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미 도미히코의 책을 처음 읽어봤습니다.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란 제목을 보고 참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신간 ’연애편지의 기술’이 나왔길래, 이 작가의 작품 세계에 한번
빠져봐야겠다고 해서 그의 데뷔작을 뽑아 들었습니다.

<제15회 일본판타지노벨대상>을 받고 화려하게 데뷔했다고 합니다.
네이버 책 설명을 보니 ’교토의 천재’ ‘21세기 일본의 새로운 재능’
등의 수식어로 문단과 독자의 기대와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평가들과 달리, 책을 처음 읽으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한 여자를 스토킹하는 우울한 교토대생의 일상이
그려졌거든요. 그것을 ’연구’라는 빌미로 그럴듯하게 포장했기에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
의 애니매이션이 시작되어서 보게되었는데 설정은 대략 비슷하더라구요.

저자의 실제 경험에서 우러난 듯한 교토대생, 주변 이야기들
같은 몇 설정이 비슷하더라구요. 애니는 참 독특하고 재밌고
무엇보다도 감을 잡을 순 없지만 가볍지 않은 면이 있길래
마음을 다잡고 ’태양의 탑’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다 읽고 나서 짧게 설명해보자면, 이 소설은 ’한 청년의 이별 극복기’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연구로 포장했던 스토킹은 사실 그의 연인이었던
여자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초반에 언급은 있었지만 극중 화자가
워낙에 구구절절한 설명은 생략하는 바람에 ’연인’이라고 할 정도의
관계인지 파악을 못했었거든요.

이성과의 만남이 거의 없는 대학생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친구 셋이 더 등장인물로 나오고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법대생도 등장하는데 그는 영화를
만듭니다.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에서도 영화 동아리 활동 이야기
가 나오는 면이 비슷한 것 같네요.)

’태양의 탑’은 실제 존재하며 오사카부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스아타시의 만박기념공원에 있다고 합니다.
화자는 상당히 이 태양의 탑을 좋아하며 그녀, 미즈오씨에게 보여줬는데
완전히 심취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회상들이 일상 이야기
중에 종종 등장하곤 합니다.

그는 왜 그녀와 헤어졌는지에 관해서 연구를 하고 있지만
이야기 속에서 연구는 진행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결말도 내지 못합니다.

주인공도 평범한 것 같지 않은 이야기를 펼치는데
그녀 또한 상당히 독특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마네키네코 선물을 계기로 헤어진 것 같다고 주인공은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전말은 밝혀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읽으면서 어쩌면 그의 ’태양의 탑’에 관한 감정과
그녀가 공감했던 그런 것들은 그들로 하여금 다시 이어지게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게 합니다.

다른 작품에서도 캐릭터들이 등장한다고 하는데 이 두사람의
이야기가 이어질지 궁금해서라도 읽어봐야겠네요.

교토를 좋아한다는 인터뷰가 있던데 그래서 실제 거리들이나
건물들에 관한 묘사들이 많습니다. 이사카 코타로가 센다이를
자신의 작품에서 그리고 있다면 교토는 모리미 도미히코가
하고 있는 것 같네요.

이성이 무슨 소용있냐며, 사랑을 거부하는 네 명의 청년들.
그러나 반대로 더더욱 상처입고 외로워하는 그들의 일상이
비단 그 네 명의 모습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일본의 옛 문화가
더 살아 숨쉬는 ’교토’라는 공간이라서 더 그럴듯한 면도 있구요.
크리스마스를 ’크리스마스 파시즘’이라고 부르면서 경멸하는
그들에게 웃음도 나고 애처롭기도 합니다.

뛰어난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자신의 세계를 제대로 구축하고 있는
그런 확고한 작가인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좀 마니악하달까요.
대중적일 것 같진 않은데, 다른 분들 평가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그의 연구가 끝맺질 못했기 때문에, 어느 측면에서 보면 너무 흔한
청춘 소설 같은 느낌도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별 두개만 주렵니다.
그래도 탐구해보고 싶은 작가임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