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작가로 살아간다는 건,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는 글과 관련한 이야기라서 읽어보고 싶었다.

낯설거나 새롭거나 하진 않았다. 전업작가의 이야기를 읽은 적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작가를 직업으로 한다는 것이 쉽지 않구나, 생각한다.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글을 쓰고 책을 쓰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마음이 '작가'란 직업에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두려움 앞에 망설이는가? 그럼에도 움직였으면 좋겠다. 움직여야 다음을 볼 수 있다. (p.198)

이번에 알게 된 저자, 이지니 작가님도 그런 분이다. 전업작가로 살아가는 건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계속 글을 쓰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희망을 찾아낸다.

대학 졸업 후 꿈에 그리던 방송작가가 되었지만 그만두게 된다. 여러 일을 거친 후 전업작가의 삶을 살게 되었다.

사람들이 동경하는 작가의 삶은 잘 알려진 작가들의 모습일 뿐이다. 작가님이 겪은 에피소드는 '유명하지 않은' 작가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지 보여준다.

공모에서 당선해 마침내 등단을 하는가 싶었는데, 등단하기 위해서는 사비를 들여야 한다.

열심히 쓴 책을 출간했다. 그러나 인세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건 어렵다. 책 판매를 위해서 노력하지만 독자들은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홍보 제안을 받고 고민하다가 투자해봤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씁쓸한 이야기들. 전업작가로 살아간다는 건 경제적인 부분보단 다른 면을 보아야 하는 것 같다.

과거보다 '글의 성장'이 있었다는 걸 알아준 지인에 대한 고마운 마음. '작가님 글은 쉽게 술술 잘 읽혀요! 책 읽기를 싫어하는 제가 다 읽을 정도예요! 감사합니다.'(p.59) 라고 해준 독자의 메시지. 나도 독자의 한 사람으로 이 이야기에 공감했다. 이 책도 가독성이 정말 좋다.

경력보다는 '글'을 보고 일을 의뢰해준 사람들. 수업을 듣고 난 사람들의 반응들. 그런 이야기들이 좋았다.

 

생각은 빠르게 머릿속을 관통하기에 그 순간 적지 않으면 날아가 버린다. 누워있을 때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메모하는 이유다. (p.152)

글쓰기에 관한 내용도 있다. 메모앱을 이용해 일어나자마자 떠오른 생각들을 기록해둔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스쳐가는 생각들은 붙잡아 두고, 그렇게 생각을 모아 쓴 글은 퇴고의 시간을 거친다. SNS에 올리는 글도 퇴고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글을 다시 읽고 고칠 부분을 찾아내는 게 공이 많이 드는 일인데 대단하다. 자가 출판에 대해 알려주는 부분도 있어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는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전업작가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는 씁쓸함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내는 이야기였다. 작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지만 모든 삶이 그렇듯, 작가가 아니어도 마음에 새겨둘만한 구절들이 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글을 쓰곤 하니까,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도 먼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다. 마음가짐에 관한 이야기들이 좋았다. 두려움이 생겨도, 실패를 겪어도, 지금 하는 일이 헛된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어도 계속 나아가는 것. 계속 글을 쓰는 것. 계속 노력하는 것. 그렇다면 언젠가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다가올 거라는 희망. 그런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매력가득 홍차 만화 두번째 이야기! 오늘은 홍차 두번째 잔

 

우연히 발견했던 홍차를 소재로 삼은 만화,『오늘은 홍차』. 홍차를 좋아하는데 내용도 좋아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었다. 읽고 나서 소장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잠시 구매를 미루고 있었는데, 최근 2권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1, 2권 세트를 구매하면 사은품으로 티 다이어리까지 준다고 해서 바로 사버렸다!

이번에 세트로 나오면서 전에 읽었던 첫번째 이야기는 개정판이 되어 '첫번째 잔'이 제목 뒤에 붙었고, 새로 나온 책은 '두번째 잔'으로 나왔다.

 

차의 시간엔 마음을 내려놓아도 돼요.

분명 찻잎의 정령이 소유 씨를 도와줄 거에요. (p.28)

 

이 '두번째 잔'은 '페어링'을 주제로 하고 있다.

홍차와 어울리는 것을 맞추는 페어링. 이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연결해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첫번째 책에서 만났던 손님들의 이야기가 진전되어 펼쳐진다.

회사에서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이야기, 부모자식 간의 갈등과 이해의 이야기, 연인 사이의 관계들을 보여준다.

