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다잉 아이. 2007년에 일본에서 발표된 작품이네요.

네이버에서 정보를 찾아보니 ’문예지 『소설보석』에 1998년 2월부터 1999년 1월까지 연재 되었던 장편소설 『다잉 아이』는 연재 후 8년이 지난 후에야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특이한 주제를 정교한 구성과 복선, 치밀한 심리묘사로 끌고 가면서 조성되는 공포와 긴장감, 그리고 각 인간 군상의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의외의 결말로 치닫는 과정 등은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라고 설명이 되어 있네요.

 
’미스터리 호러’라고 광고되고 있듯 좀 으스스한 면이 있습니다. 우선 처음부터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저는 읽으면서 좀 다른 쪽이 아닐까라고 추리를 해봤는데 틀렸네요. 계획 범죄라서 잔인한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우선 피해자 미나에는 아르바이트로 피아노를 가르치는데 아이의 욕심으로 무려 새벽 3시에 귀가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교통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한편 이야기의 진행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바텐더 신스케. 그의 시점으로 이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는 한 남자 손님을 맞게 되고 기묘한 대화를 나눈 후 귀가길에 습격을 당해서 쓰러집니다.  

죽지 않고 살아나지만 예의 그 교통사고에 대한 기억이 없습니다. 형사가 찾아왔는데 자신이 가해자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도무지 그 사고에 대한 죄책감이나 두려운 그런 마음이 들지가 않아서 조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미스터리 호러 라는 장르쪽이지만 비전문가에 의한 추리물의 장르에도 속하게 됩니다.

 
’명탐정의 규칙’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바대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정통 추리물의 형태를 취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이 소설은 그의 다른 소설들보다도 더 정통 추리물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재밌는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호러의 부분도 있고, 사회파 미스터리적인 요소도 있습니다. 그리고 비전문가에 의한 추리와 복수, 반전, 저주의 요소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정신없이 읽게 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한 소설에 꽤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부분이 작가가 고민을 많이 한 공로를 인정해주고 싶다가도 뭔가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낸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듭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작을 하고 노력도 하는 작가이면서 독자의 사랑도 받는 작가이지만 저는 이상하게 1순위로 좋아하는 작가는 아닙니다. 아마도 너무 변화를 추구하다보니 신의 스타일이 고정되지 않아서 히가시노 게이고 스타일하면 떠오르는 일관성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얘기하면 일관성을 갖고 있는 작가들이 숙명처럼 가져야하는 지루함 같은 것은 없다고 할 순 있습니다.

 

가가 형사 시리즈나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를 좋아하긴 하지만 가장 괜찮았던 소설은 ’용의자 X의 헌신’이라고 꼽습니다. 장르가 조금 다른 면이 있지만 이 소설 또한 거기에 견줄 수 있을만큼 괜찮은 미스터리입니다. 조금 무섭다는 것만 염두해두시면 선택에 좋은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반전과 추리적 요소가 중요한 소설이라 스포일러가 될 것들을 생략하느라고 내용 언급이 많지 않았네요. 스포일러에 주의하시고 꼭 보실 분은 바로 읽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인기 작가라 내용 언급이 인터넷에 많더라구요. 



Dying Eye by Keigo Higashino (2007)

도서출판 재인

초판 1쇄 펴낸 날 2010년 7월 30일

김난주 옮김

 

 



다잉아이, 히가시노게이고, 소설, 서평

책의 정보만 봤을 때 프랑스 쪽 출판사의 기획 상품(?)인줄 알았는데 일본쪽 출판물
이군요. 일본의 사진 작가와 프랑스 출판사의 포토그래퍼가 기획과 코디네이터를 해준 
작품입니다. 꽤 얇은 편이구요. 확실히 일본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사진들입니다. 국내
에서도 최근에 많이 선호되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어느 책인들 세심하게 만들어내지 않겠습니까만은 세세한 부분들을 이쁘게 꾸며놓았
다는 감상이 읽기 전에 앞서더라구요. 푸드 코디네이터와 스타일리스트인 산드라 마유
의 키친은 참으로 많은 물건들이 있는데도 전혀 복잡해보이지 않고 멋스럽습니다. 
보통 정신없다는 감상이 들 것 같은데 일련의 규칙이 보인달까요.

아티스트인 코코 프롱삭의 키친은 벼룩시장에서 구한 그릇들을 잘게 부숴 벽면을 콜라주

로 장식했는데 너무 아름답습니다. 교회 장식되어 있을 것 같은 스테인드 글라스의 예술

적인 면모와 비슷한데 유리가 아닌 사기 제품이라 또 다른 멋이 있습니다. 키친 전체 
벽이 그런데 무려 6년이 걸렸다고 하네요.

모던함. 모던한 가구들을 파는 가구 공장 같은 느낌처럼 공장을 개조했다는 아티스트

이사드라 첸의 키친은 상당히 깔끔합니다. 앞의 두 사람과 참 다른 이미지입니다. 원룸형

이라서 그런가 키친보다는 서재같은 느낌입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조리 기구들이지만

속속들이 귀여운 제품들과 컬러풀한 유리병 안의 내용물들이 멋스럽습니다.

