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사이의 구원에 관한 이야기, 한밤중의 베이커리2

 

1권을 읽고 후속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있었는데, 계속해서 다음 권이 있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서점에서 책이 있는 걸 발견하고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다른 빵집들과는 다르게, 늦은 밤에 영업하는 한밤중의 베이커리, 블랑제리 구레바야시.

이곳에 의외의 손님이 찾아온다.

그녀는 히로키의 옛 여자친구 요시노로, 어릴적 히로키와 결혼을 약속했다며 혼인신고서를 들이댄다.

그렇게 그녀는 노조미와 함께 빵집에 살게 되지만, 노조미는 아무래도 그녀가 수상하다.

그러나 히로키는 그녀에게 별다른 감정을 보이지 않고, 주변의 남자들은 점점 그녀와 가까워지게 된다.

과연 갑작스레 나타난 이 여자의 숨겨진 비밀은 무엇인가?

이게 스토리를 끌어나가는 동력이다.

 

"구원을 바라지 않는 사람의 손은 잡을 수 없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마다라메의 말에 히로키는 가만히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

"유이 요시노는 구원받기를 원할까?"

그 말에 히로키는 귀찮다는 듯이 혀를 차며 딱 잘라 말했다.

"그 녀석 마음이야 내가 알 게 뭐냐."

그러더니 왜건 문을 열고 내뱉었다.

"내가 걔를 구원하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걸로 손을 내밀 이유가 충분하지 않냐." (p.302)

 

역시 이 책에서 가장 호감이 가는 인물. 히로키의 멋진 대사.

이 부분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미와코에게 구원받은 히로키가, 다시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그런 구원이 계속계속 세상속에 흘러나간다면... 세상은 좀더 좋은 세상이 되겠지.

어쩐지 트레버의 생각이 떠오른다.

히로키는 역시 냉정해보이지만 사실은 따뜻한 사람이다.

크루아상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이지 슬펐다.

그래서 크루아상을 먹는게 좀더 특별해진 느낌이었다.

히로키가 만든 크루아상, 먹어보고 싶다.

 

이번 책에서는 히로키 뿐 아니라 마다라메도 변화를 겪는다.

과거, 일종의 자기 비하감 때문에... 타인의 진심을 자기식으로 해석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그래서 마다라메는 변태를 졸업하고, 행복해진다.

 

미와코와 노조미의 관계에 대한 비밀도 이번에 풀렸다.

예전에 찍힌 사진으로.

 

인터넷을 검색하다 알았다. 이 책이 일본에서 무려 4권까지 나왔다는 걸.

부디 시리즈 모두 번역되어 나오길 바란다.

2권은 1권에서 살짝 언급되던 히로키의 과거와 관련된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했으니까...

아마 다른 인물들의 과거와 관련된 사람들도 등장하지 않을까 예상된다.

노조미의 엄마는 아마 등장하는 것 같고...

생각해보면 다룰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이번 책에서는 새로운 인물들도 등장했으니, 더 많아졌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미스터리적인 분위기가 옅은 시리즈가 좋아진 건 간만이다.

물론 등장인물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생기는 비밀,

그리고 그로 인한 수수께끼(일종의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을지도)가 풀리는 걸 읽는게 큰 재미이기도 했지만.

일러스트 가득한 여행수첩, 세느 강이 보이는 카페에서 그리움을 그리다

 

이 책을 만난 건 약간의 충동 덕분이었다.

도서관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문득 이 책이 눈에 띄었다.

꺼내보니 제본이 조금 특이했다.

그래서 읽기로 마음먹었다.

 

이 책 제목 위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유럽여행수첩, 나른의 스케치북'

스케치북.

제본이 특이했다는 건, 가로로 길게 넘기는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연습장을 가로로 넘기는 듯한 느낌.

사실 그래서 이동 중에 읽기에는 조금 불편할 것 같다.(실제로 그랬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스케치북의 느낌이 더 살기도 했고.

 

책 속의 일러스트들.

모두 다 너무 예뻤다.

세세하게 건물이 표현되어 있으면서도, 그림 특유의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옆에는 각 장소에서의 단상이 살짝 얹혀져 있었다.

 

그림 위주의 여행 수첩.

그림이 가득해서 읽기에 어렵지 않았다.

사진처럼 생생하지는 않지만 그림이기에 더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포스팅의 끝은...

이 책에 써있던 짤막짤막한 글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라서, 이걸 읽고, 또 일러스트를 보고, 가고 싶어진 곳.

 

셜록홈즈 레스토랑

Sherlock Homes Restaurant

 

추리소설의 끝을 알아 맞추는 사람과

마주앉아 식사를 하면 무서울 것 같다

난 똑똑하지 않으니까. (p.211)

현실과 공상의 모호함에 대한 이야기들,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4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도 벌써 4권째. 물론 모두 소장하고 있다.