차와 함께 풀어나가는 에피소드는 힐링이었고, 그림체도 매력적이라서 읽는 즐거움이 더해진다.

원래 티타임을 즐길 때 찻잔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에 책 속 이미지들을 보다보니 예쁜 찻잔을 장만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차와 찻잔도 어울리는 만남이 있어요.

색이 아름답고 맛이 깊은 홍차는

담백한 찻잔이 차의 섬세함을 살려주지요.

반면 맛과 향이 복잡한 가향 차를 마실 때는

찻잔도 색과 무늬가 화려하거나 모양이 재미난 것을 꺼내죠.

홍차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도록요. (p.147~148)

 

첫번째 책과 구성 면에서 조금 달라진 부분이 있다.

에피소드가 끝나고 해당 이야기에 나온 차 브랜드를 소개하는 코너, '이 홍차로 말하자면'.

끌렸던 차를 찾아 마시며 이야기의 몰입감을 떠올리는 티타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숲 토닉은 정말 궁금했다. 벨로크 티의 '국립공원관리부서'를 이미지로 한 차라고 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마셔보고 싶다.

첫번째 책은 만화만 있었지만, 두번째 책은 만화 분량이 끝난 후에 차 정보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로 채워진 것도 새로운 점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의 글은 이미 여러 책을 통해 접했기 때문에 신선함이 덜했지만, 홍차에 대해 처음 마주하는 독자들이라면 만화로 인해 생긴 흥미를 채우는데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홍차의 쓸모는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 것, 바로 그것에 있다. (p.213)

 

첫번째 책에 워낙 만족을 해서였을까?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 탓에 이번에 읽은 『오늘은 홍차 두번째 잔』은 부분부분 끌리긴 했지만 전체적인 만족감이 첫번째 책보다 적었다. 홍차 만화라는 소재를 좋아해서 이 책을 읽은 만큼 그 부분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부디 이 원앙차가 맛있어지기를,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수첩5

 

오랜만에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수첩 시리즈'의 신간이 나왔다.

4권이 2016년에 나왔었으니 무려 5년만!

점점 텀이 길어지는 듯해 불안하지만 아예 안나오는 것보다는 낫지 싶다. 완결권 나올 때까지 오래오래 살아야겠다.

 

"마치 뭔가를 달성한 순간에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는 세상 이치를 상징하는 것 같잖아." (p.54)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오야마가 이상의 커피를 찾아 헤매게 된 계기를 만들어 준 그의 첫사랑, 마코. 아오야마는 그녀와 우연히 재회하면서 과거의 추억을 떠올린다. 미호시에게도 소개하게 되면서 마코가 숨기고 있는 비밀에 다가간다.

커피점 탈레랑이 중심이 아니라 아쉽다. 이 시리즈를 읽을 때는 '커피'에도 기대하게 되니까. 부제에서 언급된 '원앙차'가 중심 음료다. '원앙'이라는 이미지는 본편 내용과 관련 있기도 하다. 원앙차는 커피와 밀크티를 조합한 음료다. 홍차를 좋아하기도 해서 원앙차를 만들어 마셔볼까 생각했다.

필요할 때, 우리 곁에 있어주는 것이 바로 이야기가 아닐까. (p.276)

 

특이하게 이 시리즈는 내용에 끌리는 편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흐르는 독특한 분위기에 끌린다.

이번 5권은 낯선 '겐지 이야기'가 추리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다 플롯 전체에도 깊게 영향을 끼치므로 내용이 별로 끌리지 않았다. 단편적으로 접한 겐지 이야기는 전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번역이 늦어진 이유에 '겐지 이야기'가 소재라는 점도 포함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일본 색채가 강하니까.

하지만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5』의 컨셉은 흥미롭다. 이야기에 빠져 자신의 운명을 동일시하기에 이르다니. 이해는 가지 않는다. 그건 '이야기'가 비호감이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해당 인물도 호감이 생기지 않았었고. 이야기와 인물에 호감이 가는 편이었다면 내용도 좋아졌을지 모른다.

 

살다보면 인간은 실패하는 일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건 결코 나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다시 뛰어든 결과로서 서로가 좀더 행복해지는 길을 찾을 수 있다면 이미 어그러진 관계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p.305)

 

특별수록 단편으로 '이 애플파이는 맛이 없어'가 실렸다. 서술트릭으로 반전이 있는데, 씁쓸함이 전해지는 결말이 인상적이다. 본편의 이야기와 주제 부분에서 연결되는데, 단편이 깔끔하게 이야기를 풀어내서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