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을 해결해줄 비법이 담겨 있는, 여섯잔의 칵테일
이 책은 작가를 보고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다.
모리사와 아키오의 작품은 거의 실망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도서관에서 누군가 빌려간 것을 보고 바로 예약했고, 얼마전에야 빌려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일종의 단편 연작이다. 그리고 각 단편의 주인공들은 서로 연관된 인물이다.
그래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주요 장소가 두 군데 있다.
하나는 헬스클럽 사브(SAB)이고, 다른 하나는 히바리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바이다.
이런 면에서 작가의 전작 <무지개 곶의 찻집>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곳에서도 무지개 곶에 있는 찻집에서 이야기들이 펼쳐지니까.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야기는 총 여섯 편이다.
각 단편의 제목은 주인공의 이름의 '무엇'이라는 일정한 구성을 띄고 있다.
여기서 이 '무엇'은 이야기의 중심 소재가 되기 때문에, 첫 이야기를 읽은 후부터는 어느 정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여섯잔의 칵테일이라는 제목 때문에 각 이야기에 칵테일이 하나씩 소개되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었다.
어떤 이야기에는 칵테일이 아닌 맥주가 등장했고, 어떤 이야기에서는 칵테일 종류가 둘, 셋이나 소개되기도 했다.
미성년자가 주인공인 에피소드도 있어서 칵테일이나 다른 술이 등장하지 않은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칵테일이 궁금해 이 책을 읽은 것이 아니었으니 그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또 이 이야기들 속의 주인공들의 다른 접점이 헬스클럽인 만큼, 근육 운동과 관련한 용어들도 등장하기도 한다.
첫번째, 혼다 소이치의 추신. 평범한 샐러리맨이자 가장인 혼다 소이치는 딸의 말에 신경을 쓰던 중 헬스클럽 광고지를 보고 운동을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굉장한 근육질의 게이인 '곤마마'를 만난다. 곤마마의 조언을 들으며 운동을 시작한 그는 점차 운동에 재미를 붙이게 되고, 게라라는 독특한 별명도 얻고 헬스클럽에서 친구들도 사귀게 된다. 그리고 딸과의 관계도 나름 좋아졌다고 생각할즈음, 갑자기 딸이 폭탄 선언을 하고, 둘의 관계는 다시 어긋나려 하는데...
이 이야기에서 나온 술은 맥주였다. 생맥주. 맥주를 마시는 혼다의 모습을 읽을 때는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 아빠가 자연스레 떠올랐다.그리고 마지막의 추신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살짝 눈물이 날 뻔 했다. 특히 가족의 관계를 근육통과 연관지어 이야기하는 곤마마의 말이 꽤 인상적이었다.
"근육이라는 건요, 훈련으로 괴롭히고 괴롭히면서 일부러 상처를 줘야 해요. 그러면 근육통이 생기는데, 그래도 괜찮아요. 그 상처가 나으면서 예전보다 굵고 튼튼해질 테니까. 그걸 '초회복'이라고 하지요."
"아, 예……."
"가족도 마찬가지예요. 가끔은 서로에게 상처를 줘도 돼요. 화해하면서 더 깊은 정이 생기거든요. 그게 가족이죠. 다른 사람들하고는 아무래도 그러기가 어렵죠." (p.54~55)
두번째, 이노우에 미레의 해방. 수수께끼를 지닌 미인 이노우에 미레의 비밀은 인기있는 하드보일드 만화 월광의 겐시의 작가라는 것. 그녀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녀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만화가가 되었기 때문에 제대로 쉰 적이 거의 없다. 그러던 그녀가 헬스클럽에서 무거운 것을 잘못 들어 손가락이 부러지고 만다. 결국 원고를 펑크내야할 상황. 마침 걸려온 곤마마의 전화에 미레는 카레 파티를 열기로 한다. 그런데 즐겁게 야채 카레를 먹던 도중 담당 편집자 니시야마가 찾아오는데...
이 이야기에서는 세 가지 칵테일이 등장한다.
