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그림에 얽힌 이야기들, 책그림책

 

예전에 사두고 읽지는 못하고 두고 있었던 책인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책이었다.

이번에 읽으면서도 그런 것을 느꼈다. 그래도 이번에는 끝까지 다 읽어서 약간은 뿌듯하다.

 

책을 감싸고 있는 표지의 그림은 모호하면서도 고상한 느낌이 풍겼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선과, 초현실적인 분위기가 르네 마그리트가 떠올라서 좋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원래 있던 글에 어울리는 그림을 배치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크빈트 부흐홀츠가 그린 그림에 맞춰 새롭게 글을 쓴 것들이었다.

그래서 신기하고, 더 흥미로웠다.

 

맨 처음에 나오는 글. 요슈타인 가아더의 '지평', 꽤 마음에 들었다.

함께 실린 그림도, 흑백톤이라 더 좋았다. 은은함과 공허함의 느낌.

첫번째 글과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이 기운으로 이 책을 끝까지 읽어갈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따금 나는 나 자신이 존재하는지 어떤지 잘 분간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나는 바로 이 순간만 여기에 있을 뿐 그후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 사실은 쉽게 잊혀지고 있다. 잠시 생각해 보더라도 나는 그 사실을 언제나 알고 있는 데도 말이다. 그러나 아무도 나에게 그 사실을 알아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이 문제만큼은 그 누가 친밀하게 지적해 주지도 않는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잊어벌니다 하더라도 그것은 다만 나의 문제일 뿐이다. (p.8)

 

읽어가면서 차차 제목의 의미를 깨달았다.

여기 실린 그림들에는 책이 있었고, 글이 씌여진 종이들이 있었다.

말 그대로 책 그림이었다. 그 이후부터는 그림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약간 아쉬웠던 것은, 글이 먼저 나오고 그림이 나왔기 때문에 글과 그림을 한번에 볼 수 없는 것도 있었던 것이다.

 

그림 이야기들을 다 읽어낸 후 옮긴이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놓쳤던 존재도 알게 되었다.

그것은 '하늘'이었다.

돌이켜보니 정말 그림들의 대부분이 하늘로 채워져 있었다.

'책그림'이라는 것에 얽매여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독특한 책이다. 다양한 스타일의 글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고보니 그림에 맞춰 글을 쓴다는 것은 얼마전 읽은 <눈을 감으면>이라는 책과도 비슷하다.

다만 차이는, 이 책은 한 작가의 다양한 그림들을 각각 다른 작가들이 글을 써내려갔다는 것.

'책'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도 있었고,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간 책들도 있었다.

소설 형식이 아니라, 그림의 구성을 하나하나 설명해 간 이야기도 있었다.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한 번 읽어보며, 스스로도 그림에 이야기를 붙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난 빵이 먹고싶어지게 하는 레시피, 시오코나 홈베이킹 수업

최근에는 홈베이킹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예전에는 '맛'이 중요했다면, 요새는 맛과 건강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음식을 먹기를 원한다.

그래서 입맛을 맞출 수 있고 안에 들어가는 재료를 다 알 수 있는 홈베이킹에 관심이 가는 것 같다.

이번에 읽은 책 <시오코나 홈베이킹 수업>은 표지부터 정말 먹음직스러운 빵으로 꾸며져 있다.

내용은 실제 매장에서 만들어지는 빵들을 집에서도 만들 수 있도록 레시피들로 채워져 있다.

익숙한 이름의 빵들도 있었고, 다소 생소한 느낌의 빵도 소개되어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너무나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본격적인 베이킹 레시피 이전에 베이킹의 기본으로 재료, 도구, 기초 등을 소개하는 부분이 먼저 있다.

그리고 주제에 따라 다섯가지로 분류된 레시피들이 이어 소개된다.

식사빵, 달콤한 빵, 한입에 먹는 과자, 특별한 케이크&타르트, 버터와 설탕 없이 만드는 빵&과자...

