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생인 지윤양(右)이 어머니 오정민씨와 함께 국어사전을 뒤적이며 어휘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정치호 기자]

“우연히 아들 일기장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초등학교 4학년인데 맞춤법도 틀리고 인터넷 용어와 엉뚱한 단어가 마구 섞여 있더라고요.” “영어를 해석할 때 마땅한 우리말을 못 찾겠다는 거예요. 교내 독서퀴즈대회에서 금상을 탈 정도로 책도 많이 읽어서 어휘력이 있는 줄 알았는데.” 자녀의 우리말 실력이 부족해 당황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선행학습이다 영어 공부다 해서 바쁘게 돌아다니지만 정작 국어 어휘가 달려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교과서 일등 어휘』 『나의 첫 사전』 등 초등생용 어휘 관련 서적이 잇따라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국어를 영어와 함께 잡아라』를 펴낸 이지훈씨에게 국어 어휘력 기르는 공부법을 알아봤다. 이씨는 기초국어능력인증시험(J-ToKL) 주관사인 ‘한국언어문화연구원’ 수석 연구원이다.◇사전 찾는 습관부터 갖자=이씨는 책만 열심히 읽는다고 저절로 어휘력이 느는 건 아니라고 한다. 영어 단어의 의미를 찾듯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뒤져가며 익혀야 진짜 어휘력이 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사전부터 펴기보다는 문맥 속에서 의미를 추리해야 연상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한다.

단어의 여러 의미를 확인했으면 생활에서 적용해 봐야 한다. 새로 알게 된 단어를 넣어 한 줄 글짓기를 하거나 일기에 직접 써보면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이씨는 “아이가 모호한 문장으로 말할 때는 ‘그게 무슨 뜻이니?’ ‘다른 표현은 없을까?’ 질문을 던져 적절한 단어와 표현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업 하루 전 어휘 예습하자=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국어·사회·과학 과목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많다. 낯설고 어려운 어휘가 나오기 때문이다. 만약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그냥 넘어가면 점점 재미와 자신감을 잃게 되므로 배울 내용을 미리 읽으면서 모르는 어휘의 뜻을 익혀두는 게 좋다.

“사회책엔 한자어가 많이 나옵니다. 예컨대 고령화란 말이 나오면 아이들은 어렵다면서 그냥 외우려고 합니다. 하지만 높을 고(高), 나이 령(齡), 될 화(化)로 한자어를 나눠 이해하면 쉽거든요.”

이씨는 우리말의 70% 이상이 한자어인 점을 감안해 저학년부터 한자를 익혀두라고 권했다.

◇자기 방식의 단어장 만들자=어휘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라는 게 이씨의 설명. 단어 자체를 모르거나 단어의 뜻이 헷갈려 잘못 사용하는 경우다. 이를 극복하려면 자기만의 단어장을 만들어 공부하는 게 효과적이란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노트에 단어의 사전적 뜻을 적은 뒤 자기만의 해석을 덧붙여 보는 겁니다. 해체라는 단어가 나왔다면 ‘단체 따위가 흩어짐, 또는 그것을 흩어지게 함’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적고 그 밑에 ‘뿔뿔이 흩어지다’ ‘헤어지다’ 등 자기가 기억하기 쉬운 말로 재해석해 보는 식이죠.”

잘못 사용하기 쉬운 어휘는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표로 만드는 것도 한 방법.

예컨대 ‘다르다’와 ‘틀리다’란 말은 각 낱말의 반대말(같다, 옳다) 또는 영어 단어(different, wrong)를 함께 써넣는 식이다.

◇사회·과학 어휘는 마인드맵 단어장으로=주제별로 연관이 있는 어휘들은 지도를 그리듯이 마인드맵 단어장을 만든다. 특히 사회나 과학 과목처럼 단계별로 심도 있게 이해해야 하는 어휘들을 정리할 때 효율적이다.

또 비슷한 어휘를 모아 단어장을 만드는 것도 좋다. 이를테면 시끄럽다-요란하다-소란하다-떠들썩하다-시끌벅적하다-왁자지껄하다-지껄이다 식으로 유사 어휘를 묶어 두는 것이다. 맞춤법이 자주 틀리는 어휘들은 ○× 단어장을 만들어 헷갈릴 때마다 펴보면 도움이 된다.

글=민선화 기자 mshwa@joongang.co.kr, 사진=정치호 기자

아래의 영어 사전들은 우리 아이들이 좋아했던 것들이고, 저역시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