처음으로 등장하는 블루문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뜻을 지닌 칵테일이라고 한다. 그 안의 뜻도 매력적이었지만, 색깔 묘사도 인상적이라서 언젠가 꼭 마셔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미레는 진심으로 안도한 듯 말하더니 가느다란 칵테일 잔을 손에 들고 눈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다시금 블루문의 투명한 보랏빛에 넋을 잃었다.
"정말 아름다운 칵테일이야."
미레는 마치 연극 대사처럼 내뱉더니 립글로스를 듬뿍 바른 섹시한 입술로 살짝 키스하듯 블루문에 입을 댔다.
"이 맛은……진이 베이스인가?"
"네. 블루문은 드라이진을 베이스로 하고, 바이올렛, 그러니까 제비꽃 리큐어를 섞어서 만든답니다. 투명하게 거른 레몬즙을 마지막에 조금 넣으면 맛이 한층 살아나지요." (p.67)
다음으로 등장하는 칵테일은 원고를 어떻게든 채워넣을 것을 요구하는 니시야마에게 곤마마가 미레의 편을 들어주기 위해 이야기하는 칵테일로, 카미카제라는 칵테일이다. 사실 이 이름을 보고 좀 껄끄러운 느낌이 들어서 이 칵테일에는 어쩐지 눈길이 가지 않았다. 카미카제의 의미는 '당신을 구한다'는 의미이며, 보드카와 라임, 쿠앵트로로 만드는 칵테일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칵테일은 카시스 소다. 결국 설득에 굴복해 미레에게 해방을 선사하게 된 니시야마에게 곤마마가 이것을 대접해야겠다고 말한다. 의미는 '그대는 매력적'이라는 뜻. 어떤 것으로 만드는지 책에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칵테일 이름 자체가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 또한 결국 가족을 이야기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일에서 해방된 미레는 결국 가족을 찾아가기 때문. 마지막에 가족을 깜짝 방문하는 그 부분이 또 뭔가 따스함을 준다.
세번째, 구니미 순스케의 양 날개. 헬스클럽에서 친하게 지내는 멤버들 중 유일한 미성년자인 사춘기 소년. 어렸을 적 그의 부모는 이혼했고, 이후 일이 많은 아버지는 항상 집에 늦게 들어와 그는 혼자였다. 그러다 그는 언젠가부터 주변 사람과의 교류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그 즈음부터 종이비행기 만드는 것에 빠지게 되었고,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한편 그는 이런저런 주변 어른들의 반응을 겪으며 어른들은 '최악'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는데, 헬스클럽 멤버들을 만나면서 조금은 다르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었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이었으나 졸업하면서 이사를 갔던 친구 에나를 헬스클럽에서 만나게 된다. 헬스클럽 멤버들은 그에게 샤초와의 내기를 하게 해서 지면 에나에게 고백하라는 제안을 한다. 고백을 피하기 위해 열심히 근력운동을 하게 된 그는 그 과정에서 친구를 만들 수 있는 접점이 생기게 된다. 한편 내기 당일, 그는 약속된 무게를 들어올리지만 샤초는 허리를 다쳤다며 기권. 결국 내기에서 이겼지만, 그는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로 마음먹고 종이비행기를 날린다. 그러나 종이비행기는 에어컨 바람 때문에 계단 형광등과 천장 사이에 끼이고 마는데...
주인공이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이 에피소드에서 칵테일이나 다른 술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춘기 소년의 풋풋함이 느껴지는 스토리가 좋았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평범한 아이는 아니다. 일찌감치 고독을 알아버린 아이, 또 종이비행기를 접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 소년이니까. 위에서 이야기한 줄거리 이후의 내용을 보면 결국 그의 마음은 에나에게 전해졌었다. 주변 어른들에 의해서.
