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거운 마음을 힐링해준 에세이, 집나간 마음을 찾습니다

 

요새 책 읽기가 조금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다.

그냥 축 가라앉는 느낌.

그땐 책을 읽어도 글자를 억지로 따라가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 읽으면 읽을수록 너무 좋았다.

공감가는 내용.

마음이 편안해지게 하는 어투.

편집도 깔끔하고...

함께 있는 사진들도 너무 편안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그래서 어지럽고 무거웠던 머릿속과 마음이 맑고 투명하게 변하는 느낌이 들었다.

진짜 제목처럼 집나갔던 마음이 돌아오는 느낌인가. 신기하게도 말이다.

방송작가이자 작사가인 저자.

그래서 그렇게 편안하게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감되어 위로받는 그런 이야기들이 가득한 책.

그래서 좋았던 책.

기복 없는 삶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

파란만장함의 정도 차이만이 있을 뿐,

누구의 인생인들 순탄하게만 흘러가지는 않겠지.

그런데 막상 어떤 문제들을 직면했을 때

이런 이성적인 사고는 전혀 일어나지 않고

모든 것들은 혼돈에 발을 담근다.

발생의 가운데에선 아무것도 볼 수가 없고

나는 동그마니 혼자일 뿐이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시간은 흐르게 되어 있고

그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면 찬찬한 판단이 가능해진다.

 

이 세상에 헛되게 흘러간 시간은 없다.

그 시절을 그렇게 보내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견고한 나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p.246~247)

일본 네 작가가 한 작품씩 썼던 단편집을 읽고나서,

그 중 한 작가였던 가쿠다 미쓰요의 작품을 요즘 찾아 읽어보고 있다.

전학생 모임은 총 8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표제작 전학생 모임 말고는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었다.

어쨌든 나머지 단편들의 이야기들도 약간 독특한 느낌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어쩌면 맨 처음 나온 전학생 모임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다른 단편에 좀더 관심을 쏟지 못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은 우연히 학생신문 구석에서 '전국전학생동호회'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그 모임에 가입하게 된다.

전학을 한번도 겪어보지 않은 주인공은, 전학생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지 궁금해 했다.

얼마전 헤어진 그녀의 애인이 전학을 숱하게 다니던 인물로,

헤어지면서 자신의 마음을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모임을 지속하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듣게된다.

전학생 모임에 참여하는 인원들은 다양한 나이대를 지니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나이든 어른들까지.

그들이 말하는 전학생들의 이야기는, 독특했다.

그건 주인공처럼 내 또한 전학이라는 걸 전혀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전학을 계속해서 겪었던 주인공의 전 애인 가와하라 신조와

전학생 모임의 인물들은 자아 형성에 약간의 어려움을 느껴왔던 것 같다.

계속되는 전학에 미움을 받지 않고, 친해지고 익숙해지기 위해 머리를 써야만 했다는,

그래서 이제 오랜 관계를 이어갈 수 없게 되어버렸다는 주인공의 전 애인이나,

졸업한 곳의 초등학교 앨범을 다시 보게 되면서 자신이 연속적인 존재였다는 걸 새삼 깨닫는 전학생 모임의 아줌마.

자신이 전학을 다니지 않고 쭉 한 곳에서 살았다는 상상을 해보는 우루시바라씨.

그런 이야기가 뭔가 신기하기도 하고,

내가 만난 전학생 아이들이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도 만들었다.

 

그리고 인상에 남았던 글귀.

 

아마 우리들은, 각자의 목적지로 가기 위해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많이 버스를 갈아타야 할지 모른다. 버스를 타고, 누군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혹은 그러지 않기도 하며, 내려서 갈아타고, 또 거기서 누군가를 만난다. 영원히. 어딘가에 도착할 때까지…. (p.30)

 

결국은 다르지 않다는 걸까.

꼭 전학생이 아니어도, 우리는 모두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는 존재라는 것일까..?

아무튼 독특한 소재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단편이었던 것 같다.

 

♬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첫번째 이야기

책을 좋아해서, 이 책이 읽고 싶었다.

예전에 한 번 책과 관련된 미스터리물을 접한 적이 있었다.

무겁지 않은 내용이라 즐겁게 읽었던 기억.

그래서 이 책도 그럴거라고 생각하고 읽게 되었다.

그리고... 기대감은 만족감으로 되돌아왔다.

책을 좋아하는 고서당의 여주인.

책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주인공 남자.

이 둘이 서로 도움을 받으면서 미스터리를 하나씩 풀어가는 모습들이 흥미로웠다.

이렇게 상반된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책을 좋아하는 독자도, 책이 아직 낯선 독자도 쉽게 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미스터리라는 추리적 요소를 지닌 것도 한 몫 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패를 다 보여준 채 시작하지 않는 것은, 뒤가 궁금해서라도 계속 보게 만드니까.

게다가 약간의 연애요소도 더해져 있다.

독자 타입 두 가지 중 나의 경우는 전자.

어렸을때부터 책을 참 좋아했었다.

그렇지만... 여기의 여주인공을 백퍼센트 이해했다고는 말 못할 것 같다.

"고우라 씨는 책을 읽지 않으니까……."

시노카와 씨는 주저하며 중얼거렸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좋아하는 책을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을 이해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고작 책 한 권에 불과하니까요."

벼락을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p.309)

무슨 짓을 해서라도 좋아하는 책을 곁에 두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을 아직 난 모르겠으니까...

아직 그런 책을 못 만나서일까..?

그렇지만 '고작 책 한 권'이라고 말하는 태도에는 약간 분노하게 될 것 같다.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면서... 미스터리로서의 흥미도 분명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책에 대한 애정을 재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다음 권도 기대가 매우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