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로 음식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책, 제주밥상 표류기

 

제주도는 멀고도, 가까운 곳의 이미지.

누구나 한 번쯤 다녀오는 곳이지만, 단순히 단체 관광으로는 알 수 없는 다양한 것들로 채워진 곳이다.

사실 모든 지역이 그렇겠지만, 제주도는 뭔가 특별한 무엇이 있다.

제주도 사투리부터가 거의 알아듣지 못하니까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 그리고 남쪽 나라. 문화권이 육지와는 전혀 달라서, 다르게 느껴지는 곳.

 

생각해보면, 제주도에 대해서 꽤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경험해왔지만, 음식에 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이 책을 펼친 후 얼마 되지 않아, 이 책에 소개된 이색적인 음식들이 너무나 먹고 싶어졌다.

 

가장 먼저 시선을 잡아 끈 것은, 제주도 고사리 육개장이었다.

 

제주도 육개장에는 한라산 고사리가 듬뿍 들어간다. 소고기 대신 돼지뼈를 푹 삶아 오래도록 고아 진하게 육수를 우려낸다. 여기에 고사리를 듬뿍 넣고 되직하게 끓인다. 고사리가 뭉개져 실고추처럼 찢어질 때까지 끓인 후에 메밀가루를 폴폴 푼다. 고사리와 함께 뭉근하게 저어가며 끝을 알 수 없는 돼지 육수의 밑바닥을 끌어올린다. 걸쭉해진 국물에 삶은 돼지고기를 손으로 가늘게 쭉쭉 찢어넣고 다시 한참을 끓인다. 어느 게 고사리인지 돼지고기인지 서로가 얽히고설키어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스튜와 흡사한 제주도 고사리 육개장이 완성이다. (p.32)

 

돼지뼈를 고아 만든 육수에, 푹 익혀 뭉근해진 고사리. 거기에 가늘게 찢어 넣은 삶은 돼지고기!

거기에 곁들이는 상큼함이 담긴 부추무침, 그리고 녹두 부침개에 막걸리 한 사발이라...

크~ 진짜 진짜 맛있을 것 같다!!! 절로 입맛이 다셔진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 책에는 정말 각양각색의 특색있는 제주도 음식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꿩고기, 말고기, 고등어회의 경우 제주도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별미!

특히 꿩고기는 어렸을 적에 제주도에서 먹은 적이 있었다. 샤브샤브였는데, 정말 맛있었다는 것만 기억난다.

너무 어릴적이라 자세한 맛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 때 먹었던 장면만큼은 생생한데... 너무 맛있어서 계속계속 젓가락이 가던 기억.

언제가 되어야 또 먹어볼 수 있을까?

말고기의 식감과 맛이 어떨지 너무나 궁금하고, 고등어회의 경우 평소 회를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비린 생선으로만 느껴지는 고등어가 회로는 얼마나 맛날지 궁금하다.

 

그리고 우럭콩조림, 객주리 조림, 멜튀김(생멸치튀김).

생소한 요리 이름에 먼저 관심이 갔는데, 요리에 관한 설명을 읽어갈수록 먹고 싶어졌다. 우럭콩조림에 들어가는 제주콩이 그렇게 맛있다는데. 일반 콩과는 다른 제주콩만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

특히 생멸치 튀김은 정말 궁금하다. 멜튀김이라는 어감도 어쩐지 좋은데, 멸치를 튀김으로 먹으면 어떤 맛일까?

 

몸국, 보말죽.

모자반을 넣어 만들었다는 몸국. 유명한 제주도 음식인데, 아직 먹어본 기억이 없다. 제주도 음식을 먹는다면 몸국을 꼭 먹어봐야한다는데, 무슨 맛일까? 모자반이 어떤 것인지 몰라서 더 궁금한 음식이다. 보말은 손질하기 힘들어 잘 잡지 않기 때문에 찾기 힘들다는 보말죽. 특히 제주도에서는 죽을 끓일 때 신선한 상태의 내장도 함께 넣어 끓이기 때문에 더 진한 맛이 나온다고 한다. 보말 말고도 그런 방식으로 각종 신선한 생선들, 제철 재료들을 이용해 죽을 끓여먹기도 한다고. 쓰면서도 침이 꿀꺽꿀꺽 삼켜진다.

 

맛있게 식사를 한 뒤에 먹으면 좋을 것 같은 간식거리들도 있다. 보리빵, 빙떡.

보리빵은 제주도 갈 때마다 사먹고 싶었지만 결국 사먹지 못했던 것. 다음에 갈 때는 꼭 사먹어 봐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

빙떡은... 먹어본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저자처럼 무슨 맛으로 먹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지금 먹으면 다를까? 어쩌면 메밀가루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국내산 100퍼센트 메밀가루를 사용하면 다른 맛일지도!

또 오메기술도 궁금했다. 오메기떡은 먹어봤는데, 오메기술은 먹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오메기술은 보관이 힘들기 때문에 직접 담그지 않는 이상 제주도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 폭발할 위험까지 있다고 하니 좀 무섭다... 하지만 이렇게 지역적인 제한이 걸린 음식일수록 더 매력적이기도 한 것 같다.