제목의 양 날개는 종이비행기의 양 날개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종이비행기는 꽤 중요한 매개물로 등장한다. 특히 이 소년이 종이비행기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은 꽤 멋지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이 이야기에서는 사춘기 소년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도 좋았지만 마지막 부분의 생각이 참 좋았다. 이제까지 어른들은 최악이라고만 생각해왔고, 아버지에게도 안좋은 시선을 가지고 있던 그가 생각을 달리하게 되는 부분이라 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어쩌면 모든 아버지가, 그리고 어머니가 그러할 테니까.
퇴근길인 듯한 샐러리맨들이 두 사람 주위를 피곤한 발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일한 뒤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가족을 위해 지칠 때까지 노력하는 사람들.
이제 와서 생각하니, 아버지는 힘들다고 불평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중략)
"어른은 말이야……."
"응."
"최고로 최악인데, 그래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아."
평온해진 마음으로 말하니 "뭐야, 그게."라며 에나가 웃는다. (p.162~163)
네번째, 시카이 료이치의 잠자리. 치과의사 시카이 료이치는 자녀 이야기에 난감해한다. 그것은 그의 딸인 하즈키가 일곱살 무렵 죽었기 때문이다. 그의 딸이 죽은 이후, 시카이의 어머니까지 돌아가시면서 그는 망가질대로 망가졌다. 그런 그를 다잡아준 그의 아내 유카. 시카이는 절망 속에서 유일하게 밝음을 주는 존재였던 그의 아내에게 항상 기대려고 했고, 때문에 스트레스를 항상 아내에게 풀어 부부싸움이 반복되었다. 그러던 어느날의 부부싸움 끝에 유카의 마음은 죽었다. 집안에 감돌게 된 침묵. 시카이는 그날 일에 대해 사과했지만 유카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시카이는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항상 지껄이게 되었다. 이러한 사정을 시카이는 곤마마에게 이야기하게 되고, 하즈키가 죽기전 남겨놓은 100개도 넘는 메시지들을 찾았지만 요즘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인다.
그러던 중 하즈키의 기일이 다가오고 시카이는 아내와 함께 하즈키의 묘에 간다. 그 곳에서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며 속마음을 쏟아내는 유카. 그런 유카의 모습에 시카이는 안도를 하며, 그것은 어쩌면 하즈키 덕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화해는 하지 못한 상태, 그러다 시카이는 치과에서 딸이 좋아하던 책을 넘기다가 딸이 남긴 메시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는 그 책을 가지고 집에 돌아와 아내와 함께 책장을 넘기고,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유카에게 털어놓게 되고, 딸을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조금 슬픈 이야기였다. 떠난 아이를 잊지 못하는 남겨진 부모... 안타까운 이야기.
등장한 칵테일의 의미들도 조금 무거운 느낌이랄까. 두 가지 칵테일이 등장한다. 하나는 시카이가 자신의 사정을 털어놓으며 인생은 짜다고 말하자 짠 맛을 털어내는 데는 쌉쌀한 술이 제격이라며 이야기하는 김렛이라는 칵테일. 의미는 '먼 사람을 생각한다'이며, 라임 색 칵테일이라고 한다. 두번째는 그가 이걸 좀 마셔야된다며 말하는 솔티 도그. 그 의미는 '과묵하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제목의 잠자리는 유카가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할 때, 하즈키의 묘비에 앉아있던 잠자리를 의미한다. 시카이는 딸이 그 잠자리의 눈으로 엄마 아빠를 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고보니 이 이야기 역시 가족을 이야기한다.
다섯번째, 스에쓰구 쇼자부로의 사죄. 자신을 제외하고는 사원이 넷 뿐인 작은 광고업체를 운영하는 스에쓰구(샤초). 최근 그의 회사에는 한 요양원 팸플릿 제작일이 들어왔다. 사원들 중 누구에게 일을 맡길지 고민하던 그는 최근에 시험적으로 채용한 젊은 사원들인 이른바 유토리 세대에게 맡기게 된다. 그러나 젊은 직원들이 영 마뜩찮다고 헬스클럽에게 이야기하자 곤마마는 그가 벽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말을 한다. 이튿날 업무 종료 후 그는 사원들에게 밥을 같이 먹을 것을 제의하고, 의외로 젊은 직원 둘이 가겠다고 한다. 두 사람을 데리고 간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스에쓰구는 차분히 대화를 나누다보니 둘 다 꽤 괜찮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만, 결국 씁쓸함을 느낀다. 그런 기분으로 간 히바리에서 스에쓰구는 칵테일을 대접받는다. 그리고 칵테일의 맛을 조절하는 것이 경험이 쌓여야 제대로 취향에 맞출 수 있듯이 직원들에게 경험을 주라는 곤마마의 조언을 얻는다.
