 것!!!

♬ 서른이 아니라도 산은 필요해 

 

산을 마지막으로 올랐을 때가 언제였더라?
오로지 등산을 목적으로 산에 오른 건 꽤 오래전의 일인 것 같다.
한 주를 시작할 때마다 매번 생각했었다.
'이번 주말엔 꼭 산에 올라봐야겠다!'
하지만 생각만 했었다.
생각만 하다보니 겨울이 되었다. 어느새.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서울 산의 모습을 읽어가다보니...
동네 뒷산 오르기도 주저하고 망설이다 결국 오르기를 포기한 것이 후회되었다.
산은 정말 아름다운 곳, 나를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인데 한낱 게으름으로 포기하다니.

 

책에서 펼쳐지는 저자의 산행기는 하나의 산 또 하나의 산, 이렇게 차근차근 이어진다.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의 산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읽다보니 산을 오르고 싶었다.

그 푸르름 안으로 나도 빠져들고 싶었다.

 

때로는 단순히 묵언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모인다. 그 에너지는 다시 삶의 잔잔한 활력으로 발현되곤 한다. 글을 쓸 때 손가락이 생각을 이어나가게 해주는 것처럼, 걸을 때는 두 발이 생각을 이어준다. 잡념도 사념도 모두 나의 소중한 생각들이다. 잡념이 보배라고 말한 어느 명상가의 말처럼 잡념 속에서 보석 같은 생각의 실마리들이 풀려나온다. (p.136~137)

 

정말 산을 오르면서 이런 생각도 할 법하다는 생각을 했다.

조용히 산을 오르다보면, 생각이 쏟아져나오고, 무거웠던 머리는 환하게 정리될 것 같다.

요즘같이 복잡한 마음일 때 산에 오르면 좋을까?

푸르른 산이 아니라도, 흙을 밟는 그 느낌만으로도 참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산이 참 많은 나라라고 한다.

어딜가나 산이 보이는 나라.

하지만 익숙해진다는 것은 그 매력을 느끼기 어려워진다는 것이기도 한 것 같다.

우리나라 곳곳에 숨어있을 산의 매력들을 이제라도... 찾아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

등산은 참 좋은 운동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