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포를 흡수한 동탁은,

 

그 해 가을,

 

원소와 잠깐 서로 칼을 겨루기는 했지만,

 

별 탈 없이 기어이 "소제", 즉 "변"을 몰아내고 "영안궁"에 유배를 시키지요.

 

소제를 이어 "협"이 새로운 황제가 되는데,

 

이 사람이 바로,

 

죽도록 고생함은 물론,

 

아니꼬운 꼴도 수 없이 보고 참아야 했으며,

 

결국에는 폐기처분 되고만 비운의 사나이.

 

"헌제"랍니다.

 

황제야 쫓겨나건 말건,

 

세월은 흐르고,

 

자연은 변하여,

 

봄이 왔습니다.

 

그러고 보면,

 

세월이나,

 

자연이나,

 

참 무정하기 짝이 없단 말이죠.

 

아무튼,

 

변은 영안궁의 뜰을 거닐고 있었나 봅니다.

 

곱슬곱슬 피어나는 아지랑이,

 

문득 궁 안으로 날아드는 제비 한 쌍,

 

제비들이 마구 그어대는 날렵한 동선을 따라가다 보니,

 

강가에서 봄볕을 즐기는 한가로운 사람들.

 

돌아보면,

 

그 소박한 행복으로부터도 차단된 처량한 신세.

 

새삼 드는 생각 하나,

 

"오호라, 이 곳이 바로 내 궁전 아니더냐!!"

 

내 집에서 오히려 핍박을 받는, 

 

설운 심정으로 이어가던 시는,

 

누가 있어 이 맘에 맺힌 원한을 풀어주리오,

 

하는 문구로 끝나고 말았던 것이죠.

 

동시에,

 

자신과 어머니 "하태후"의 목숨도 끝을 맺게 되었습니다.

 

동탁의 귀에 이 시가 들어가고 말았거든요.

 

영안궁,

 

영원할 "영", 평안할 "안"자로 쓰니,

 

"영원한 평안"이란 뜻입니다.

 

이 세상에 그런게 어딨냐,

 

라고 하신다면,

 

이 세상이 아닌 곳에 가서야 찾을 수 있겠지요.

 

그런 면에서는,

 

"영안궁"이라는 그 이름에,

 

이미 희미한 죽음의 그림자가 깃들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영안궁

 

지금 제 상태예요.

 

너무너무 피곤합니다...

 

읊고 보니 꼭 무슨 마법의 주문같기도 하네요,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주문ㅎㅎㅎ

 

그렇다면,

 

거꾸로 읊으면 회복시키는 주문이 될까요.

 

빌빌빌 리비리비~

주문

 

하지만,

 

여포의 "뽀대"나는 모습은 여기까지였던 것이죠.

 

여포의 용맹에 반한 동탁은,

 

여포를 포섭할 궁리를 하던 차에,

 

"금은보화와 적토마만 주신다면 여포를 포섭하겠습니다."

 

라는 "이숙"의 제안을 받게 됩니다.

 

이숙은 여포와 동향사람으로,

 

눈 앞의 이익에만 밝고,

 

의리 따위는 헌신짝 버리듯 하는, 

 

여포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이숙은 "정원"의 진영에 있는 여포를 찾아가,

 

"새는 나무를 가려서 앉고, 지혜로운 신하는 주군을 가려서 섬긴다."는,

 

광무제 때의 명장,

 

"마원"이 했던 말을 마구 끌어쓰고,

 

"적토마"와,

 

금은보화까지 동원하니,  

 

실은 정원 "따위"를 모시고 있음이 불만이던 여포의 마음은,

 

크게 흔들리다 못해,

 

돌아서고 말지요.

 

게다가,

 

빈 손으로 찾아가기 뭣했던지,

 

이거라도 가져가자,

 

하고,

 

싹뚝,

 

베어 든 것은 정원의 목.

 

사실,

 

여포의 용맹과 재주는,

 

경이적이고,

 

압도적이었다,

 

하겠습니다만,

 

이를 담을 그릇,

 

여포의 "인품"이 너무 보잘 것 없었기에,

 

흥정에 찰랑찰랑 거리는,

 

한낱 "상품"으로 전락해 버린 셈이지요.

 

샘이 깊어야,

 

물이 가뭄에 마르지 아니하고,

 

내를 이루어 바다로 가는 법.

 

아무튼,

 

인덕은 잃었지만,

 

동탁의 환심은 산 여포는,

 

아예 동탁의 양아들로 거듭나게 됩니다.

 

처음 이숙의 제안을 받고,

 

동탁은 사위 겸 참모 "이유"에게 의견을 물었지요.

 

"나리께서 천하를 얻게 되실텐데 그깟 말 한 필이 아까울게 뭐가 있습니까."

 

라고 이유는 대답했습니다만,

 

비장의 무기일수록,

 

제대로 쓰지 못하면,

 

오히려 주인을 찌르는 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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