여기서 소개된 빵들은 죽전에 위치한 시오코나 매장에서 모두 판매하고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언젠가 그 쪽에 갈 일이 있으면 꼭 사와서 먹어보고 싶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보면서 먹고 싶었던 빵인 캄파뉴, 슈톨렌의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어서 좋았다.

언젠가 꼭 만들어서 먹어볼 것이다.

그 외에 관심이 갔던 것은, 벌꿀 마들렌, 기펠, 로즈메리마카롱, 무화과톡톡, 얼그레이케이크, 무화과 듬뿍, 두부머핀 이었다.

무화과가 들어간 빵을 예전에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서 다시 먹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로즈메리마카롱은, 허브가 들어간 마카롱이 뭔가 신선해보여서 꼭 먹어보고 싶다.

사실 마카롱은 만들 자신이 없어서 그냥 사러가야할 것 같지만.

레시피들 뒤에는 빵 보관법과 활용법, 홈베이킹 팁, 선물용 포장법 등이 쓰여 있다.

이런 정보들도 참 좋은 것 같다.

아무튼, 이 책에 소개된 맛나고 건강에도 좋은 빵들을 많이 만들어 먹고, 또 사러도 가봐야겠다!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끌어내다, 눈을 감으면

 

다음 책을 뭐 읽을까 고민하면서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네이버 책 메뉴를 보았다.

그때 소개된 오늘의 책이 이것이었다. 황경신의, <눈을 감으면>.

일단, 표지가 너무 예뻤던 데다가, 그림과 이야기를 함께 담아둔 책이라는 것도 끌렸다.

그렇게 이 책은 내 기억 속에 담겨졌지만, 결국 그때는 이런 저런 이유로 읽지 못했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문득 이 책이 떠올랐고, 읽게 되었다.

 

그림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써내려간 글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그런 책은 아니었다.

마치 베르메르의 동명의 그림을 소설화한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처럼,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이끌어낸 책이었다.

생각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책이었지만, 그것도 그것대로 좋았다.

 

그림들은 서른 셋. 이야기도 서른 셋.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읽어나가니 더 잘 다가왔다.

그리고 그림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이 새롭게 그림들을 알게된 것이다.

또 새로운 화가들을 알게 된 것도.

그림들을 보면서, 또 다른 상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림에 이야기를 붙인다는 것은 신선했지만, 결국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맨 처음의 글이었다.

프롤로그를 대신하여 쓰인 글.

그림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림에 얽힌 저자의 이야기.

뭔가 우연들이 합쳐져 운명같이 되어버린 이야기가 꽤 인상적이었나보다.

그리고 희망에 대해서 새로운 해석을 보여준 것도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표제작이었다.

눈을 감으면. 역시 표제작은 달랐다. 일단 그림부터가 연작이었다.

오딜롱 드롱의 연작 '감은 눈'을 하나하나씩 보여주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차근차근 진행되어 가는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하나하나씩 보여지는 그림도 조금씩 다른 매력을 풍겨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

 

당신이 머물고 있는 세상이 꿈이라면, 그대로 놓아두십시오. 깨지 않아도 좋습니다. 낯선 이가 말했다. 힘을 내서 세상과 맞싸워, 너는 할 수 있어. 모든 이들이 그렇게 말했다. 그녀가 듣고 싶은 말은 그런 게 아니었다는 것을, 그녀는 막 깨달았다. 감은 눈 안쪽이 뜨거워졌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색채와 존재하지 않는 모든 색채가, 감은 눈 안에서 명멸했다. 눈을 감은 그녀의 모든 감각이 퍼덕였다.

눈을 감으면, 아득히 멀어지고 아득히 가까워진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것이 진짜 삶이다. (p.133)

 

묘한 매력의 책이다.

이렇게 그림들이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들을 생각하다 보면, 그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림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