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2007년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작입니다. ’호텔 정원에서’,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나그네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는 각각 번갈아가며 진행됩니다. 우선 이 소설은 미스터리 소설이긴 하지만 정통 추리물의 모습은 아닙니다. 분명 살인 사건이 등장하지만 일반 수사물과는 다릅니다.

기존의 온다 리쿠 소설을 접한 분들은 어떤 스타일인지 아실 것 같지만 역시 매번 특이한 소설을 쓰고 특히나 이 소설은 더욱 그렇기 때문에 낯선 면은 분명 있습니다. 온다 리쿠스러운 익숙함과 어느 소설에도 나오지 않을 법한 독특함이 버무러진 소설이 온다 리쿠만의 특징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여자가 취직 자리를 알아보러 다니다가 호텔 정원 카페에서 급작스럽게 죽음을 맞습니다. 그런데 그녀를 목격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부 다릅니다. 그리고 두 여자가 호텔 정원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한 여자가 죽습니다. 그리고 호텔 정원 파티에서 한 감독이 죽습니다.

이 죽음을 둘러싸고 이야기는 각각의 형태로 진행되어 갑니다. 처음에는 어디가 어느 이야기인지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어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의문이지만 읽다보면 점점 자리를 잡아가서 그 과정에 동참하고 있음에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간간히 두 남자가 대화하며 길을 걸어가는 이야기가 끼어있습니다.

이야기의 가장 큰 틀을 자치하는 내용은 감독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 감독이 세 명의 각각 다른 여배우를 연극에 출연시키기 위해 오디션을 보고 있는데 그 중 범인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연극은 큰 틀만 정해져있지 각각의 대사는 여배우 자신이 처리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꾸며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과 생각을 그대로 담아내길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들의 연극 속에서 알리바이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물론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도 등장하지만 다 읽고 나면 그가 정말 형사인지 배우인지 잘모르게 됩니다. 온다 리쿠의 특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충 결말의 일부는 예상을 했지만 이런 형태가 될지 몰랐다는 감상이 온다 리쿠 소설을 다시 읽게 하는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워낙 다독을 해서 어디서도 읽을 수 없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그녀의 인터뷰가 떠오르네요.

이 소설엔 현실과 그 현실에서 만든 연극과 그 연극을 하는 배우와 관객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에 얽힌 사건 때문에 필요한 수사진과 관찰자들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연극인지, 어디까지가 연극을 만드는 사람의 망상인지 실제 연극인지의 부분도 조금 불명확합니다.

휴대폰 소설로 연재되었다고 하는데 작자 자신도 이 소설을 쓸 때 앞부분을 자주 찾아봤다고 하니 정신없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기도 합니다. 크게는 연극을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혹시 내가 보지 못한 어떤 숨겨진 부분이 있을까 싶어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기묘한 소설이었습니다.

혹자는 자연이 아무런 치유도 주지 못한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자연이 주는 어떤 것에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그것이 계절이 돌아오는 것이기도 하고 자연 자체의 아름다운 것을 통해서 가능하기도 합니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서문을 통해서 바쁜 인생을 살아가느라 벅차서 무관심하다가 뒤늦게 아름다움을 알고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그저 '꽃'이라는 것 자체가 갖는 아름다움 때문에 좋아하지만 꺾여져 보기 위한 꽃이 아니라 살아가는 그 자리의 그대로의 꽃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화려하게 꾸며진 모습보다 그저 흙이 있고 잎이 있고 잡초와 어우러진 들꽃들은 계절과 어우러져 얼마나 그 아름다움이 순간 같은지 매년 매년 감회가 새롭지요. 그런 기분으로 이 책을 기대했는데 이 책 속에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더 숨어 있습니다.

바로 꽃들의 노하우를 가지고 삶을 바라보는 모습입니다. 한쪽의 사진과 한쪽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꽃에 대해 설명하고 그 꽃이 살아가는 모습을 인생에 빗대어 소개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어느 잡지나 사보의 한 면을 할애한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네요. 그래서 단순히 꽃을 소개하는 글보다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에 공감한다. 혹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거나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거나 하는 생각의 꺼리를 만들어줍니다.

총 여섯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숲이 인생에 들려주는 이야기', '때론 길들지 않는 삶이 그립다', '빛을 바라다보니 빛을 닮았다', '척박한 땅의 꽃이 더 향기롭다', '사랑을 위해 나는 피네', '밥도 되고 약도 되고 벗도 되고'입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꽃은 아무래도 국내에 밖에 없다는 '미선나무'입니다. 꼭 덜 핀 개나리처럼 생겼는데 정말 외국엔 없는 것인지 신기하기도 하고 그 차분한 자태를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 꽃들은 그저 살아갈 뿐이겠지만, 왠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따스해집니다. 혹은 잊혀진 시간이라도 어김없이 그 자리에 피어나는 기분이 들어서 마주한 추억처럼 반가워서일지도 모르겠네요.

이제는 길을 가다 꽃을 보면 그저 아름답다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교훈을 내게 줄지 생각해보는 그런 시간을 갖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