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논리적인 글을 쓸 기회가 오면, 여기에 있는 방법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멋진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글을 읽으면 또 새로운 것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3주 전, 도서관에서 언제나처럼 새로 들어온 책이 꽂힌 서가를 둘러보던 도중, 이 책을 발견했다.

평소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 중 한 사람이기에, 책 제목을 보니 흥미가 동했다.

깔끔한 하얀색 바탕으로 구성된 것도 마음에 들어 결국 읽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갑작스레 일들이 많이 생겨서,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의 제목처럼, 미스터리에 대한 다양한 것을 알아갈 수 있는 책이었다.

먼저 '추리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을 두고, 추리소설에 대한 정의와 다양한 오해 및 편견에 대해 반박하는 글이 있었다.

그리고 추리 소설이 일반 소설과 다른 특징, 그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이어 서술되어 있었다.

이 부분에서는 특히 독자의 '유쾌한 패배'라 이름지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독자의 추리는 빗나가고, 탐정이 전혀 뜻밖의 인물을 진범으로 지목하면서 그와 같은 추리를 하게 된 증거를 명쾌하게 제시해 준다. 이때 독자는 탐정이 자기보다 머리가 좋다고 탄복을 할지언정 자기가 탐정보다 머리가 나쁘다고 불쾌하게 생각하거나 졌다는 패배감을 갖지는 않는다. 이것을 '유쾌한 패배'라고 한다. (p.20)

이 '유쾌한 패배'라는 단어는 이후의 이야기에서도 몇 번 등장했다.

처음에는 낯선 언어라 신기했는데, 추리 소설의 매력이 덧씌워진 표현이라 그런지 멋지게 느껴졌다.

추리소설의 특징들, 효과들이 서술된 후 이어지는 것은 추리소설의 역사였다.

추리소설의 시초라 할 수 있는 포의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The Murder in the Rue Morgue)>(1841)부터 시작하여 코난 도일의 홈즈 시리즈, 애거서 크리스티를 거쳐 반 다인, 하드보일드 소설들에까지 이르는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로웠다.

아직 읽지 못한 작품들 중 읽고 싶어지는 것들도 다시 발견했고, 이미 아는 것은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웃으며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해외 뿐 아니라 이어서 국내의 추리소설 역사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이 부분이 굉장히 신선했는데, 미스터리를 많이 읽지만 한국 미스터리물은 거의 읽은 적이 없어서일 것이다.

한국 추리소설의 시원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고전 소설도 좋아하기 때문에, 고전과 추리물의 결합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굉장히 궁금했다.

그리고 그 이름을 들은 바 있는 우리나라의 추리문학의 선구자, 김내성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그의 추리 작품도 꼭 읽어보고 싶다 생각했다. 신소설들에 있던 추리물도 궁금했다.

추리소설의 종류를 구분한 것도 좋았다.

이 종류를 구분한 내용은 그 구분된 종류와 특징을 따로 써두기도 했다.

나중에 읽을 미스터리물이 어느 쪽에 속하는지 생각해보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리 소설의 종류는 이 책에 따르면 수수께끼 풀기형(전통파), 하드보일드형, 도서형, 스파이 소설, 범인 검거형, 사회파 추리, 순수 문학형, 호러소설(서스펜스, 공포)가 있다. 그 특징을 보니 내가 좋아하는 미스터리는 대부분 전통파였던 것 같다.

이어서 소개되는 다양한 트릭 방식들도 재미있게 읽었다.

크게 인간을 이용한 트릭, 장소를 이용한 트릭, 발자국을 이용한 트릭, 지문과 유전자를 이용한 트릭, 시간을 이용한 트릭, 흉기를 이용한 트릭, 독극물을 이용한 트릭, 사라지게 하는 트릭, 기타 기발한 발상, 다잉 메시지, 기타 기묘한 방법 등의 소제목을 두고 소개된 트릭 방법들은 정말 많고 또 독특함을 가지고 있는 트릭들이었다. 이후에 또 어떤 기발한 트릭이 나올까 기대된다.

추리소설의 구조를 어떻게 구성해야하는지, 기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같은 이야기도 있었고, 추리소설이 지켜야할 규칙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미 알고 있었던 반 다인의 20원칙을 비롯해, 로널드 녹스의 10계, 헐의 추리소설 10훈, 런던 탐정 클럽 서약, 딕슨 카의 4대 공리, 엘러리 퀸의 추리소설 채점 기준이 소개되어 있었다. 다양한 기준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어서는 추리 강국으로 떠오른 일본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다작을 많이 한다는 것에 깊은 공감을 했다. 일본 작가들은 정말 다작을 많이 하는 것 같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빠른 시간 내에 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소개된 것은 세계 명탐정 19인과 우리나라 탐정 2인을 합친 21인이었다.

셜록 홈스, 오귀스트 뒤팽, 아르센 뤼팽, 브라운 신부, 엘러리 퀸, 에르퀼 푸아로, 미스 마플, 매그레 경감, 손다이크 박사, 파일로 밴스, 새뮤얼(샘) 스페이드는 이미 시리즈 중 한 권 이상 읽었거나 들어서 알았던 탐정이었다. 나머지 찰리 찬, 헨리 데이비드, 반 두젠 박사, 필립 말로, 루 아처, 앨버트 샘슨, 스펜서, 페리 메이슨과 우리나라 탐정인 하영구 경감과 추병태 경감은 아직 알지 못하는 탐정들이었다. 언젠가 그들의 이야기도 꼭 읽겠다 생각했다.

정말 많은 정보들이 담겨있었지만, 미스터리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즐겁게 읽어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다시 생각한 것은, 역시 한국 추리소설도 조금씩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점점 발전해갈 한국 추리문학을 지켜보는 것도 미스터리 독자로서 즐거운 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리뷰의 마지막은 인상적이었던 글귀를 재인용하면서 끝내도록 하겠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없어질 걱정도 없다"

셜로키언의 주장이라고 한다.

추리소설 속 이야기, 그리고 탐정들은 실제가 아니기 때문에 두고두고 기억 속에 전해져 계속해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