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 홍차의 거의 모든 것

 

이 책은 제목처럼, "홍차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홍차가 만들어지는 과정, 찻잎의 등급과 티 테이스팅, 블렌딩하는 방식들.

홍차의 맛을 느끼기 위해 우려내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

홍차를 마시는 다양한 방법.

블랙티. 아이스티. 밀크티. 차이. 티백.

가향 홍차. 플레이버티. 후르츠티. 허브티. 브랜디 아시리시티.

홍차 도구들과 홍차의 생산지. 각 나라의 다원들과 생산되는 차 종류를 부르는 이름.

홍차에 얽힌 역사. 홍차와 관련된 그 시대 문화.

그리고 약간의 상식들.

그야말로 홍차에 대한 모든 지식들을 담아놓은 책이다.

그런데다 이러한 내용들이 글로만 씌여지지 않고, 사진들이 풍부하게 실려있어서 더 읽기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정보들은 굉장히 많았다.

그 중에 몇가지를 뽑자면...

티 테이스팅 방법. 특히 테이스팅에 필요한 도구 소개를 보면서 언젠가 도구를 갖추고 제대로 테이스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했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 홍차가 생산된다는 사실. 그러고보니 설록티에서도 홍차가 나온다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언젠가 사서 꼭 마셔볼 것이다.

몰랐던 사실. 이제까지는 홍차의 원래 이름 "블랙티"가 우려내기 전 찻잎이 검은 빛을 띄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수색 때문이라는 것.

우리나라의 물은 연수인데 차를 즐겨 마시는 국가인 영국의 물은 경수이기 때문에 그 차이로 인해 수색이 다르다고 한다. 물이 다른 건 알고 있었는데, 색이 그렇게까지 차이난다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

 

「처음 중국에서 유럽으로 건너간 차는 그린티라고 불리는 연녹색 탕색을 내는 녹차였지만, 나중에 인기를 얻게 되는 정산소종계열의 홍차는 수질이 경수인 영국의 물로 우리면 탕색이 더욱 진해져서 붉은색보다는 검은색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레드티가 아니라 블랙티로 불리게 되었다. (p.238)」

 

문화에 따라 하루 일과에서 마시는 일곱 가지 다른 이름의 티도 인상적이었다.

얼리 모닝 티. 브렉퍼스트 티. 일레븐시스 티. 런치 티. 애프터눈 티. 하이 티. 나이트캡 티.

차와 함께 하는 삶. 시행해볼 날이 올까.

 

확실히 다 알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홍차 정보를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꽤 즐거웠다.

이렇게 정보를 알고 마시는 홍차는 또다른 느낌을 주겠지.

다음 티타임이 기대된다.

쿨한 비정규직 교사의 미스터리 풀이, 비정근 

 

히가시노 게이고의 미스터리들은 주로 무거운 것들을 많이 읽어왔기 때문에 이 책도 그럴 것이라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 책 소개글을 언뜻 보았을 때는 무거운 분위기의 장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단편집인데다가 배경이 초등학교, 일상 미스터리물에 가까워서 조금 당황했다. 그래도 대부분의 사건에 경찰이 연루되니 가볍다고만은 생각할 수 없겠지만.

 

주인공은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다. 그런데 그는 뭔가 조금 특이하다.

새롭게 일하게 된 직장에 가기 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기존 담임교사가 오늘부터 출산 휴가에 들어갔기 때문에 기간제 교사인 내가 들어가게 된 것이다. 보통의 비정규직 교사라면 기뻐할 일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천성이 일하기를 싫어한다. 돈은 없어도 괜찮으니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고 싶다. 대학 3학년 때 취업활동에 늦었다는 것을 깨닫고 부랴부랴 방향전환을 했던 것뿐이다.

기간제 교사, 참 폼 안 나는 단어다. 오래 할 일은 아니지. (p.9)

 

생각이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는 느낌. 뭔가에 얽매여 있지 않다.

아무튼 꽤 매력적인 캐릭터임은 틀림없다.

 

총 8개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둘로 나눌 수 있다. 본편에 해당하는 여섯 편. 비정규직 교사인 '나'를 주인공으로 그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된 각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각 이야기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추가로 실려있는 두 편. 고바야시 류타가 주인공으로 그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이 각 이야기를 이루고 있다.

 

본편의 제목은 재미있다. 각 편의 제목이 그 편에서 주요한 미스터리로 다뤄지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첫번째 미스터리. 6×3

이치몬지 초등학교에서 일하게 된 '나'.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동료 교사가 체육관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그녀의 옆에는 숫자 판과 깃발로 6 X 3이라는 다잉 메시지가 남겨져 있고, 체육 창고는 엉망이 되어 있다. 한편 주인공이 맡은 반에는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이 있는 것 같은데...

두번째 미스터리. 1/64

니카이도 초등학교에 일하게 된 나는, 반 학생들이 1/64라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된다. 그 의미를 물었지만 얼버무리는 학생들. 그리고 칠판에 있던 낙서를 지운 것에 대한 반응도 심상치 않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나간 사이 도난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의 대화를 듣고 '나'는 도난 당한 둘 중 한 명이 어떤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짐작하게 된다.

