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차와 함께 하는 행복한 시간, 여자의 시간

이 책의 저자가 쓴 다른 책을 읽었었다.

새로이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제 난 예전만큼 홍차를 많이 마시는 건 아니지만, 여전히 좋아한다.

온라인 서점 북카트에 넣어두고 살까 말까 망설이던 마음은 결국... 충동구매.

집에 도착한 책은 예상보다 꽤 두꺼웠다.

그렇지만 그만큼 읽어갈 이야기가 많을 거라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

아침 일찍, 외출하며 들고나간 책을,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처음 펼쳐 보았다.

차를 마시며 조금씩 읽어볼까 생각해봤지만, 일단 한 번 쭉 읽은 뒤 두고두고 다시 읽는 편도 좋을 것 같아, 계속 읽었다.

책에 담긴 내용은 홍차를 중심으로 흘러나가는 건 아니었다.

차와 함께하는 "시간"이 중심이었다.

그래서 홍차와 함께하면 좋을 다양한 것들이 이것저것 소개되어 있었다.

은은한 음악, 화사한 꽃, 향기로운 양초, 맛있는 빵, 예쁜 찻잔, 각양각색 디저트들...

'홍차와 함께하는 그녀의 작은 사치'라는 부제에 꼭맞는 내용이다.

읽다보니 정말 빵이 먹고 싶어져서, 내일은 여기 소개된 빵집 중 하나에 가보려 한다.

맛있는 빵 사와서, 행복한 티타임을 가져봐야겠다.

아, 오니기리와 녹차를 함께 먹는 티타임도 재미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참 이상하게도 삶의 무게에 지쳐 털썩 주저앉고 싶을 때, 혹은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의 아픔을 겪을 때 힘이 솟아나는 요리는,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화려한 요리가 아니라 천천히 토닥토닥 만들어낸 오니기리와 겐마이차 같은 촌스러운 음식들이다. 사랑 한 스푼, 정성 두 스푼, 마음은 세 스푼 가득 넣은 고소하기 그지없는 그대들은 진정한 나의 소울 푸드다. (p.237)

 

책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하고 마셔보고 싶었던 차는 대만의 펑리수와 동정우롱차.

달콤하고 쫀득한 파인애플이 가득 든 펑리수, 그리고 주이시한 열대 과일향과 꽃향이 느껴진다는 동정우롱차.

둘다 상큼발랄한 느낌일 것 같아 꼭 마셔보고 싶었다.

더불어 함께 대만여행도 하게 된다면 좋을 것 같고 말이다.

 

그 외에 브랜드 홍차에서 기억에 남은 차들은...

딜마의 러버스 립. 풋풋한 포도향과 덜 익은 풋사과의 떫은 맛은 어떤 느낌일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로네펠트의 과일차.

피나 콜라다와 쿨 브리즈. 그리고 과일차는 아니지만 퀸즈 티도 궁금하다.

루피시아도 항상 마셔보고 싶은 차 브랜드 중 하나다.

우롱티를 소개하는 부분에서 특히 궁금했었다. 파인애플 우롱, 멜론 우롱, 모모 우롱, 라이프 망고 우롱. 다 궁금하다!

여름에 아이스티를 만들어 마셔보고 싶은 건,

유명한 홍차 브랜드인 트와이닝스에서 아이스티용으로 나온 콜드 브루드 아이스티Cold Brewed Iced Tea.

찬물에 금세 우러난다는 점이 매력이라서, 궁금하다. 냉침이 아니라 바로 우려내어 마시면 어떨까.

또 만들어 보고 싶은 티 칵테일.

보드카와 녹차가 어우러진 그린 티 보드카는 어떤 느낌일까?

술을 좋아하지 않지만 칵테일은 언제나 궁금하다.

마지막, 부록처럼 끝에 마무리로 담겨있는 찻잔 그림들을 보는 즐거움도 쏠쏠했다.

이 그림들은 책을 덮고 있는 표지에도 그려져 있다.

아, 언젠가 이런 찻잔 하나 구비할 수 있으려나... 싶다.

오늘 하루 이 책을 두고두고 오래 읽었다.

차가 함께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나중에 차와 함께, 다시 읽어봐야지.

그때는 예쁜 찻잔과 맛난 티푸드, 그리고 은은한 음악과 함께면 더 좋을지도.