 

이제까지 몇 가지 음식들을 써 보았는데, 책에는 꽤 두꺼운 편이고 그래서 사진들과 함께 더 많은 음식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 음식들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들도 소개되어 있고, 그 음식과 얽혀있는 제주도의 문화나 풍경들이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

때문에 제주도를 알아가는 데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고, 무엇보다 제주도의 식습관에 관해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아무튼, 음식으로 제주도를 알아가는 것도 꽤 매력적이고 재미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알록달록한 그림 에세이, 오늘 수고했어요 

의도치 않게 요즘 그림과 관련된 책을 자주 보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다 다른 동기로 읽은데다가, 각각 다른 특색을 지닌 책들이기에 같은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네이버 오늘의 책을 통해 알게되어 읽게 된 <눈을 감으면>은 다양한 명화에서 이야기를 끌어냈었다.

예전에 사두었던 책을 이제서야 읽은 <책그림책>은 한 작가의 그린 많은 그림들을 보고 다른 작가들이 하나씩 이야기를 구성했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책 <오늘 수고했어요>라는 책은 책 커뮤니티에서 알게 되었다.

한 명의 작가가,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쓴 책이다.

그러니 그림에도, 글에도 그의 생각이 가득 넘쳐나고 있을 것이다.

 

'그림 에세이'라고 말할 만큼이니 그림의 비중이 매우 컸다.

그림들은 알록달록, 참 예쁘다.

색색깔로 그려진 그림은 화려하기까지는 하지 않지만 생동감이 넘친다.

그 중 나무 그림들이 제일 예뻤다. 자작나무 그림들이 참 좋았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두 개의 그림.

하나는 '우리집'이라는 제목 아래 쓰여진 글과 함께 있었던 그림이었다.

집 그림. 양쪽으로 하얀 날개를 펼친 빨강 지붕을 가진 집.

그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남녀. 집 앞에는 각양각색의 꽃들이 자라나고 있다.

하늘엔 붉은 해와 그림자를 달고 있는 하얀 달이 떠 있다.

화사함과 차분함이 공존하는 듯한 느낌의 그림이었다.

글도 어울렸다.

 

그저 행복한 우리 집.

들에는 꽃들이 만발하고,

그대와 나의 즐거운 이야기는

날개를 달고

하늘로 이어집니다.

밤낮 없이 그렇습니다. (p.51)

 

다음으로 마음에 들었던 그림. '소원의자'라는 글과 함께 있었던 그림이다.

커다란 보름달 아래, 색색의 꽃들로 둘러싸야 있는 붉은 소원 의자.

하얀색의 커다란 달을 보니, 소원 빌러 달맞이 하는 기분이다.

그리고 그쪽으로 향해 가고 있는 여자.

정말 그 의자에 앉아 간절히 소원을 빌면 이루어질 것도 같다.

 

한편 각 글의 제목 밑에 작게 그려진 그림도 마음에 들었다.

올리브 빛을 띄고 있는 종이배의 양 끝에 앉아 있는 남녀.

꽃을 내밀고 있는 남자와 다소곳하게 고개 숙이고 있는 여자에게서 풋풋함이 느껴지는 그림이었다.

 

그림이 중심을 이루고 있고, 글은 곁들여져 있다.

차 한 잔 하며 여유롭게 읽어도 참 좋을 것 같은 책이다.

삶과 연결되는 다양한 생각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표지를 넘기니 구매했던 날짜를 적어 둔 것이 보인다. 2013년 1월. 1년이 훌쩍 넘어갔다.

당시 베스트셀러였고, 지금도 꽤 많은 사람들이 읽는 책. 이제서야 읽는다.

사실 그 긴 시간 동안 여러 번 읽으려고 했으나, 그때마다 다른 책들이 눈에 띄었었다.

어렵지도 않은 이 책을 그렇게 읽지 어려워했던 건, 베스트셀러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베스트셀러를 읽고 완벽하게 만족스러웠던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중 취향은 아닌걸까.

 

하지만 이번에 읽으면서, 이 책이 베스트셀러였던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이 책에 담긴 수많은 단상, 조언들은 위로를 건넨다.

짧은 글들이기 때문에 잠깐잠깐 읽을 수 있다. 흐름이 끊길 걱정이 없다.

그랬기에 나와 약간 안맞기도 한 것이지만.

중간 중간 짧은 단상들 사이에 놓여있던 긴 글. 그 글들이 나는 더 좋았다.

어쩐지 짧은 글은 빨리 숨가쁘게 읽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천천히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적당히 긴 글이 좋다.

 

책은 여덟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휴식의 장, 관계의 장, 미래의 장, 인생의 장, 사랑의 장, 수행의 장, 열정의 장, 종교의 장.

그 중 미래의 장과 인생의 장의 글들이 눈에 들어왔다.

요즘 자신감, 자존감이 떨어지고... 자책에 빠져들어갔기 때문인지도.

그 탓에 이리저리 꼬인 기분으로 이건 그저 뻔한 말임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만약 그렇더라도, 정말 우울할 때는 그 말에 의해서도 위로받을 수 있음을 느낀다.

밝은 기분일 때 다시 읽을 수 있다면, 다르게 느낄 수 있겠지.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분들이 계세요.

그건 아마도 내 자신이 주체가 되는 삶을 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삶을 살아서입니다.

남을 만족시키는 삶이 아닌,

나를 만족시키는 인생을 사세요. (p.94)

 

마지막으로 편집. 디자인.

책을 읽다보면 중간중간 다른 글보다 조금 큰 글씨의 글들이 눈에 띄었다.

왜 다르게 한 걸까? 디자인 때문일까, 아니면 조금 더 공감이 갈 법한 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또 사이사이의 그림들. 잔잔한 매력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