세번째 미스터리. 10×5+5+1

미쓰바 초등학교에서 일하게 된 '나'. 말썽을 부리지 않는 반 학생들에게서는 뭔가 묘한 분위기가 감돈다. 그리고 그에게 접근한 형사는 전임 교사의 죽음이 미심쩍다는 것을 알려준다. 전임 교사가 죽은 당시 칠판에 써 있던 10×5+5+1라는 수식은 무엇을 의미했던가.

네번째 미스터리. 우라콘

이번에 주인공이 사키 초등학교에서 맡게 된 아이들은 굉장히 모범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들은 뭔가를 기다리는 듯하다. 그리고 그 날, '나'는 자신의 반 학생이 투신자살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간신히 구조에 성공하는데... 그 학생이 자살을 하게 된 이유는?

다섯번째 미스터리. 무토타토(ムトタト)

이번에 그가 부임한 곳은 고린 초등학교. 그곳은 곧 체육대회와 수학여행이 이어질 예정이다. 그런데 체육대회를 위해 달리기 기록 측정을 하고 있는 동안, 그의 반에서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게 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자살하겠다는 협박 편지가 발견된다. 그러나 그 시간에 수학여행을 앞둔 6학년들은 모두 그 반에 들어갈 수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는데...

여섯번째 미스터리. 신(神)의 물

롯카쿠 초등학교에서 그가 맡은 반의 아이들 중 하나가 독이 든 물을 마시고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가 마신 물병에는 신의 물이라고 적혀있고... 그 글의 의미는?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 두 편.

또 다른 이야기 하나. 방화범을 찾아라

고바야시 류타가 사는 동네에서 연쇄 방화사건이 일어나자, 동네에서 순찰을 돌게된 그와 그의 아버지. 그런데 순찰을 돌려다가 잠들게 되고, 그 때 그들이 갇혀있는 상태에서 불이 난다. 이 방화 사건의 범인은?

또 다른 이야기 둘. 유령이 건 전화

엄마의 전화를 받은 고바야시 류타. 그러나 돌아온 엄마는 전화를 걸지 않았다고 하고. 다음날 학교에 가자 그런 장난전화를 받은 아이들이 꽤 있었다. 그 전화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

 

다 가볍게 읽기 좋은 미스터리였다. 그리고 본편의 미스터리에서 주인공이 부임한 여섯개의 학교의 이름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그걸 읽을 때는 몰랐는데 후기를 보면서 깨달았다. 옆에 한자까지 있었는데 몰랐다니, 역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모르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것은 이런 것들이다. 일본어를 번역하면서 파자나 언어유희적인 면이 들어있는 것은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까운 우리말로 옮기기도 참 애매하다. 그래도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려 하기보다는 그냥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독자이기에 재미있게 읽었다.

먼저 떠난 그녀의 편지를 받으러 가는 여행, 당신에게

 

아내 요코의 이른 죽음.

홀로 남은 남편은 그녀의 빈자리를 느끼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아내가 자신에게 남긴 두 통의 편지가 있었다.

 

한장의 그림엽서. 그리고 아내가 남긴 한 줄의 글.

<내 유골은 고향 바다에 뿌려주세요.>

그리고 나머지 한 통은 아내의 고향인 우스카 우체국에 부쳐질 것이다.

그는 그녀가 남긴 편지를 받기 위해, 아내의 고향으로 향하는 여행을 시작한다.

 

그 여행속에서 그는 누군가를 만난다.

산토카의 시를 좋아하여 자주 인용하는 남자, 스기노.

쾌활하고 붙임성 좋은 사람이지만 문제를 안고 있는 남자, 다미야.

뭔가 비밀을 가지고 있는 남자, 난바라.

아내의 고향 우스카에서 만난, 서로를 진심으로 위하며 곧 결혼을 앞둔 커플, 다쿠야와 나오코.

그리고 다쿠야의 할아버지이자 배의 선주인, 오우라 고로

나오코의 어머니 하마사키 다에코.

 

프롤로그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놓던 사람들은

남자의 여행길에 마주치며 서로 치유받고, 변화를 받아들인다.

그건, 아내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여행을 떠났던 에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잔잔해서 정말 좋았던 책이었고,

모두의 이야기가 완벽히 결말짓지 않은 열린 결말이었는데, 이야기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맞는 결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각각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변할 수 있을거라는 걸 생각하게 해서.

마치 요코의 좌우명처럼.

 

거실 의자에 앉아 문고본을 읽을 때의 요코의 옆얼굴을 떠올리며 천천히 추억 속의 구절을 입에 담는다.

"타인과 과거는 바꿀 수 없어도, 나와 미래는 바꿀 수 있다."

"......"

"아내의 좌우명입니다."

나는 쑥스러워 콧등을 긁으며 웃었지만, 스기노는 이상하게도 입을 꾹 다문 채 뭔가 고민하는 듯한 얼굴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생에는 유효기간이 없다'라는 말을 자주 했지요."

산의 경사면을 타고 상쾌한 바람이 올라온다.

메뚜기 한 마리가 타닥타닥 날갯소리를 내며 튀어 올랐다. (p.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