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때마다 새로움을 선사하는 책, 어린왕자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다 문득 들었던 의문 하나.

어린왕자의 책 장르를 뭐하고 하는 게 좋을까?

소설? 에세이?

이제까지는 소설이라고 생각하고서 읽었었지만,

이번에는 어쩐지 에세이라고 생각하고 읽고 싶어졌었기 때문일까.

아무튼 대부분 소설로 간주하는 듯 하다.

 

어린 왕자는 정말정말 유명한 세계 명작인 만큼, 많이 읽어서 지금이 몇 번째 읽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이번에 또다시 읽으면서 이전에 읽었을 때 생각했던 것과는 또다른 생각을 했었다.

 

어쩌면 그렇기에 명작일 것이다.

읽은 사람이 처한 상황, 그들이 가진 생각들, 경험들에 따라서 같은 이야기도 계속해서 다르게 읽힐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서, 많은 것을 느껴갈 수 있기 때문에.

 

그는 계속 말을 했다.

"나는 그때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어!

꽃의 말이 아닌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 했어.

내게 향기를 전해주고 즐거움을 주었는데...

그 꽃을 떠나지 말았어야 했어!

그 허영심 뒤에 가려진 따뜻한 마음을 보았어야 했는데...

아, 꽃이란 얼마나 모순된 존재인지...

그 때 난 꽃을 제대로 사랑하기에는 아직 어렸던 거야. (p.84)

 

어린왕자가 장미를 떠나온 것을 후회하며 하는 말이었다.

언제나 곁에 있을거라고 생각하기에, 진심을 내보이지 않고 강한 척, 관심없는 척.

상대를 더 좋아하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투정부리며 관심을 받으려 하고.

뭔가 그런 모습들이 떠오르게 하는 장미꽃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어디에 있어? 사막에서는 조금 외롭구나..."

"사람들 속에서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뱀이 말했다. (p.151)

 

이 부분은 언제나 인상적인 부분.

군중속의 고독.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과 접촉하게 되었지만,

뱀의 말처럼... 그 속에서도 외롭게 느껴지는 순간은 있다. 언제나.

 

역시, 두고두고 읽기 참 좋은 책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들 외에도 떠오른 생각들은 참 많았지만, 정리가 힘들어서 리뷰는 여기서 끝.

세상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선정한, 인생의 목적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 자신의 인생의 목적어가 소개되어 있기에, 누구나 하나쯤은 자신의 목적어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공감가는 글귀를 많이 찾았다. 그 중 '꿈'에서 가장 큰 공감을 받았었다.

 

그 이야기는 처음에 이런 말로 시작이 되었었다.

 

꿈이 없습니까?

부럽습니다.

당신은 무한한 가능성입니다. (p.35)

 

한번도 이렇게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나는 어려서부터 확실히 꿈을 가지고 그 꿈을 향해 달려가는 주변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만 했다.

그리고 무조건 꿈을 가져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꿈은 이렇게 정의되었다.

"만병통치약이라고 오해하기 딱 좋은 약"

꿈을 모르는 사람들은 꿈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그렇지만 꿈을 찾는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막연히 가져왔던, 꿈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부서져버렸다.

실체를 마주하니 그것은 단지 내가 가진 환상에 홀린 것뿐이었다.

그랬었기에 이 이야기가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지금 상황에 너무 비슷해서.

 

또 다른 이야기도 좋았다.

자유. 책. 기다림. 희망.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도 참 인상적이었다.

 

만나다의 과거형은 만났다, 가 아닙니다.

기다리다, 입니다. (p.115)

 

기다림이 만남을 만든다. 하지만 아무 대책 없이 손 놓고 기다린다면, 하루하루 손에 꼽고 기다린다면 만남의 순간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기다림은 멈춰 서 있는 시간이 아니라, 만남 쪽으로 자꾸 다가가려는 노력을 더해야 하는 시간이다. 당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그 무엇을 만나려면 당신도 그 무엇을 향해 움직여야 한다. (p.117)

 

그러고보면, 나는 진심으로 무언가를 만나기 위해 기다린 적이 있었던 걸까, 싶었다.

단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다가가려 하는 것.

다가가기는 커녕 오히려 벽을 둘러친 적이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기다림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한 글이었다.

 

이런 이야기들 외에도  다른 것들도 너무나 좋은 글들이 많아서, 소장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 책이었다.

새로운 관점을 선사해준 책, 불쌍하구나

 

표제작 <불쌍하구나>와 <아미는 미인>, 중편 분량의 두 작품이 실려있는 책.

저자 와타야 리사는 오래전부터 좋아했었다.

그렇지만 맨 처음으로 읽었던 그녀의 작품 빼고는 그다지 취향이 아니었는데...

이번 책은 뭔가 좋은 느낌.

잘 읽히는 데다가 약간 고정적인 느낌이 아닌 이미지의 인물들이 등장하는게 좋았던 것 같다.

 

표제작 <불쌍하구나>와 다른 수록작 <아미는 미인> 중에서는 역시 표제작보다는 <아미는 미인>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건 내가 평범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쌍하구나>에서는 처음에는 주인공에게 굉장히 감정이입을 해서 아키요에서 분노했다. 하지만.

진짜 나쁜 건 상대의 감정에는 관계없이 옳다고 생각해서 행동한 그 사람이다.(스포가 될 것 같아 여기까지만)

묘한 삼각관계를 다룬 이야기.

하지만 그 못지않게 인상적인 것은 '불쌍하다'라는 말에 대한 주인공의 단상들.

우리가 누군가에게 품는 '동정심'에 대한 새로운 관점들.

그렇지만 역시 아직은 이 이야기를 100% 이해하지는 못한 것 같다.

등장인물들도, 주제도.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주인공 쥬리에가 영어학원에서 자신의 일로 상담하는 장면이었다.

 

<아미는 미인>은 두 번 읽었다.

한 번은 서점에서, 그리고 이번에 다시. 서점에서는 시간이 없어서 더 짧아 보이는 뒤의 수록작을 읽었던 것이다.

아미라는 인물에 대한 설정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미인이라는 것 때문에 외로울 수밖에 없는 존재.

그래서 자신에게 무관심한 사람에게 의지하려는 사람.

빛나는 그녀를 미워했었지만, 결국 그녀를 진심으로 아끼고 좋아하게 되는 사카키.

결말은 열린 결말. 역시 아미는 남편을 잘못 고른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모르겠다.

사사키의 생각처럼 그 남자도 그리 나쁘지 않을지도. 나중엔 아미를 정말 아껴주게 될지도.

한편 아미연구회를 만든 인물의 아미에 대한 분석도 꽤나 흥미로웠다.

 

아미는 사카키에게 족쇄였을 수 있다.

하지만 아미에게 있어 사카키는 단 하나의 소중한 무엇. 그렇기에 더욱 더 놓치고 싶지 않은 존재. 특별한 존재.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아미가 자신들의 아이돌이 되기를 바랐다.

자신들의 이상에 걸맞는 사람. 끊임없는 기대.

그렇기 때문에 아미는 자신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더 좋아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기대하지 않으니까. 좀더 편안했을지도.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비극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어쩌면 관점에 따라서 그건 비극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많은 관심에 지친다면... 무관심이 더 좋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