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 형사 시리즈 6, 그리고 이 시리즈에서는 처음으로 단편 모음집입니다.
다섯 개로 이루어져 있구요.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요시다 슈이치의 '거짓말의 거짓말'이 생각나네요.

'거짓말, 딱 한 개만 더'는 첫 단편의 제목입니다.
'잠자는 숲' 때와 마찬가지로 발레를 소재로 삼은 사건 이야기입니다.
단편인데 상당히 깔끔한 면을 보여줍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워낙 글을 잘 쓰는 면도 있긴 하지만
'탐정 갈릴레오'나 '예지몽'의 단편 모음 보다 더 나은 인상이네요.
아무래도 본격 수사물의 느낌이 들어서인 것 같습니다.

'잠자는 숲' 때도 느꼈지만 상당히 발레하는 사람들의 프라이드를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가 형사 시리즈가 계속 되어온 그간 지속적으로
발레에 취미를 붙여왔었구나 싶기도 했구요.

조금 아쉬운 점은 단편이다 보니 짧게 보여주기 위해서 이야기의
시점을 발레 공연 올리기 전으로 설정했다는 점이랄까요
그래서 '잠자는 숲'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인상입니다.
생각해보면 그 시점에서 쓰는게 단편으로는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연 없는 때에 사건이 일어나봐야 별로 긴장감이 없을테니까요.

'차가운 작열 (灼熱)'의 시작은 마치 미야베 미유키 소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에서는 처음부터 등장하지
않는 주변 이야기들로 시작합니다. 기타 패턴은 같은 편이라
미야베 미유키 소설이 갑자기 읽고 싶어지더라구요. 제가 두 작가의
책을 번갈아 보는 것으로 한동안 수사물에 빠져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약간 유가와 마나부 교수 (갈릴레오) 시리즈와 비슷한 면도 있습니다.
같은 패턴에 가가 형사의 수사 또한 그런 느낌이지만 여전히 재밌다는
생각이 드는건 역시 이 작가가 잘 쓰기 때문이겠지요.
역자 이야기를 보니 이 사건은 실제 있었던 것을 바탕으로 썼다고 합니다.
슬픈 현실이네요.

'제2지망'은 체조 선수를 지망하는 아이와 엄마의 이야기 입니다.
올림픽을 목표로 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 마음
가짐은 아마 보통 사람은 가늠할 수 없는 것이겠지요. 흔히 일본식
수사물에 한번씩 등장하는 패턴이기는한데 잘 그려냈습니다. 위의
감상과 좀 비슷합니다.

'어그러진 계산'은 꽃집 이야기로 부터 시작합니다. 불경기라 꽃에
돈을 많이 안써서 장례식이라고 있으면 돈을 벌텐데 하소연을 합니다.
요즘 매일 오는 미망인이 꽃을 사가고, 이야기는 그쪽으로 옮겨갑니다.
위의 패턴들과는 좀 다르지만 (범인이 범인이라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면) 범인을 내세워서 공공연하게 이 사람이 범인이라는 것을
예상하게 하는 패턴은 히가시노 게이고 답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가가는 이상한 면들을 연결시켜 추리를 하지만 그의 추리는 조금
틀렸습니다. 애잔한 이야기 입니다.

'친구의 조언'은 다행히 살인 사건은 아닙니다. 너무 쉽게 피해자가
죽어버리는 소설을 읽다보면, 머리가 어떻게 될 것 같은 때도 있는데
이 단편에서는 죽음으로 연결이 되지 않은 피해자가 나옵니다. 가가의
대학 친구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그의 장편 중에서 쓰여진 한 소재와
같은 소재의 이야기입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밝히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이 이야기도 너무 애잔했습니다.


258 페이지로 되어있는데 상당히 빨리 읽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문체가 담백해서 아마 그런 것 같습니다. 읽으면서 미야베 미유키 소설과
비슷하다고 느낀 이유가 역자 글을 보면서 깨달았는데 소재들이 전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채택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은 거의 개인적인 문제에서 기인했던 것은
아닐까란 선입견이 있어 왔거든요.

아무래도 이 여섯 번째 시리즈 덕분에 일곱 번째 시리즈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소재를 썼던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