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야생화 관련 저서를 많이 낸 사진작가 송기엽의 사진과 국립수목원에서 일하는 이유미의 글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두 저자분의 약력을 보니 꽤 굵직 굵직한 경력을 가지신 분들이더라구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3월을 시작으로 각 월별로 나뉘어져서 10가지가 좀 안되는 각각의 야생화들을 소개합니다. 글이 마치 동화를 보는 것만 같은 문체로 꽃을 설명합니다. 밝은 분이신지 그런 성격이 글에서 묻어나서 읽으면서 기분이 밝아지더라구요.

아무래도 월별로 나눠놓다보니 이야기의 중심엔 계절감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생각해보면 꽃이 피는 계절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이것은 당연할텐데 각각의 꽃들의 삶이 달라서 한편의 짧은 전기(傳記)를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있는 기분도 들구요.

꽃의 영어명이나 학명도 적혀 있고 이야기의 대부분이 그 꽃에 관한 것인데 학문적인 느낌이 들지 않고 쉽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어린 아이들이 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또 생활과 맞닿아 있는 약용이나 식용으로도 쓰였다는 몇 꽃들의 비화(?)도 재밌습니다. 이런 부분을 읽으면 산속 깊숙한 곳에서 조용히 자라나다가 져가는 야생화가 아니라 우리의 인생과 굉장히 밀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당연히 뒷산에 올라가 캐오던 옛 어른들의 지혜가 두루두루 이어지지 못해 아쉽기도 하구요.

사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상당히 싱그러운 기분이 드는 한컷, 한컷입니다. 꽃 자체가 강조가 잘 되어 있어서 번잡스럽지 않고 유독 녹색이 싱그럽게 보여서 싱그럽다는 상쾌한 기분이 절로 드네요. 

열을 내서 꽁꽁 언 땅을 녹여 싹을 틔우고 다른 봄꽃들이 피기 전에 먼저 봄을 알리고 일제 강점기 시절에 우리 꽃에 일본 사람 이름을 붙여 공포한 안타까운 꽃도 있고 나물이름이지만 화려한 노란꽃을 피우는 꽃도 기묘하게 방망이에 주루룩 꽃이 나는듯 피는 것도 있지요.

흔히 본 나리나 꿀풀, 잎이 하얗게 변해가는 삼백초라던가 방사선에 노출되면 꽃 색이 점점 변해가는 자주닭개비, 식용으로 사용되는 왕고들빼기의 수수하면서도 아름다운 꽃이 또 새로웠습니다. 가을엔 열매도 몇 종류 소개되구요. 그리고 눈이나 고드름이 쌓인 꽃들이 한해를 마감해주는 기분이 듭니다. 잠시 후 다시 새롭게 또 한 해를 살아가겠지요.

꽃은 참 신비합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보게되니까요. 6월에 피는 꽃들을 다시금 살펴보게 되듯 그 달이 되면 그 달에 피는 꽃들이 나온 부분을 펼쳐보고 그 꽃들을 직접 찾아보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2011년 상반기 일본 아마존, 오리콘 서적 소설 부문 1위를 기록한 소설이라고 합니다. 여섯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추리물입니다.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주요 등장인물은 세 명인데, 화자는 호쇼 가문의 호쇼 레이코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부자집 아가씨라는 것을 숨기고 경찰이 되어 구니타치 경찰서 조사1과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편 가자마쓰리 경부는 '가자마쓰리 모터스'의 사장 아들인데 레이코와 반대로 자신의 상황을 마음껏 뽐내는 타입입니다.

그는 자동차 회사 아들이면서 국산 자동차는 무시하고 영국차를 몰고 다닙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레이코의 집사 가게야마입니다. 일한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아서 어떤 인물인지 잘 모르겠지만 서슴치않게 아가씨에게 신랄한 평가들을 하곤 하는 얄미운 캐릭터입니다.

