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인 사람들의 서늘한 이야기, 말하자면 좋은 사람
이번에 읽은 <말하자면 좋은 사람>의 작가 정이현.
그녀도 꽤 유명한 작가이지만 그녀의 전작을 읽어본 것이 없었다.
아, 물론 들어본 것은 있다. <달콤한 나의 도시>가 아마 그녀의 작품이었던 것 같은데.
그 책도, 동명의 드라마도 본 적이 없지만 그냥 들은 이야기를 통해 생각해왔던 그녀의 작품의 이미지는...
세련됨, 도시. 뭐 그런 것들이었다.
이 책의 소개에서도 그런 내용이 있었다.
"도시 생활자의 고민을 감각적이고 날렵한 필치로 그려낸다"고 했다.
현대 도시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금해서. 그래서 읽게 되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표지에 적혀 있던 글귀였다.
「 누군가 무심히 어깨를 툭 치며 같이 걷자고 말해주면 조금은 든든할까.
그렇지만 이렇게 잠시 혼자인 것도 나쁘지 않다.
혼자는 둘의 시작이기도 하니까. 」
혼자는 둘의 시작이라는 말이, 너무 좋았다.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 작가의 말.
이게 또 의외로 참 좋았다.
도시에 대한 글, 혼자에 대한 글, 여기 실린 이야기의 형식의 구분에 대한 글 등등...
그렇게 좋은 기분으로 끝까지 읽었다.
여러가지 이유로 인한 고립.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남겨진 상황. 혼자.
그리고 암시되는 새로운 시작...
그런 것들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이야기들의 주인공들은, 현실적이면서도 또 묘하게 비현실적이었다.
그들이 혼자가 되는 과정은 다양한데, 그것이 다 있을 법한 일들.
도시인이 혼자가 되고, 또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느끼게 되는 것들이 잘 그려져 있었다.
이야기들은 서늘해지게 하는, 슬프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었다.
제일 좋았던 단편은 '시티투어버스'였다.
그 이야기가 혼자로 시작해 둘이 만나 마무리되고, 관계의 끝에서 시작해 새로운 만남의 시작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열린결말이지만, 암시적인 부분을 남겨두었다.
가장 희망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좋았다.
위안을 얻을 수 있어서.
또 마음에 들었던 표지의 글귀와도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혼자는 결국 둘의 시작이 되는 것이라는.
특별히 어떤 글귀가 기억에 남는다기보다.
이야기가 흘러가는 일련의 과정이 기억에 남는 단편이었다.
그리고 글귀가 기억에 남는 것은 이것.
「 "그거 알아? 오빠는."
너는 숨을 참다가 훅 뱉었지.
"선택 결정 장애야."
말문이 막혔어.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지. 책임지지 않지. (p.195) 」
많은 사람이 이런 '선택 결정 장애'를 겪고 있는 것 같다.
상처를 주지 않겠다고 하면서, 타인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
그런데 그건 결국 서로에게 확신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저 말을 주고 받은 연인은 헤어졌다고 했다.
그런데 이건, 비단 연인간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은 일을 접하고, 해야하는 현대 사회에서 책임은 더욱 무겁게 느껴지고 피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공적인 것에서도, 사적인 것에서도... 책임을 진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면서도 망설여지는 그런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제목인 "말하자면 좋은 사람"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책을 다 읽은 지금도, 그 의미를 잘 모르겠다.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어가며 생각해보면 그 답이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