도시적인 아티스트 알폰소 발레의 시스템 키친. 앞의 이사드라 첸의 키친과는 또 다른

느낌의 모던함을 지니고 있구요. 정말 세련된 느낌입니다. 컬러가 최소화된 느낌으로

모노톤의 식기나 좀 어두운 제품들이 흰벽과 대비됩니다.

스타일리스트 소니아 루카노의 키친은 1900년대 건물에 가정집의 은은한 느낌을

꾸며뒀습니다. 전혀 오래된 집 같지 않구요. 세련된 현대식 느낌도 듭니다. 알폰소

발레의 세련된 느낌과는 또 다르게 상당히 절제된 느낌의 깔끔함을 보여줍니다.

스타일리스트 도미니크 투르베의 키친은 사랑스러운 느낌입니다. 작은 공간에 많은

물건들이 수납되어 있고 소녀적인 느낌으로 과자나 사탕 같은 것들을 벽에 주루룩

붙여 뒀습니다. 너무 지나친거 아닌가 싶었는데 해외 여행으로 모은 것들이라고 하네요.

그 지나침을 지나니 집의 다른 공간들은 상당히 깔끔하고 멋스럽습니다. 키친보다는

다른 공간이 훨씬 나아선가 사진도 더 많네요.

다음은 자수 아티스트인 소피 델라보르드의 키친입니다. 1936년에 지어진 건물이라고

하네요. 고전적인 느낌을 잘 살려서 엔티크하면서도 밝은 분위기로 깔끔하게 꾸며뒀습니다.

온라인 숍을 운영하는 마유미 치지와의 북유럽 스타일 키친. 다소 휑한 듯한 느낌이

북유럽 키친은 그렇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거기에 일본의 고전적인 분위기도 살짝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작가 히로코 모우리의 아늑한 키친. 깔끔한 느낌인데 좀 휑한 부분이 있어서

마치 자취하는 사람이 하나씩 꾸며가는 과정을 찍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감각적인 디자이너 사와코 이시타니의 키친. 스와로브스키의 가방 디자이너라고 합니다.

굉장히 깔끔한 흰색 벽을 놔두고 주로 소품이나 아랫쪽에 많이 컬러풀하게 꾸미는

스타일이라서 독특합니다.

다음은 레트로 스타일 키친을 꾸민 파스칼 브라냐니. 이런 가정이 정말 프랑스의

소시민적인 가정이 아닐까 싶은 느낌이 들어요. 노란 조명과 다소 좁은 공간이지만

생활의 흔적이 가득 있고 벽면은 사진이나 그림 판넬로 가득 꾸며둔 느낌. 어느

레스토랑이나 작은 카페 같은 곳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그런 이미지예요. 앞의 키친

들은 다소 많이 현대적인 느낌이 강해서 사진을 찍기 위한 스튜디오 같았거든요.

다음은 18살의 학생인 아나이스 파키스의 원목 키친. 별도의 벽면 장식 같은 것은

최소화하고 원목을 그대로 살렸구요. 소품보단 그 자체를 더 좋아하는 느낌이 드는

집이네요. 재미있게도 천장을 밀집 모바로 장식해둔 것이 원목과 어우러져 독특합니다.

푸드 코디네이터 마티유 듀마의 나무와 벽돌로 이루어진 아늑한 키친. 복층으로 된

1905년에 지어진 아파트라고 합니다. 무척 멋스럽네요. 어느 산장에 가면 볼 수 있

을 것 같은 느낌의 집입니다. 아파트라니 놀랍네요. 파리 9구로 스타일리시한 파리지앵

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세련된 곳이라는데 현대적인 세련됨이 아니라 고전적인

느낌의 아파트네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수 아티스트 아키 타카하시는 소박한 파리 교외의 키친. 파리

토박이들보다 주로 외국인이 파리에 거주할 때 이런 느낌으로 많이 사는 것이 아닐

까란 생각이 드는 집입니다. 동양적이진 않은데 뭔가 깔끔한 서양의 느낌을 낸달까요.

한국 사람들도 유럽에 이민을 가 계신 분들이 집을 공개하면 이런 느낌이 많더라구요.

앞에 몇 일본분들은 상당히 깔끔한 편이었는데 이 분은 그 정도는 아니네요.

끝에는 짧게 인테리어숍과 벼룩시장을 소개하고 국내 키친용품 판매 쇼핑몰도 소개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너무 얇아서 좀 실망했는데 역시 사진들을 보니 그 맘이 가시

네요. 이렇게 이쁘게 해놓고 살고 있다니! 돌아가면서 머물러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 정도입니다.

Paris Style Shiawasena Kitchen & Dining

by up-on factory, Photograph Ikuo Yamashita, coordinator hirondelle (2007)

(주)백도씨

초판 1쇄 발행 2010년 7월 12일

나지윤 옮김

 

파리지앵의스타일키친,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