일본 추리소설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는데, 이 시리즈는 완전히 취향.

1권을 서평이벤트로 본 이후, 2권은 온라인에서, 3권은 오프라인 서점에서 각각 구매했고...

4권은 나온다는 소식을 알게되자마자 예약구매를 해버렸다.

때문에 이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은 최고치.

그래서 이전에 비해 별로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약간 있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이전의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처럼, 이 책 역시 독서욕구를 샘솟게 했다.

때문에 이전에 로버트 영의 민들레 소녀를 읽게 되었던 것처럼, 조만간 에도가와 란포의 소년탐정단 시리즈를 읽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이 책에 언뜻 언뜻 소개된 내용들을 읽어가면서, 내 취향일 것 같은 가능성이 커져감을 절로 느꼈으니까.

4권의 부제는 '시오리코 씨와 두개의 얼굴"

비블리아 고서당의 여주인 시오리코 씨가 에도가와 란포 매니아였던 사람이 만든 금고번호를 맞춰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그래서 책 전반에는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그리고 시오리코의 어머니, 지에코가 본격적으로 등장하여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야기는 의뢰를 해결해가는 과정이 큰 줄기가 되고, 그 사이사이에 숨어있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단편느낌이 나서 더 좀더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의뢰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나오는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과 여러 판촉물에 관한 정보들을 읽어가는 것도 너무 좋았다.

그래도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현세는 꿈, 밤의 꿈이야말로 진실" 이라는 에도가와 란포의 말.

이와 연계되는 내용으로 화자 고우라 다이스케가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있는 내용이 등장한다.

저마다 다른 내용 같았지만 읽고 난 뒤에 일맥상통하는 뭔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에도 잠깐 생각했지만, 모두 비현실적인 꿈이 구체적인 형태로 실현되는 요소가 들어있었다. (p.264)

이내 그러한 '공상'이 현실이 된 듯 도둑이 숨긴 큰돈을 둘러싼 소동이 일어난다. 등장인물은 역시 '공상을 떠들어대는' 녀석들이다.

책을 펼쳐놓고 나는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등장인물들뿐 아니라 에도가와 란포를 애독하는 사람에게도 그러한 요소가 있는 게 아닐까.

애인의 존재나 자신의 취미를 감쪽같이 숨겼던 가야마 아키라, 가마쿠라의 집에서 죽은 듯이 살던 기시로 게이코, 가족을 버리고 10년 동안 기별도 없었던 시노카와 지에코, 그리고 시오리코 씨 같은 사람들의 눈에 현실 세계는 어떻게 비칠까. 사소한 계기로 꿈과 뒤바뀔 수 있는, 만들어낸 이야기처럼 생각하는 건 아닐까.

어스름한 불안 같은 뭔가가 막연히 가슴에 남았다. (p.265)

현실과 공상. 그 둘의 관계.

예전엔 가끔 책 속 세계가 현실이었으면 하고 바랐던 적도 있었다. 그럴 수 없다는 걸 번번히 깨달았지만.

요새 앤 시리즈를 다시 읽고 있다.

하지만 역시 웨딩드레스(5권) 이후로는 아직 읽고 싶지 않다. 현실에 부딪히기를 바라지 않는 것이다.

내 기억, 공상속에서 앤과 길버트가 여전히 젊은 모습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것, 공상 가득한 소녀 앤으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것일까.

어쩌면 이건 타협일지도 모르겠다.

공상이 현실이 될 수 없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으니까, 공상속에서라도 완벽함을 유지하고 싶은 것일까.

역시 현실과 공상의 모호함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던 것 같다. 뭔가 생각이 점점 많아진다.

얼마전에 홈즈걸 시리즈를 읽어서일까, 이번에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를 읽으면서 그 시리즈 생각이 많이 났었다.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는 서점이 배경이 되는 미스터리물이라는 점에서 홈즈걸 시리즈와 꽤 비슷하다.

하지만 이야기가 흘러가는 분위기는 대형서점과 고서점의 차이만큼이나 다르다.

그렇지만 역시 둘 다 재미있는 건 책이 중심이 되는 미스터리이기 때문일까.

4권을 읽고 벌써부터 5권을 기대하고 있다.

5권이 나오기 전까지는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을 찬찬히 읽으면서 기다리는 것도 좋겠지.

덧. 에필로그를 보면 의외로 고우라 다이스케는 추리력이 꽤 있는 편인 듯 싶다.

덧2.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는 새로운 책이 나올때마다 기대를 뛰어넘어서 좋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