다음날 스에쓰구는 젊은 직원인 모리타와 미타무라에게 전적으로 일을 맡기겠다고 선언한다. 일이 잘 진행되는 것 같아 안도하고 있었지만, 고객이 클레임을 걸고, 결국 스에쓰구는 그들을 데리고 함께 고객에게 사죄하기 위해 요양원으로 향해 담당자와 대면한다. 그러나 그 때도 여전히 젊은 직원들은 고집을 부리며, 스에쓰구에게도 사죄하지 말라고 한다. 자신들을 키워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신다면 이 시설에는 절대 못 맡길 것 같다며 울먹거리는 두 사람. 결국 쓰에쓰구는 직원들을 믿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음날 스에쓰구가 한 잔 할 것을 제안하자 두 사람은 요양원 사장을 뵙고 사죄하고 나서 서비스 개선을 부탁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 말을 들은 스에쓰구는 함께 가자고 이야기하고 끝나고 한 잔 하기로 한다. 양식도 일식도 척척 만들어주는 비밀의 가게, 거대한 게이와 미소녀 바텐더가 인생을 가르쳐주는 술집으로 데려가 주겠다면서. 그러자 나머지 두 직원도 가보고 싶다고 말한다. 스에쓰구는 곤마마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날 저녁 직원 넷과 함께 같이 가겠다고 예약하고, 자신이 플라토를 드디어 깨고 나왔다고 말한다.
다른 이야기에서는 가볍게 다뤄지던 샤초의 이야기. 앞의 이야기들을 읽어오면서 참았던 눈물이 결국 터졌다. 요양원 사람들이 직원들의 편을 들어주고, 그 직원들이 자신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다면 이 시설에는 못 맡길거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제목의 사죄는 아마도 요양원에 가서 사죄하는 내용을 의미하는 동시에 그동안 가지고 있던 스에쓰구의 고정관념에 대한 사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칵테일은 올드 패션드로 호박색의 칵테일이다. 바텐더 카오리가 스에쓰구와 어울리는 칵테일이라면서 만들어준 것, 의미는 '나의 길을 간다'라고 한다. 만드는 과정이 다른 것에 비해 나름 상세히 나와있어서 옮겨 적어 본다.
카오리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익숙한 손놀림으로 레몬을 둥글게 자르고 오렌지를 반달 모양으로 잘랐다. 이어서 비터스를 뿌린 각설탕과 각얼음 다섯 개를 바닥이 넓은 잔에 넣고, 라이 위스키를 꿀렁꿀렁 소리 내며 따른다. 칵테일 픽에 오렌지랑 레드 체리를 끼워 잔 안에 세우고 마지막에 투명한 머들러를 곁들이면 완성. 스에쓰구 앞에 호박색 칵테일이 놓였다. (p.241)
여섯번째, 곤다 데츠오의 아훔. 히바리의 주인인 곤다 데츠오는 혼자 남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런 두려움이 엄습할 때마다 그는 미친듯이 근력운동을 해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짐을 옮기던 곤다는 계단에서 미끄러져 크게 다치게 되고 입원까지 하게 된다. 그는 병실 시계의 째깍거리는 소리에 불안을 느끼며 그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카오리를 떠올린다.
