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이 떠도는 시간, 밤 열한 시

 

황경신 작가님의 책은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몇 권 읽은 적이 있었다.

음식에 관한 에세이도 읽었었고, 이번에 읽은 <밤 열한 시>와 비슷한 분위기의 책도 읽었었다.

둘다 꽤 괜찮았던 것 같다.

예전에 읽은 다른 작품들이 괜찮았으니까, 이 책도 읽기로 마음먹게 된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밤에 읽어볼까 생각했다.

결국 밤에도 읽고, 낮에도 읽게 되었지만.

읽어보니 이 책은, 역시 밤에 읽는 게 정말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차분한 생각들이 가득 담긴 이야기들이라서.

 

특히 표제작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밤 열한 시

하루가 다 지나고

또 다른 하루는 멀리 있는 시간

그리하여

가던 길을 멈추고

생각을 멈추고

사랑도 멈추고

모든 걸 멈출 수 있는 시간 (p.255)

 

한번도 이렇게 생각해본 적 없는데, 이야기를 읽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분을 옮긴 것이지만, 사실 전체를 보면 더 인상적이고, 공감되는 글이다.

그리고 이 외에도 기억에 남는 건, '언젠가'와 'wish tree', 그리고 '완전 5도'

 

뭔가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하게 되는 글들이 많았다.

평소같았으면 흘려버렸을지도 몰랐던 생각들이 담긴 글들도 있었다.

사실 모두가 마음에 든 건 아니었다, 그저 모호하게만 다가온 글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스쳐지나가던 생각들을 담아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생각은 항상 선명하게 다가가지 않는다.

나는 이해하는 생각인데, 타인은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그렇기에 그냥 자연스럽게 넘겼다.

 

그러고보면 밤은 누구나 차분히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그 생각들은 다 떠나가 버린다.

이렇게, 그 생각들을 다 적어둔다면, 색다르기 때문에 멋진 생각들을 계속해서 떠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곧 밤 열한 시가 다가온다.

어떤 생각이 이 공간을 떠돌다가 나에게 스며들까.

소녀를 벗어나 여인이 되어가는 앤의 이야기, 에이번리의 앤 

 

일러스트가 예뻐서 소장가치가 매우 높다고 생각하는 인디고 시리즈에서 앤의 후속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고민끝에 사고 말았고, 배송되어 온 즉시 새벽까지 읽어버렸다.

초록지붕 집에서 창을 열고 밖을 보고 있는 앤의 조금 더 자란 모습이 표지이다.

초록빛이 요즘같은 봄 날씨와 매우 어울리는듯?

조금 더 자란 앤과 친구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우러져 또 즐거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조금 더 자란 만큼 관계들도 바뀌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도 다 매력이 넘친다.

앤의 이웃으로 맨 처음에 등장하는 해리슨 씨, 앤이 가르치게 된 아이들과 그 중 앤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폴 어빙.

마릴라의 먼 친척이 낳은 쌍둥이로 초록지붕집에서 살게 된 얌전한 도라와 장난꾸러기 데이비.

앤과 다이애나가 우연히 길을 잘못들어 발견하게 된 '메아리 집'에 사는 미스 라벤더와 샬로타 4세.

 

역시 앤 시리즈는 어떤 책이든 재미있는 것 같다.

일단 주인공인 앤이 굉장히 매력적이니까.

책의 일러스트도 굉장히 예뻐서 읽는 재미가 더해졌다.

 

사실 앤의 이야기는 이후로도 계속해서 이어진다.

대학에 가고, 다른 지역의 학교에 가서 새로운 사람들과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아 기르게 되고.

그런 이후의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나올지 궁금하고, 또 보고 싶다.

 

그러고는 다시 막이 내렸다. 하지만 어두운 오솔길을 내려가는 앤은 더 이상 전날 명랑하게 마차를 타고 그곳을 내려갔던 앤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소녀 시절의 이야기가 담긴 책장을 넘겼고 이제 앤 앞에는 매력과 신비함 아픔과 기쁨으로 가득한 여인 시절이 펼쳐졌다. (p.462)

애니메이션 책으로 읽기, TV동화 빨간 자전거

 

TV동화는 TV동화 행복한 세상만 있는 줄 알았었다.

그런데 어느날 보게 되었던 다른 TV동화.

사실 제목은 보지도 못했었다.

중간부터 봤으니까.

인심좋은 시골 풍경들을 그려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뒤, 이 책을 도서관에서 보게 되었다.

책장을 넘기다보니, 이 책에 실린 내용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림체가 익숙했기 때문이다.

 

TV에서 봤던 것은 하나뿐이었지만, 다른 이야기들을 즐겁게 읽었다.

단편이라는 것은 TV동화 행복한 세상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은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는 것.

한 마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속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이 등장하신다. 

그리고 다문화 가정도 있고, 귀농하러 온 가족들도 등장한다.

원래부터 있었던 주민들이 많이 사는 옛동과, 도시에서 농촌으로 온 사람들이 많이 사는 새동으로 나뉘어 있기도 하다.

아무튼 이런 저런 일들이 일어나며 점점 변화하는 관계들과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또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이 책이 원래 TV프로그램이 원작이 아니었다는 것.

TV프로그램 또한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원래 만화에서는 또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지 궁금했다.

애니메이션, 책, 만화 모두 같은 이야기를 말하고 있지만 조금씩은 다르게 보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모두 한 집배원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래서 제목이 빨간 자전거인 것이다. 그가 타고 다니는 자전거가 빨간 자전거이기 때문이다.

모든 이야기는 가슴이 따뜻해지며 끝난다. 그러니까 "동화"인 것인지도 모른다.

책이 한 권만 나온 줄 알았는데 포스팅하면서 보니 2권도 나와있다.

옛동과 새동 사람들의 후속 이야기도 궁금해지니 언제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은 이 책 맨 첫 이야기에 나오는 자전거의 독백 같은 부분으로 마무리.

 

나는 들길, 산길, 자갈길, 신작로.

길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빨간 자전거입니다. 때론 부치지 못한 마음을 들고, 때론 그리움의 징검다리를 건너 나는 한 통의 편지가 되어 정겨운 사람들 속으로 달려갑니다. (p.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