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지고 있을 일상의 로망, 여자들의 놀이터

 

책이든 잡지든 무언가를 '읽은' 행위에서 오는 부수적인 효과는 바로 집중이다. 무엇인가에 깊게 집중을 하다보면, 서울에서 한 시간이나 걸리는 집까지의 거리가 짧게 느껴지는 신비한 현상까지 일어난다. 나는 심지어 읽던 소설이 재미있으면 이어서 읽고 싶은 마음에 지하철 타는 시간을 기대하기도 한다. 한번은 긴박하게 결말을 이끌던 소설에 푹 빠진 나머지 목적지에 도착하고도 지하철 승강장에 앉아서 마저 책을 읽었던 적도 있다. (p.59)

이 부분을 읽으면서 미소짓게 된 건, 바로 이 책을 그렇게 읽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아니었지만 전에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건 지하철에서였고, 승강장에 앉아서 끝까지 읽었었다.

그만큼 마음에 드는 책이었고, 그래서 구매했었다.

하지만 이미 읽은 책이기에 이 책은 소장용 책이 되어버렸다.

그러다가 이번에, 예전에 사고나서 읽지 않았던 책을 읽기로 마음먹으면서 다시 읽게 되었다.

일단, 저자가 일러스트레이터인만큼, 일러스트가 매력적이다.

특히 책 겉에 싸인 표지의 일러스트가 특색있다.

가느다란 선, 부드러운 색감. 그리고 일상 소재의 편안함, 포근함이 느껴진다.

내용도 일러스트가 풍기는 분위기와 비슷하다.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로망을 이야기하는 책.

정말 사소하지만, 의외로 시도해보지 못한 것들도 많이 있는 그런 로망들.

작은 여행, 라이브 클럽에서 음악 감상하기, 오로지 내 취향으로 방 꾸며보기...

그리고 그 사소한 로망들과 함께 풀어놓는 저자의 이야기도 잔잔하니 좋았다.

또 시간이 흘러간 후 다시 읽게 되었을 때는, 이 책 속의 로망들을 나도 더 많이 실현한 상태이길 바라본다.

즐길거리 가득한 제주의 숨겨진 로망을 찾다, 제주 로망 다이어리

예전에는 쉽게 읽혀나가지 않아서 중간에 읽다가 그만두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끝까지 한 번에 잘 읽혔다.

읽은 환경의 차이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야외에서 책을 읽었으니까.

어쩌면 얼마 전 읽은 제주도 관련 책으로 인한 익숙함과 편안함 덕분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쨌든, 이번에 참 즐겁게 읽었으니, That's All.

저자는 제주도 출신이다.

특색있게도 주제를 소개하는 글로 사용된 제주말이 푸근하게 느껴졌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지나는 동안 제주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로망들이 이어 등장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일상적인, 소박한 매력이 있다.

그러나 그것 또한 로망, 맞다.

더불어 책 속의 일러스트들도 귀여웠다.

저번에 읽었던 책에 이어 이번에도 오메기술, 고기국수, 밀면 이야기를 보니 먹고싶어졌다.

정말 제주도 한번 가야겠다. 이 책의 로망들을 가득 안고서.

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팥빙수 이야기였다.

굉장히 푸짐하게 준다는 팥빙수. 서울로 올라온 저자는 그래서 팥빙수 양을 보고 놀랐었다고 했다.

정말 팥빙수가 그렇게 푸짐할까? 제주도를 여름에 간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도 그럴까, 아니면 동네 카페에서만 그럴까? 지금은 바뀌었을까? 그것도 궁금하다.

내가 가고픈 곳, 내가 먹고 싶었던 음식, 내가 하고 싶었던 것.

나의 로망들을 책 속에서 발견하며 두근두근했다. 그리고...

내가 미처 몰랐던 장소, 음식, 즐길거리를 보면서도 두근거리고, 설레는 마음이 가득해졌다.

역시 제주도는 아직 로망으로 가득찬 곳이다.

익숙한 관광지에서 조금 벗어나면, 새로운 매력들이 다가올 그런 곳이다.

바람이 분다.

어른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만큼 거센 바람이다.

버텨도 소용이 없었기에 아예 온몸을 내맡긴다.

제주의 속멋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간직해야 할 것은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이다. (p.108)

광고에 보았던 유럽이 책속으로,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이 책이 궁금해진 건, 지하철에서 광고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아름다운 유럽의 풍광을 순위별로 보여주며 여행 욕구를 자극하는 광고.

모든 것을 다 이야기 하지 않았기 때문에, 궁금증이 쌓여갔다.

광고를 볼 때마다 조금씩 생겼던 궁금증은 이 책을 보면서 다 풀렸다.

 

멋진 곳들이 세상에는 참 많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열 개의 주제에 각각 열 개의 여행지. 그렇게 총 100개의 여행지가 소개된 책.

열 가지 주제는 모두가 매력적이었다.

여행 테마로 삼기 딱 좋은 것 같은 주제들.

 

각 여행지 및 주제와 관련해 저자의 에세이가 짤막하게 들어가 있는 구성이었다.

딱 그 여행지에 관련된 내용이 아닌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의 이야기가 덧붙여지니 여행욕구가 더욱 상승하는 느낌이었다.

 

폐허는 아무것도 없는 곳이 아니라 모든 것이 있었던 한때를 조용히 반추하는 곳이다. 폐허는 사라진 것들의 허무를 생각하는 곳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사라진 것들이 한때는 빛났다는 것, 지금은 빛나는 것들이 언젠가는 소멸할 것임을 함께 생각하게 만드는 성찰의 공간이다.

그리하여 누구도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어린 아이처럼 서툴고 휘청거릴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폐허의 아름다움이자 폐허의 미학이다. (p.160)

 

책에 소개된 여행지들의 이야기를 다 읽고나니 가장 가고 싶었던 나라는 크로아티아였다.

원래 내가 꼭 가보고 싶어하는 세 나라(스페인, 벨기에, 크로아티아) 중 하나이기도 했지만...

특히 인상적이었던 여행지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바다오르간. 자연이 만드는 음악 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싶다.

몇년 전부터 줄곧 크로아티아에 빠져 있었는데, 왜 이걸 놓쳤었는지 모르겠다.

 

유럽 여행 관련 책들을 읽을 때마다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유럽에 대한 로망은 언제나 가슴에 품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와는 다른 매력이 넘쳐나는 곳.

하지만 다를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선뜻 여행을 떠나기에 망설여지기도 한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니 다시 또 여행에 대한 로망이 피어오른다.

언젠가는 여기 소개된 100곳의 여행지를 모두 둘러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