얼마 후 퇴원한 곤다의 병문안을 온 카오리. 곤다는 그녀에게 자신을 불안하게 하는 것에 대해 물어본다. 그녀 또한, 그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그러자 카오리는 곤다가 좋은 말을 많이 선물해 주어 무섭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이어 만들어준 칵테일은 샌디 개프. 건배할 때 카오리는 아훔을 위해 하자고 말한다. 그리고 그 말은 곤다가 처음 만났을 때 해준 이야기라고 한다. 이에 곤다는 카오리와의 첫 만남을 회상한다. 카오리가 돌아간 후, 곤다는 카오리가 샌디 개프를 만든 이유를 깨닫는다. 그리고 회복된 곤다는 히바리로 향하고, 헬스장의 모두가 그를 맞는다. 이 때 건네지는 카테일은 럼콕. 그리고 집에 돌아온 곤다는 치로를 동거인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죽어있던 벽시계에 다시 전지를 끼우게 된다.
마지막 이야기는 프롤로그에 등장했던 인물이자 모두에게 해결책을 제시했던 곤다 데츠오. 히바리의 곤마마가 주인공이었다. 아훔이 무슨 뜻일까 생각했는데, 자음의 처음과 끝을 붙여놓은 것이었다. 그 단어 자체의 의미는 없지만, 속에 품고 있는 의미는 참 좋았다.
여기에 등장하는 칵테일은 둘. 퇴원한 곤다에게 대접하는 샌디 개프의 뜻은 '헛된 일'로 맥주와 진저에일을 반씩 섞어 만든다. 곤다는 그것이 카오리가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를 두려워하는 것은 헛된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곤다의 복귀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만든 럼콕은 '좀더 의욕적으로!'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인상적인 것은 과거에 곤다가 카오리에게 조언했던 말들이었다.
알겠니, 카오리……?
네가 살 수 있는 건 지금 이 순간뿐이야. 과거와 미래를 염려하는 건 다 쓸데없는 짓이지.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과거를 슬퍼하면 모처럼 살고 있는 '지금'이 불행해질 뿐이야.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불안해할 필요도 없어. 소중한 '지금'을 하찮은 것으로 만들면 안 되겠지?
괴로운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의 불안도 모두 잊고, 지금 이 순간만을 음미하며 살자.
그게 바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이란다……. (p.287)
"꿈은 반드시 이뤄야 해. 꿈을 이루면 신기하게도 과거까지 바뀐단다."
"어? 과거가 바뀔 수 있나요?"
"응. 꿈을 이룬 순간, 카오리는 분명 생각할 거야. 아아, 여태까지 내 인생은 이 날을 위해 존재했구나. 오델로라는 게임에서 까만 줄이 하얀색으로 철컥철컥 바뀌듯, 괴로웠던 과거가 순식간에 반짝반짝 빛나는 소중한 추억으로 바뀔 거야." (p.294)
사실 처음에 주요인물 중 하나가 게이라는 말에 약간 당황스럽긴 했지만,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데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마지막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약간의 연민도 느껴졌다. 혼자 남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것을 더 크게 느낄 수 밖에 없는 존재... 자신의 외로움을 숨기기 위해 가벼움으로 치장되어 있는 존재.
그나저나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슬픔을 자극하는 면이 있어서 읽을 때 조금 많이 힘들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이 버스였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고생고생했다.
여섯잔의 칵테일이라는 제목보다는 작가를 보고 고른 책이라 칵테일에 많은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중심적인 소재로 등장한 칵테일들을 보다보니 궁금해졌다. 어떤 색일지, 어떻게 만드는 것일지. 그래서 나중에 칵테일 관련 책도 한번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나저나 쓰다보니 각각의 이야기가 엄청나게 길어져버렸다! 그러니 여러 가지 생각이 자꾸 꼬리를 물고 오고 있지만 더 길어지는 것은 막고 리뷰는 여기서 마무리.
덧. 네번째 이야기에서 딸이 좋아했던 책 <우사미밋치>는 작가의 전작 <무지개 곶의 찻집>에서 나왔던 아이가 좋아하는 책과 동일한 책인 것 같다. 짐작을 뒷받침 하는 근거는, '행복의 두근두근'이라는 말이 나오기 때문. 이 말을 보는 순간 바로 전작이 떠올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