한 잔의 차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

그 시간은

늘, 항상, 달콤하다

- 책 맨 마지막 장에서

한밤의 독서시간에는 이런 책들을, 달빛 책방 

 

이 책은 밤에 잘 어울린다. 정말 많이 어울린다.

처음에 이 책을 가지고 나가서 지하철을 타고 가며 읽었는데...

뭐랄까, 전반적인 느낌이 밤에 조용히 읽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반절 정도 읽은책을 그대로 덮고 집에 와 밤늦게 나머지를 읽었다.

 

이 책에는 많은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읽고 싶은 책도 꽤 많았다.

도서관에 갔다가 그 책들 중 한 책이 눈에 띄어 빌려왔다.

한동안 멀리했던 에쿠니 가오리의 책. 낙하하는 저녁.

원래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을 읽어보려 했었는데, 그건 조금 나중으로 미뤄두기로.

그 책을 읽고 싶었던 건, 책 속에서 이 글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생각할 거리도 많고 할 일도 많은데 언제 이런 한가한 책을 읽느냐고 묻는다면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시간을 내서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잠시 쉬었다 가라며.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필요도 없다. 모든 페이지를 읽어야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단 한 문장이라도 '바라본다'는 마음으로 독자가 아닌 관찰자에 머물러 보는 것이다. (p.165~167)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물론 이미 읽은 책도 있었다. 안 읽은 책이 훨씬 더 많지만.

이미 읽은 책의 경우에는, 그 책을 읽을 때 받았던 인상과 이 책의 저자가 받은 인상에 차이가 있는 것을 보며 생각했다.

다시 한 번 읽어볼까..?

생각해보면 다시 같은 책을 읽으면서 다른 느낌을 받은 경우도 꽤 있다.

얼마전 읽었던 어린 왕자가 그랬듯이.

뭐, 그저 읽은 독자의 차이일 수도 있다.

세상엔 수많은 책이 있는 만큼, 수많은 독자들도 있는 것이니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편집자이기 때문에, 일반 독자와는 다른 시선으로 책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이 마음에 들기도 했다.

 

이 책의 목차는 총 여섯 개. 여섯 개의 주제로 책을 분류하고 있다.

실연극복서, 간접일탈서, 감정유발서, 취중가능서, 피로회복서, 진리탐구서, 그리고 덧붙이는 B컷.

그리고 그 각각의 책들과 함께 들으면 좋을 것 같은 BGM들.

BGM 한둘을 들어봤는데, 밤에 어울리는 음악이었다.

나중에 쭉 정리해 두고 하나씩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책도, 음악도 하나씩 하나씩 경험해봐야겠다.

 

아무래도 한동안 한밤의 독서시간이 이어질 것 같다.

잔잔한 일상 에세이, 미래에서 기다릴게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오래전 보았던 애니메이션이 떠올랐다.

서로를 좋아하지만 헤어져야 하는 두 사람.

그리고 떠나가던 남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

미래에서 기다릴게.

이 말을 하는 그가 어찌나 멋져보였던지.

 

'미래'라는 말은 특별하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현재가 아무리 칙칙해도, 멋진 미래가 기다릴거라는 기대감은, 현실을 견딜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하곤 한다.

아무튼 이런 특별함 때문일까, 제목부터 꽤 마음에 들었다.

 

에세이는 일상의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가득했다.

이미 비슷하게 겪었던 일들, 그리고 아직 겪어보지 않은 일상의 일들에 대한 덤덤한 이야기.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글귀는 이것이었다.

 

지나간 시간에만 존재하는 기억과 추억.

추억은 기억보다 따뜻하다. 외워 저장된 '기억'이 아닌, 지나간 많은 시간 중 잊히지 않는 그 한 번, 한 순간, 한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의 시간인 '추억'은 따뜻하다. 기억은 경험한 모든 일들을 총망라한 것 속에서 상황에 필요한 정보가 생각나는 것이지만, 추억은 그속에서 단 하나의 특별함을 생각하는 것이다. (p.131~132)

 

이 책의 제목은 미래에서 기다릴게.

책의 내용은 미래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제까지 겪어온 과거의 일들, 추억들과. 현재의 이야기들이 가득.

미래는 현재가 되고, 현재는 과거가 되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과거, 현재, 미래는 결국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그 동안 또 차곡차곡 쌓인 추억과 함께 미래를 향해 가는 것이다.

미래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들을 위해서.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들.

그리고 여전히 감성적인 사진들은, 좀더 차분한 기분으로 에세이를 읽어가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전의 에세이처럼, 이번 책도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