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다른 시간인가 했는데 사실은 연결되어 있던, 일요일들
일요일이니 '일요일'이 제목에 들어간 책을 읽어볼까.
주말이고 하니, 반쯤은 장난으로 이런 기준을 정해보았다.
그래서 고른 책은, 요시다 슈이치의 일요일들.
인터넷에서 '일요일'이라고 검색해 나온 책들 중에서, 소설이면서 익숙한 작가의 작품으로 골랐다.
뭐,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한두권밖에는 읽지 못했지만.
이 책에는 총 다섯 개의 단편이 실려 있었다.
처음에 한 두 편을 읽어나갈 때는 각각 개별적인 단편인 줄 알았다.
그런데 네번째를 읽어가면서 확실히 느꼈다. 이 단편들이 사실은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을.
그 전 단편들을 읽을 때도 긴가민가 했는데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와세다 대학 다니는 학생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 학생이 주인공이었던 단편이 첫번째 단편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발견하고 나니, 책 읽는 것이 더 흥미로워졌다.
다섯 편의 단편들은 이랬다.
일요일의 운세. 일요일의 엘리베이터. 일요일의 피해자. 일요일의 남자들.
그리고... 마지막 단편, 일요일들.
앞의 네 단편들에서 각 단편들의 주인공의 과거에 스쳐 지나가며 기억 속에 남게 된 한 어린 형제.
그들의 사정이 마지막 단편에서 밝혀진다.
그 어린 형제가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에는 그냥 무난하다고 생각하며 읽고 있었는데...
어린 형제의 존재가 계속 따라다닌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읽기도 했었다.
생각해보면 이 책은 어느 형제를 중심으로 하는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보는 시각을 조금 달리하여, 그들을 스쳐간 누군가의 에피소드에 포커스를 맞춰 다섯 개의 단편을 끄집어 냈다.
그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결국 실제 삶도 그러한 것이 아닐까.
수많은 사람들은 내 삶에 들어오고, 나 또한 그들의 삶에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는 존재인 것이다.
주인공이자, 조연, 가끔은 엑스트라.
수많은 일요일들을 지나오면서 우리는, 그렇게 수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또 하나, 그 형제들과의 만남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부분들.
삶에서의 순간의 기억. 하지만 그 기억은 묻혀 있다가도 어느 계기에 의해 되살아나기도 한다.
그들과의 만남이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이기도 했는데...
그 기억은 현재에까지 영향을 미쳐서, 기분이 좋아지게도, 또 두려워지게도 만든다.
실제 삶의 기억도 그렇다.
문득문득,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 때가 있다.
그런 걸 보면, 사람들이 서로에게 주는 영향은 모두가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 전반적인 스토리 자체가 더 인상적이라, 인상적인 구절을 고르기는 약간 어렵기도 했다.
그 중 네번째 이야기에 나오는 것. 애인을 사고로 잃은 아들과,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아버지의 이야기였다.
새까만 방바닥에서 마사카츠의 낮은 웃음소리가 난다. 어처구니가 없어 게이고가 대꾸도 없이 욕실 문을 닦으려 하자 "이봐, 게이고"하며 불쑥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른다.
"왜요?"
"아니, 그 뭐냐, 잊으려고 하는 건 말이야, 참 어려운 일이지, 난 그렇게 본다."
"네?"
"아니, 그러니까, 잊으려고 하면 할수록 잊히지가 않아. 인간이란 건 말이다. 잊으면 안 되는 걸, 이런 식으로 맘에 담아두고 있는 건가 보다."
"이런 식으로라니요?"
"아니, 그러니까, 잊어야지, 잊어야지 노상 애를 쓰면서......"
마사카츠의 목소리는 거기서 갑자기 코고는 소리로 바뀌었다. 처음엔, 장난하나 싶었는데 마사카츠는 정말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p.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