주요 등장인물과 중심 배경이 경찰, 경찰 수사라는 점에서 표면적으로는 경찰 수사물로 보이지만 사실 이 소설은 안락의자형 탐정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레이코나 가자마쓰리 경부는 제대로된 추리를 해내지 못하는 무능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딘가 모자라는 모습이라기 보다는 평범한 사고를 하고 있다는 정도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고심하는 레이코의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추리를 하는 집사로 설정된 상황은 참 재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심각한 분위기보다는 좀 코믹한 면이 있는데 그렇다고 아주 재밌다거나 그렇지는않고 일본식 추리물의 전형인 '본격 미스터리'라고 지칭되는 스타일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사건에 대해 진상이 등장하고 그것을 고심하고 마지막에 탐정이 등장해서 간단히 풀어버리는 그런 - 어쩌면 뻔한 - 탐정물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정말 부자와 졸부가 주인공이 되어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속마음 같은 것들이 등장해서 종종 코믹함을 던져줍니다. 설정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심각하거나 분량이 많은 사건들을 아니라서 쉽게 볼 수 있는 이점도 있습니다. 저자의 다른 소설이 궁금해지고 이 캐릭터들로 시리즈물이 되어서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이 생기네요.

'부츠가 신겨졌지만 발자국이 안보이는 사건 현장, 독을 넣은 와인을 마시고 죽은 현장, 장미 위에 버려진 시체, 신부가 밀실에서 습격 당하는 사건, 전라로 죽은 시체를 발견하다, 다잉 메시지가 지워진 현장'까지 여섯 개의 단편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1년 반동안 한 동네에 살면서 주변 고양이들을 관찰 기록한 포토 에세이입니다. 단순히 지나가다가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동네 고양이들을 찍었기 때문에 그간의 스토리가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름도 지어주고 먹이도 주면서 친해진 이야기라서 고양이들의 영역 지도와 함께 이력서(프로필)도 있습니다.

예전엔 고양이가 요물로 취급되어 상당히 안좋은 이미지였는데 최근엔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요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좋아하는데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일본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라서 친숙하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책 안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나옵니다. 고양이가 좋아서 먹이를 들고 다니며 열댓마리의 길고양이들을 챙기는 저자부터 가게 근처에 영역을 형성한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반대로 우리 나라에서 흔히 들어온 안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 폭력을 휘두르거나 내쫓는 사람들도 나옵니다.

고양이가 태어난지 2개월만에 성격이 형성되는데 그 때 만난 사람에 따라 사람에 대한 반응이 갈린다고 하네요. 외국 고양이들이 느긋했던게 이런 이유였다고 생각하니 많이 씁쓸하더라구요. 그리고 동네 뚱뚱한 고양이들은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사람 음식을 먹은 덕분에 신장 문제로 부은거라고도 하구요. 저도 고양이를 좋아해서 몇 권의 책을 봤지만 볼수록 새로운 지식들을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노숙자가 버린 아이를 고양이 여덟마리가 먹이를 날라서 살렸다는 이야기도 있고 전세계 중 우리나라가 가장 고양이를 싫어한다니 기분이 이상해지더라구요. 쓰레기 봉지를  뜯는다고 고양이를 싫어한다는데 먹이가 충분하면 고양이들이 그러지도 않는다고 하구요. 생태계 교란의 주범이라고 멸종 위기나 천연기념물 새들을 잡아먹어서 고양이를 문제있다고 하지만 사실 새를 멸종시킨 가장 큰 역할은 인간이 했다고 합니다. 고양이가 있는 것만으로도 쥐가 번식을 덜한다는 연구도 있구요.

주변에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 알지 못한 부분인데 아직도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좀 놀랐습니다. 뉴스에서나 간혹 접할 수 있는 이상한 사람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아직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나봅니다. 이쁘다고 아기 길고양이를 데려다 다시 버리는 아이도 무섭구요. 길에서 사는 것이 힘들어 수명이 고작 3년도 안된다는 얘기는 참 슬프더라구요. 저자가 이사갈 때 찾아온 고양이 얘기에 마음이 짠해지구요.

단순히 고양이는 살아가고 있는 것인데 사람은 참 이상하게도 그 모습에서 귀엽다고 느끼고 행복감을 갖게됩니다. 팍팍한 인생이 좀 더 풍요로워지기도 하고 느긋함을 배워야겠다는 감상도 많구요. 외국에서 시도되는 동네 주민들이 다 함께 고양이가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그 동네에서 사람도 살기 좋아진다는 것을 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