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소재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었다. 뇌사한 젊은 청년의 건강한 몸과 사고로 온몸이 누더기가 되고 뇌만 멀쩡한 남자의 뇌를 합친다니, 그러면서 과연 이둘을 합치면 이것은 뇌가 지배하는 사람이 주인인가 아니면 몸이 지배하는 사람이 주인인가 하는 것이 참 내 머리속에서 한참을 누구지 누굴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읽으면서 남자친구에게 넌 어떻다고 생각하냐고 물었을때 남자친구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뇌가 주인인 사람이 그 몸의 주인이지 라고 말했다. 하지만 난 그래도 역시 갸우뚱했다. 몸이 느끼고 있는것이 있을텐데, 과연 그럴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자전거를 타다가 우연히 사고를 당해 뇌사 판정을 받은 대학생 요제프(18), 그리고 사고를 통해 몸은 만신창이 뇌만 멀쩡한 화가 게르(32) 의 만남이 시작된다. 요제프의 어머니는 요제프가 죽었다는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신의 아들의 신장들을 기증을 거부한다. 다만 온몸을 완전히 가져간다면 기부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렇게 게르의 부인과 만난 것이다. 게르는 막 떠오르던 화가였다. 그런데 사고를 당해 손을 쓸수 없게되자 부인은 너무 가슴아파한다. 이런 둘의 스토리가 정확하게 맞아 떨어져 둘은 그 최최 수술을 건의하게 되고 당연히 의사들은 이게 왠 떡이냐며 오케이한다. 이 세상에 이런 수술을 거절하는 의사가 있을까라고 하면서 말이다. 이 수술을 담당하게 되는 사람은 여의사 레나이다. 결국 이 수술은 성공하게 되고 몸과 뇌의 이상하디 이상한 동거가 시작하게 된다. (수술하기 전에 장례식을 치르게 되는데 그 장례식의 주인공은 요제프 이며 산사람은 게르이다.) 하지만 부인은 자신의 남편이 아닌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잠자리를 하려고 했지만 게르의 몸의 주인인 요제프가 자꾸 거부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요제프에게 여자친구 리타라는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는 자신의 남자친구의 몸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를 만나러 가게 되는데 그둘은 잠자리를 하게된다. 게르는 말한다. 얼굴에는 키스하지 말라며, 얼굴은 쿠션으로 덮고 리타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갖기위해 임신할때까지 잠자리를 하고 임신을 하자 그를 떠나게 된다. 그리고는 그 프랑케슈타인인 게르는 제 3의 인격체를 가지게 되는데 그는 자신의 담당의사인 레나를 사랑하게 되고 그에게는 새로운 이름이 붙여지게 된다. 그의 이름은 요르제이다.
이런식의 스토리가 전개되는데, 사실 마지막은 좀 의아했다고나 할까? 제 3의 인격체가 나타나다니 말이다. 그러면서 게르와 요르제는 죽고 마는데, 마지막에는 게르의 장례식이 치뤄지고 새로운 사람을 등록한다. 요르게라는 사람 말이다. 사실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의 대답을 살짝 회피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이부분에서 실망했다고나 할까? 왜냐면 난 정말 기대했기 때문이다. 과연 뇌를 가진 사람이 주인일까 아니면 더 많은 부피를 차지하는 몸을 주인이 주인이 될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그 대답을 회피하면서 제 3자의 인격체를 만들어 내다니. 하긴 이해할수도 있을것 같다. 과연 그를 누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얼굴만 보면 게르이지만 몸은 완전히 요르제이다. 앞에서 보험에 가입하는데 나이를 28살로 등록하게 된다. 몸은 어리고 뇌는 늙었기에 절충한 것이다. 이런식으로 사실은 28살의 요르게가 탄생하는 것이다. 얼굴 즉 뇌는 부인을 받아들이긴 하지만 몸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몸은 여자친구를 받아들이지만 얼굴은 그 여자친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긴 한참을 생각했다. 게르라는 화가가 과연 그 몸을 가지고 다시 원래처럼 그림을 그릴수 있을까하고 엄청 고민했었다. 왜냐면 그 요르제의 몸이 과연 그림같은 섬세한 그런 손놀림이 과연 되냐는 말이다. 18년 동안 살아온 그런 감각이 있는데 말이다.
몇년전이었던가 KBX에서 했던 여름향X에서 손예진은 송승헌의 여자친구의 심장을 이식받게 되는데 처음보는 송승헌을 보고 가슴이 뛰며 결국 송승헌과 사랑을 하는 그런 드라마였다. 그때를 생각하면, 역시 심장이든 그 몸도 먼가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책의 내용과 그 표현자체가 굉장히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소재자체가 엄청 흥미를 끌었기에 읽을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이 책이 좀더 자연스럽고 머랄까 더 섬세하게 표현했다면 정말 더 재미있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끝까지 결론을 얻을 수 없었기에 살짝 좀 슬퍼지는 것 같다. 과연 누가 나를 나에게 만드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